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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받지 못한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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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받지 못한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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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2년 06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384쪽 | 506g | 140*210*30mm
ISBN13 9788991239876
ISBN10 89912398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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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르덴바흐 부장검사의 부인은 남편의 자살 소식에 너무 큰 충격을 받아 대화가 불가능한 상태였다. 하지만 피아와 보덴슈타인은 그녀가 충격에서 회복될 때까지 기다릴 시간이 없었다. 다른 곳에서 또 시체가 발견돼 출동 요청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루퍼츠하인과 에펜하인 사이에 있는 아첼 산 전망대 아래서 젊은 커플이 여자 시체를 발견한 것이다. 보덴슈타인은 슬퍼하는 하르덴바흐 미망인과 자녀들을 친분이 있는 의사와 이웃에게 맡기고 그 자리를 떴다. 화창한 8월 일요일 아침에 벌써 두 번째 시체다. 그는 이동하는 차 안에서 직속 상사인 니어호프 수사과장에게 전화를 걸어 하르덴바흐 사건에 대해 자세히 보고하고 프랑크푸르트 경찰서에서 1시에 열릴 예정인 기자회견을 맡아달라고 했다.
“기자회견을 하셔야 하면 루퍼츠하인에는 저 혼자 가도 되는데.”
“아니야. 이런 경우엔 역할 분담이 확실하게 돼 있어. 인터뷰 같은 거 난 딱 질색인데 니어호프 과장은 조명 받는 걸 아주 좋아하거든. 특히 이번처럼 유명 인사가…… 고객인 경우에는.”
“고객요?”
“시체보다는 듣기 좋잖아.”
보덴슈타인의 심각한 표정 위로 한 줄기 미소가 보일 듯 말 듯 스쳤다. ---p.13

“부인이 포르셰를 타고 다닐 정도로 재산이 많았습니까?”
보덴슈타인은 갑작스러운 말발굽 소리에 잠시 밖으로 시선을 빼앗겼다. 젊은 여자 둘이 트레일러에서 백마 한 마리를 끌어 내리고 있었다. 나이 든 남자가 밤색 말을 끌고 앞서 가는데 그 밤색 말이 말굽을 치며 연신 히힝거렸다. 케르스트너는 이 모든 소리에 무감한 듯했다. 매일 듣는 소리라 감각이 무뎌진 탓일까? 그는 리텐도르프가 놓고 간 담배를 한 개비 꺼내 손가락 사이에 넣고 굴리다가 입에 물었다. 보덴슈타인은 그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복잡한 수술을 하는 외과의사의 손이다. 저 손으로 아내를 죽였을까?
“저도 토요일에 처음 봤습니다. 아마…… 애인들 중 한 사람이 사줬겠죠. 이자벨은 항상 바람을 피웠습니다. 제가 너무 오랫동안 인정하지 않으려 했던 거죠.”
케르스트너가 씁쓸한 얼굴로 말했다.
“부인과의 결혼 생활에 대해서 좀 얘기해주시죠.”
대답이 나오는 데는 다시 한참이 걸렸다.
“제가 무슨 말을 하겠습니까. 이자벨은 절 사랑한 적이 없습니다. 그저 목적을 위한 수단에 불과했죠. 마음이 아프지만 이제는 인정합니다. 이자벨은 친구 발렌틴의 동생이라 어렸을 때부터 알고 지냈습니다. 제가 미국에서 돌아왔을 때 이자벨은 이미 임신 중이었죠. 누군가 문제를 해결해줄 사람이 필요하던 차에 만만한 제가 걸려든 겁니다.” ---pp.50~51

사건에 감정적으로 얽히는 일이 드문데, 이번만은 달랐다. 예상치 못한 과거와의 대면 때문일까? 어젯밤 그는 잉카 한젠에 대해 생각하느라 거의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 케르스트너를 체포함으로써 그녀에게 불이익을 주기는 싫었다. 케르스트너의 행동은 생각할수록 이해하기 힘들고, 이자벨의 주변 상황에 대해서도 아는 바가 없어서 사건을 어디서부터 파고들어야 할지 막막하지만 그에게는 곧 나아지리라는 확신이 있었다. 강력계 형사라는 직업은 텔레비전에서 보는 것처럼 그렇게 활기차고 모험적이지 않다. 오히려 지루하고 피곤할 때가 많다. 하지만 갖가지 정보를 모아 인과관계를 추리하고 범인을 찾아내는 일은 분명히 매력적이다. 그는 언젠가 상사에게서 훌륭한 형사는 범인과 똑같이 생각할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타인의 삶에 감정이입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보덴슈타인의 생각은 어느새 다시 잉카 한젠에게로 달려갔다.
‘근처에 오거든 한번 들러…….’
병원에 가서 커피 한잔 얻어 마시면서 케르스트너의 주변을 캐는 것은 어떨까? 아니다. 사건과 관련 없는 사사로운 감정에 얽매여서는 안 된다. 단지 잉카를 다시 보고 싶어서일 뿐이다. ---pp.71~72

“뭐 마실 것 좀 드릴까요?”
여자는 고개를 저었다. 보덴슈타인은 원래는 어느 정도 예뻤을 멍투성이 얼굴을 찬찬히 바라보았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사고를 당하셨나요?”
“아뇨, 아무것도 아니에요.”
여자는 괴로운 듯 얼굴을 찡그렸지만 곧 자세를 가다듬고 단호한 표정을 지었다.
“제 이름은 안나 레나 되링이에요. 제가 여기 온 건 지난주 토요일 저녁 6시 반부터 새벽 4시까지 케르스트너 선생님과 함께 있었던 사람이 저라는 걸 밝히기 위해서예요.”
보덴슈타인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 여자가 케르스트너가 감싸주려던 바로 그 사람이다! 갑자기 창밖에서 경찰차 사이렌 소리가 울리더니 차츰 멀어져갔다. 여자는 무릎 위에 손을 가지런히 모은 채 허리를 똑바로 세우고 의자 끄트머리에 앉았다. 커다란 파란 눈은 수심으로 가득 차 어두운 빛을 띠고 있었다.
“미하엘은 이자벨을 죽쳀지 않았어요. 문제의 시간에 계속 저와 함께 있었으니까요.” ---pp.77~78

말 주인은 눈물범벅이 된 얼굴로 말을 쓰다듬었고, 케르스트너는 말의 목에 주삿바늘을 꽂았다. 먼저 강한 진정제를 주사하고 바로 이어 간호사가 내미는 독극물을 주입했다. 보덴슈타인과 리텐도르프는 마구간 앞에 서서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이제 곧 쓰러질 겁니다. 무혈의 깨끗한 죽음이죠. 말 주인이 견디기에도 훨씬 수월합니다.”
보덴슈타인은 말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말은 고개를 축 늘어뜨렸으나 쓰러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잠시 후 케르스트너도 그것을 눈치챘는지 당황한 얼굴로 리텐도르프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간호사에게 뭐라고 속삭이자 간호사는 재빨리 건물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왜 그러죠? 상당히 오래 걸리는데요.”
“글쎄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리텐도르프는 어깨를 으쓱했다. 간호사는 바로 돌아왔고 케르스트너는 새로 가져온 주사액을 주사했다. 30초도 안 되어 효력이 나타났다. 말은 그 큰 덩치로 비척거리더니 먼저 양쪽 앞다리를, 그다음엔 뒷다리를 꺾으며 주저앉았고 마지막 한숨을 내쉬며 옆으로 푹 고꾸라졌다.
“펜토바르비탈. 깨끗한 죽음이죠.” ---p.130

보덴슈타인은 꺼내지 말아야 할 얘기를 꺼낸 것 같아 후회가 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얘기가 나온 김에 잉카의 마음이 어땠는지 속 시원히 들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땐 정말 뭐?”
잉카는 말하기 거북살스러운지 팔짱을 끼며 고개를 돌렸다.
“그런 건 말해서 뭐해? 다 지난 일인데.”
“그래, 맞아. 우린 각자 갈 길을 잘 갔잖아. 다 이렇게 되려고 한 건지도 모르지.”
잉카의 거북한 침묵이 그에게도 전염된 듯 두 사람 사이에는 잠시 말이 없었다. 속으로 후회막심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잉카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일부러 가볍게 말하느라 목소리 톤이 높아졌다.
“잉바랑 사귄 건 한참 지난 다음의 일이야. 내 유년기, 청소년기를 통틀어서 내가 좋아했던 남자는 너 하나뿐이야. 마음속 깊이 간직한 사랑이었어. 언젠가는 네가 눈치챌 줄 알았는데 그걸 끝까지 눈치 못 채더라고.”
---p.209

줄거리 줄거리 보이기/감추기

남편과 이혼한 후, 타우누스 강력반으로 복직한 피아 키르히호프 형사는 곧바로 첫 번째 사건과 맞닥뜨린다. 대쪽 같은 성품으로 인기를 모으던 부장검사가 자살한 것이다. 피아는 강력반 반장 보덴슈타인과 사건 현장으로 향하지만, 곧이어 미모의 젊은 여성이 전망대에서 뛰어내리는 사건이 또 발생한다.

세상이 부장검사의 자살로 시끄러운 와중에, 보덴슈타인은 두 번째 사건의 희생자인 이자벨에 대해 조사하다가 첫사랑과 재회하게 된다. 변하지 않은 그녀의 아름다운 모습에 보덴슈타인은 지운 줄 알았던 과거의 감정이 되살아남을 느끼며 혼란에 빠진다.

수사가 진행됨에 따라 이자벨의 죽음 뒤에 얽힌 검은 음모가 차츰 드러나고, 처음으로 호흡을 맞추게 된 보덴슈타인과 피아는 서로 삐걱거리면서도 조금씩 사건의 진상을 향해 다가간다. 승마 클럽과 제약회사, 다수의 정재계 인사들까지 이자벨의 죽음에 관련되었음이 밝혀지면서 사건은 점점 복잡해지지만, 범인에 대한 단서는 전혀 나타나지 않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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