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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빼지 않겠습니다: 사이즈 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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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빼지 않겠습니다: 사이즈 제로

: 세계적인 톱모델 빅투아르의 용기 있는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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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03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280쪽 | 494g | 142*224*20mm
ISBN13 9791186639498
ISBN10 1186639490

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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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빅투아르 도세르
Victoire Dauxerre
뉴욕, 밀라노, 파리 패션위크에서 미우미우, 셀린느, 알렉산더 맥퀸, 바네사 브루노 등 명품 브랜드 패션쇼 런웨이를 누빈 세계적인 프랑스 톱모델. ‘세계 모델 Top20’에 선정될 정도로 패션계에서 유명세를 떨쳤다.
대입 준비를 하던 어느 날 우연히 쇼핑을 하다 길거리 캐스팅이 되어 패션모델로 데뷔하게 된 그녀는 하루 사과 세 개만 먹으며 깡마른 모델만 입을 수 있는 옷 치수인 ‘사이즈 제로’도 넉넉할 정도로 가냘픈 몸매를 뽐내 수많은 사람의 부러움을 샀다. 그러나 패션계의 치열한 경쟁과 비인간적인 업계 시스템으로 극한 외로움과 공허함에 시달리게 되고, 오랜 다이어트와 심리적 불안 끝에 결국 거식증을 겪게 되며 급기야 자살 기도까지 하게 된다. 저자는 톱모델의 현실을 숨김없이 보여주며, 우리 사회에 만연하게 퍼져 있는 미에 대한 잘못된 기준에서 벗어나자는 메시지를 던지기 위해 《살 빼지 않겠습니다》를 집필하게 되었다.
한때 45kg에 33사이즈를 자랑하던 빅투아르는 현재 몸무게 67kg에 66사이즈 옷을 입지만, 어릴 적부터 꿈꿨던 배우가 되기 위해 연극학을 공부하며 그 누구보다 행복한 삶을 즐기는 중이다.
역자 : 서희정
한국외국어대학교 불어과와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을 졸업하고,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닌 일들』이 있고, 『르몽드디플로마티크』 한국어판 번역에도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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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여전히 내게는 말도 걸지 않은 채 주머니에서 줄자를 꺼냈다. 그러고는 내게 다가와 사이즈를 쟀다. 가슴, 허리, 엉덩이, 아니 볼기의 지방덩어리 사이즈를! 결정적 순간이라는 감이 들었지만 테스트에 통과하려면 몇 점을 받아야 하는 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86, 62, 91!” 통과했다는 거야, 아니라는 거야? 셉은 말이 없었다. 플로가 와서 “어때?”라고 물었다. 사이즈를 듣더니 한숨을 쉬며 “좋아, 우선 거짓말을 하자. 그 사이즈로는 옷에 안 들어갈 거야. 절대로 90을 넘으면 안 돼. 히프를 88.5로 하고 나머지 사이즈를 여기에 맞춰. 아직 8주나 남았으니까 살 뺄 시간은 충분해.” 플로는 나를 보며 치아가 다 보이도록 활짝 웃었다. 겉으로는 웃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그런 것 같지 않았다. 그녀는 내게 무척 엄격한 명령을 내리는 중이었다. “슈팅 때는 55도 괜찮아. 살이 좀 쪄도 된다고. 하지만 패션쇼에서는 33이나 44가 맞아야 해. 알겠지?” 그럼요.--- p.36~37

내 몫으로 나온 어마어마한 양의 야채를 다 먹고는 게워내기 위해 화장실로 갔다. 토하는 게 건강에 아주 나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긴급 상황이었고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하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나는 다음 날 해결책을 찾았다. 왜 더 일찍 이 생각을 하지 못했나 싶었다. 엄마는 ‘혹시 모를 경우’를 대비해 언제나 화장품 파우치에 완하제와 다른 비상약을 넣어 다녔다. 매끼 식사 전에 완하제를 적당량 먹으면 음식이 내 신체기관에 남아 있을 시간 없이, 그러니까 음식물 안에 든 칼로리를 몸에 남길 시간 없이 바로 밖으로 나갈 것이다. 그러면 적어도 얼마 남지 않은 가족여행 기간 동안 어제 레스토랑에서 있었던 일을 다시 겪지는 않아도 되겠지. 음식을 약간 더 먹어서 가족들을 안심시킨 뒤에 몰래 완하제를 먹어서 몸 밖으로 내보내면 될 거야. --- p.90

나는 욕실로 갔다. 욕조에 물이 채워지는 동안 또다시 내 몸을 살폈다. 배와 팔과 엉덩이에 지방이 보였다. 48.4킬로그램이었다. 엄마가 문을 두드렸다. 들어오라고 대답했다. 엄마가 문을 열었을 때 엄마의 눈이 위아래로 나를 훑는 모습이 거울에 비쳤다. 엄마는 주저앉아 오열을 터뜨렸다. “빅투아르, 네 꼴 좀 봐. 수용소에서 뛰쳐나온 것 같아!” 엄마는 내가 얼마나 거대한지 보지 못했다. 여기저기 붙어 있는 지방을 보여줬다. 엄마는 계속 울었다. “이 일을 그만둬야겠어. 지금 네가 스스로를 잡아먹고 있어.” 엄마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도통 이해되지 않았다.
엄마가 자리에서 일어나 나를 안으려고 다가왔다. 나는 뒷걸음질 쳤다. 누가 나를 만지는 게 싫었다. 그 사람이 엄마더라도. 아무도 내 몸에 손대지 않았으면 좋겠어. 나는 더 이상 몸이 없어. 더 이상 현실에 존재하지도 않아. 그저 내가 사라지고 모든 게 끝났으면 좋겠어. --- p.251~252

이제 더 이상 춥지 않다. 생리도 규칙적이다. 짜증도 줄었다. 뇌 속에 정보만이 아니라 연극과 문학을 집어넣으면서부터 머리도 훨씬 더 잘 작동한다. 나는 큰 대가를 치르면서 뇌가 제대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포도당과 비타민 B1, 오메가3 지방산, 철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배웠다. 모두 균형 잡힌 식사를 통해 섭취할 수 있는 것들이고, 그렇지 않으면 뇌는 점차 그 기능을 상실하게 된다. 나와 음식과의 관계는 뇌도 어쩌지 못해 여전히 까다롭고 복잡하다. 아직도 가끔 폭식한 뒤 아무것도 먹지 않다가 다시 폭식을 한다. 아무래도 시간이 좀 필요한 듯하다. 그렇게 심각한 문제는 아니다. 이제 내 삶은 오롯이 나의 것이니까.
--- p.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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