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은 기억의 상인이다. 추억의 장사꾼, 경험의 장사꾼이다. 이도훈이 그렇다. 이도훈은 과거를, 경험을, 인생사를, 가족사를, 생활 일상을 시로 호출한다. 엄마 자궁에서 나오던 자신의 탄생과 “중학교 국어시간”을 호출한다. 시인은 발견자다. 이도훈도 발견자다. 이를테면 “책, 한 장 한 장마다 손잡이가 있다.” “오른쪽은 들여 읽고 왼쪽은 쓸어 읽는 습관이 있다.” 거나 “끝이 뾰족한 지붕은/빗방울에 대한 예의인 것”이라는, 이런 멋진 발견을 해낸다. 동시에 시인은 도둑이다. 이도훈도 도둑이다. “까르르 웃는 여우의 간지럼”으로 독자의 마음을 멋지게 훔치는 도둑이다.
- 공광규 (시인)
그의 시는 시답게 군더더기가 없다. 그때도 지금도 군더더기가 없다. 시가 그렇게 힘이 되고 향이 되어 몸서리치게 할 줄을 모르는 듯, 혹은 아는 듯. 그래서 1971년 그때도 울었고, 어쩌면 오늘도 울 것이다. 눈물조차 신선한, 책 내고 공부도 하는 시인 이도훈의 멋진 성취를 기억 속의 모두를 대신하여 진심으로 축하한다. 내내 ‘가난했던 날 오후 같은 환한 꽃’이기를.
- 이상진 (교수, 한국방송통신대 국문과)
사물들은 시인의 관찰에서 각자의 몫을 부여받는다. 시인이야 욕심이 없으니 오롯이 발견된 이면들은 편 편의 시편들 차지다. 가시거리도 방대하여 빨래의 풍경에서부터 천체의 운행에까지 시인의 눈썰미가 미친다. 세모꼴의 감자 씨앗이 동그랗게 되기까지 땅을 설득했다는(「대답」) 추측의 관찰이 어디 쉬운 일인가. 명징과 상상이 교대하는 그의 세계와 발견해내는 역설들은 상처하나 입지 않고 기꺼이 자신들의 처지를 자리바꿈 해 주는 것이다. 역지사지의 전령傳令으로 규정하는 일에는 미천微賤과 고귀가 따로 없다. 그러함에는 줄기찬 시인의 건각健脚이 뭇 사물을 위로하듯 찾아다니기 때문이다. 첫 시집이라 하기엔 철학적 사유가 편 편에 넘친다. 이는 수많은 혼종들 사이를 상담하는 촉매觸媒의 자세를 시인은 잃지 않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뼛속 깊숙이 끊어진 곳이 많았는지/뚝뚝 물을 끊어서 버리는”(「맑은 날을 매다」) 그런 맑은 날 하나 허공에 매겠다는 시인의 사유건조법이 유독 청명한 가을, 이도훈 시인의 첫 시집에 축하를 보낸다.
- 박해람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