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대선에서 현실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믿고 싶은 걸 믿었던 겁니다. 당시 누가 이길 것이냐를 두고 평론가들 사이에 논쟁이 좀 있었죠. 저는 박근혜가 유리하다고 봤고요. 당시 진보진영 논객들의 반론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저는 그분들이 상황을 오판할 정도로 수준이 낮거나 천박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나름대로 고민이 있었을 거예요. 이를테면 불리한 한국 정치지형에서 자성예언적 효과가 필요했을 수도 있고요. 박근혜 별거 아니다, 이번은 진보가 이기게 되어 있다, 이런 식으로 말함으로써 진보 진영, 또는 야권의 결집을 불러올 수도 있잖아요. 전문가들의 한마디 한마디가 유권자들의 판단에 미치는 영향이 분명히 있습니다. 하지만 평론가가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다른 이야기를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본문에서
우선 말씀드리고 싶은 것이, 진보진영이 결코 새누리당을 얕봐선 안 된다는 겁니다. 야권 지지자들에게는 그런 경향이 있어요. 표현 하나 하나가 상대에 대해서 시니컬해요. 잠깐 화풀이는 할 수 있겠지만 그런 자세로는 못 이깁니다. 상대를 경쟁상대로 인정하고 분석하지 않고서 어떻게 이길 수가 있겠어요. 게다가 보수진영의 저력이라는 게 결코 만만치가 않습니다. 위기에 처했을 때 새누리당은 하루 이틀 뚝딱해서 외부 인사 영입하고 그렇게 안 하잖아요. 간혹 비대위원으로 영입해서 이벤트를 벌이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상당히 전략적입니다. 진보진영이 이걸 알아야 해요. 앞으로 새누리당이 어떻게 나올지는 쉽게 예측할 수 없습니다. 다만, 제가 강조하고 싶은 건 그런 것과는 상관없이, 내가 어떻게 할 것이냐, 지금의 야권이 어떤 권력의지를 갖고 국민에게 다가갈 것이냐가 중요하다는 거예요. 새누리당 쪽 얘기는 그다음입니다. -본문에서
남은 시간 동안 그 두 가지를 준비해야 해요. 51%를 득표할 수 있는 전략, 제대로 된 후보만 있으면 어떠한 경우에도 이겨요. 상대가 누구든 상관없습니다. 새정치연합이 지금 해야 할 일이 바로 그것이에요. 어떻게 51%를 얻을 것이냐, 그러려면 중간층의 표를 흡수해야 합니다. 지금 새정치연합의 고정표, 예컨대 후보가 누가 되든, 날씨가 어떻든, 투표장에 가서 찍을 사람들이 어느 정도일까요. 보수적으로 잡으면 전체 유권자의 20%, 넓게 잡으면 40%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이것 가지고는 이길 수 없다는 겁니다. 여전히 11%가 부족한 거예요. 어디서든 끌어와야 합니다. 당연히 중간층을 공략해야 하는 거예요. 새정치연합의 필승 전략은 중간층 공략입니다. 이걸 해내지 못하면 절대 이길 수 없죠. -본문에서
사정은 여당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가 당선 가능성이 가장 크냐를 두고 고민하겠죠. 김무성, 김문수, 원희룡, 오세훈 등이 물망에 떠오르겠지만 저는 누구보다도 반기문이 가장 유력하게 거론될 거로 본다는 거예요. 새누리당이 반기문을 후보로 세웠다, 그러면 야권은 누굴 대항마로 내세우겠습니까. 저는 박원순이 아니면 어려울 거라고 생각해요. 결론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저는 2017년 대선이 박원순 대 반기문, 반기문 대 박원순으로 짜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봅니다. 야당 입장에서는, 박원순의 본선 경쟁력을 지금부터 키워야 해요. 문재인이 백의종군해야 하고 안철수가 자기 욕심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이걸 하느냐 못 하느냐가 관건이에요. -본문에서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