3년 전 '비엔나 호텔의 야간 배달부'라는 책을 냈다. 3개월간 쓰고 출간 했다. 진짜 하고 싶었던 얘기는 이 책, '버자이너 블루'에 담았다. 한 사람이 겪을 수 있는 성적 여정과 경험을 담았다. 이정표가 없는 섹슈얼리티 여 정은 위태롭다. 위험한 경험을 먼저 한 나의 얘기가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나처럼 살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하는 마음이 사실 조금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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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끼! 어디서 쪼개진 걸 내미냐? 저리 가! 흉물스럽게, 어디다가?” 어렸을 때 할머니는 민둥성이 보지를 내미는 내게 저리 가라고 소리를 질렀다. 나는 얼굴이 빨개지고 말았다. 남동생의 자지를 ‘꼬숩다, 꼬숩다, 내 새끼 고추’ 하던 할머니가 행복해 보였고 나도 할머니에게 기쁨을 주고 싶었다. 내 의도는 무시당했고 나는 흉물스러운 존재로 낙인이 찍혀 툇마 루에서 훌쩍훌쩍 울고 말았다. 이 쪼개진 것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고개 를 갸우뚱하다가 잠이 들고 말았다.
--- p.55
말로만 듣던 데이트 폭력을 겪었다. 죄 많은 여자를 기억한다. 폭력이 난무하는 밤이 지나가고 아침이 오면 여자는 눈꺼풀을 파르르 떨며 우리 형제들 도시락을 싸곤 했다. 엄마의 절망과 두려움이 가득 든 도시락을 먹 는 날이면 체하곤 했다. 엄마는 종종, 사랑이 부족한 그 사람을 그래도 내 가 사람 만들었다, 고 중얼거리곤 했다.
--- p.81
파트너를 만나기 위해, 혹은 타인의 살갗을 비비기 위해 주말에는 마콘 도에 가지 않게 되었다. 임신중지수술을 받기 위해 과외를 몇 개 더 뛰었 다. 돈이 모였을 때 병원을 찾았지만 보호자를 데리고 와야 수술이 가능하 다는 답변을 들었다. 리옹에 사는 드니, 파리 출신으로 서울에 사는 띠에리 중 누구를 데려가야 하나? 너무 멀리 있는 드니, 서울에 살지만 두 번밖에 안 만난 띠에리를 생각하다가 도저히 좋은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 p.84
아아. 소리를 죽였지만 생에서 아주 좋은 것을 만났다. 죽어도 좋은 것을 손에 넣었다. 오르가즘이었다. 오르가즘을 느끼다니! 홀에서 열 명이나 춤을 추고 있었는데...... 오르가즘을 알아차린 파트너는 미소를 지었다. 오르가즘은 나를 고향으로 데려가 주었다. 현실이라는 감옥에서 참새우가 뛰어다니는 개울물로 나를 이동시켰다. 그 순간만큼은 '등록금을 할부로 내야 할지, 학생과에서는 마감일을 조금이라도 늦춰줄 지' 라는 걱정에서 해방되었다.
--- p.104~105
조지는 트렁크를 들었다. 나는 아이를 업었다. 조지가 물었다. 우리가 함께 산 게 얼만데 너는 어쩜 눈물 한 방울 보이지 않느냐고. 이제는 대답할 수 있다. 오늘 흘리려고 그랬다고. 생활은 눈물을 유예 하더라고 대답해 본다. 오하이오에서도 들리는지 모르겠지만……
--- p.114
모든 것이 분비되고 준비되었는데 섹스 파트너가 나타나지 않을 것이 라는 사실은 사실 사망 통지서와도 같았다. 성적 접촉이 없을 것이라는 사 실을 인지하자 몸은 애가 달았다. 나는 내 몸에 자위를 해주기로 했다. 업 무 중이었지만 잠시 멈추고 자위를 하러 나갔다. 그가 나와 언젠가는 결혼 해 주리라는 단꿈이 멀어져갔다. 바지 지퍼를 내리고 손가락을 앞뒤로 움 직여 사소한 쾌감이라도 놓치지 않으려 애썼다.
--- p.123
굽이 없는 구두를 즐겨 신는다. 활동량이 많은 날에는 운동화를 신는 다. 이 결혼에 남기로 했다. 현 남편에게 아직 애정과 미련이 있다. 그러나 유년기에 맺은 엄마와의 집착 관계는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생애 첫 장면에서 엄마가 내게 구조의 눈길을 보냈다고 믿는다. 엄마를 연상시키 는 이 세상의 많은 여성을 구원해야 한다고 느낀다. 이렇게 이성애 결혼제 도 안에서 안이하게 살아도 괜찮은지, 자주 회의한다. 내 몸을 모두 풀어헤 쳐 동성과 연결을 회복하고 싶다. 이 끊어질 듯한 연결이 끝난다고 생각하 면 숨이 턱 막힌다.
--- p.180
스물네 명은 다 달랐다. 성기 사이즈, 애무 태도, 삽입에 대한 생각, 임 신에 대한 생각, 바람에 대한 죄책감, 판타지, 성도착적인 행동에 있어서 모두 달랐다. 골든 샤워를 실험해 보자고 덤벼드는 사람도 있었다. 밖에서 섹스해야 흥분이 된다는 사람도 있었다. 방음이 잘 안 되는 방에서 누군가 옆 방에 있을 때 최고조로 흥분된다는 사람도 있었다. 바이브레이터로 클 리토리스를 쉴틈 없이 공략하며 반응을 지켜보는 사람도 있었다. 젖꼭지 를 집는 기구로 내 반응을 실험하던 사람도 있었다. 입 안에 정액을 머금은 모습을 촬영하여 사진으로 보관하는 사람도 있었다. 낯 모르는 사람도 있 었다. 성도착자일지 몰라서 직전에 도망을 쳐온 사건도 있었다.
--- p.187
섹슈얼리티는 위험과 쾌락을 동반한다. 그곳이 위태롭다고 해서 가지 않는다는 법은 없다. 폭력이 있을 때 싸울 수 있고 싸운다면 성공이 보장되 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이 책이 섹슈얼리티 정점에 있는 여성에게나 지 난 일을 회고하는 여성에게나 여성들의 진심을 알고 싶은 모든 존재들에 게 도움이 되기를 소망한다.
--- p.1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