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들은 물고기라곤 찾을 수 없는 사막의 침식작용의 흔적처럼 오래된 것이었다.
노인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들은 낡고 늙어 보였지만, 그의 두 눈만은 바다와 같은 빛이었고, 명랑한 듯 했으며, 패배를 거부하는 눈빛이었다.
“산티아고 할아버지”
조각배를 끌어 올려놓고 둑으로 올라가면서 소년은 노인에게 말했다.
“저는 다시 할아버지와 함께 배를 탔으면 해요. 우린 돈을 조금 모았거든요.”
노인은 소년에게 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주었고, 그래서 소년은 노인을 좋아했다.
--- p.24, 「출항 전」 중에서
“양키스 팀이 질 리가 없어.”
“그래도 클리블랜드의 인디언스 팀도 만만치 않을걸요.”
“얘야, 양키스 팀을 믿어라. 훌륭한 디마지오 선수가 있잖니.”
“디트로이트의 타이거스 팀과 클리블랜드의 인디언스 팀도 만만치가 않거든요.”
“그렇다면 신시내티의 레즈 팀과 시카고의 화이트 삭스 팀도 만만치 않다고 봐야겠지.”
“잘 읽어 두셨다가 제가 돌아오거든 얘기해 주세요.”
“그런데 말야, 끝수가 85로 되는 복권을 한 장 사는 게 어떻겠니? 내일이 85일째 되는 날이거든.”
“살 수 있고 말고요.”
소년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 p.35, 「출항 전」 중에서
그 무지갯빛 거품은 아름다웠다. 그것들은 바다에서 가장 못된 생물이었다. 노인은 커다란 바다거북이 이것을 먹는 것을 보면 기분이 좋았다. 거북들은 이것을 보면 주저하지 않고 정면으로 다가가서 눈을 감고는 섬유질 세포를 비롯해서 기포까지 모두 먹어버리는 것이었다. 노인은 거북의 먹는 모습을 보기 좋아했고, 태풍이 지난 뒤의 해변가 모래 위에 밀려 올라와 곳곳에 널려 있는 해파리들을 단단한 구두창으로 디딜 때 ‘펑펑’하고 터지곤 했는데, 그 소리를 듣는 것을 좋아했다.
--- p.63, 「바다로」 중에서
그때 노인은 오른손으로 낚싯줄의 당기는 힘이 달라진 것을 느꼈고, 물 속에 잠긴 줄에 변화가 생긴 것을 보았다. 노인은 낚싯줄에 몸을 기대고 쥐를 풀려고 왼손을 허벅지에 내리치고 있는데, 서서히 낚싯줄이 위로 올라오는 것을 보았다.
“드디어 이놈이 올라오는구나.”
노인은 흥분하며 말했다.
“어서 떠올라라, 제발 어서.”
줄은 천천히 계속 올라오더니 배의 앞쪽 해면이 부풀어오르더니 고기의 모습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고기가 점점 올라옴에 따라 양쪽으로 물이 갈라지며 쏟아져 내렸다. 햇빛을 받아 번쩍거리는 머리와 등은 짙은 자주색이었고, 양옆의 줄무늬는 연보랏빛으로 빛났다. 주둥이는 야구 방망이처럼 길고 끝이 칼날처럼 뾰족했다. 고기는 물 밖으로 온 몸을 드러내 보이더니 잠수부처럼 미끄럽게 다시 물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 p.97, 「청새치와의 만남」 중에서
청새치는 둥근 원을 그리면서 천천히 아름다운 모습을 드러내며 다가오고 있었는데 간혹 커다란 꼬리만이 움직일 뿐이었다. 노인은 고기를 배 가까이 끌어들이려고 온갖 힘을 다 기울였다. 고기는 잠시 배를 드러내 보이며 뒤뚱거리더니 곧 몸을 곧추 세우고 다시 선회하기 시작했다.
“내가 저놈을 움직이게 했어.”
노인은 흐뭇했다.
“내가 결국 움직이게 했던 거야.”
노인은 다시 현기증을 느꼈으나 있는 힘을 다해서 거대한 고기를 끌어당기고 있었다. 자신이 고기를 움직이게 했다고 노인은 생각했다. 아마 이번에는 끝장을 낼 수 있을 거야. 손아, 끌어당겨라. 다리야, 버텨라. 머리야, 날 위해 견뎌라. 제발 정신을 차려라. 이번에는 내가 꼭 잡고야 말겠다.
그러나 노인은 고기가 바싹 다가오기 전부터 온힘을 기울여서 고기를 끌어당겼으나, 고기는 뒤뚱거릴 뿐 다시 몸을 세우고 헤엄쳐 나갔다.
--- p.136, 「청새치의 최후」 중에서
이제 파도에 밀려나기를 기다리고 있는 쓰레기에 불과한 그 큰고기의 등뼈를 가리켰다.
“티뷰론입니다.”
웨이터가 말했다.
“상어의 일종이죠.”
웨이터는 그 동안 이 해변에서 일어났던 일을 서투른 영어로 설명하느라 애썼다.
“상어가 저렇게 멋있고 아름답게 생긴 꼬리를 가지고 있는 줄 몰랐어요.”
“나도 몰랐는걸.”
동행한 남자가 말했다.
그때 길 위 오두막집에서는 노인이 다시 깊은 잠에 빠져들고 있었다. 여전히 엎드린 채였다. 소년은 옆에 앉아서 노인을 지켜보고 있었다. 노인은 사자 꿈을 꾸고 있었다.
--- p.188, 「귀항」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