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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사랑스러운 나의 아내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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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사랑스러운 나의 아내님

: 발달장애 아내와 뇌경색 르포 작가 남편의 웃음과 눈물범벅 2인 3각 생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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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12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280쪽 | 426g | 145*210*20mm
ISBN13 9788998075934
ISBN10 8998075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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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아내는 이른바 성인 발달장애입니다. 동거를 시작한 지 5년째 되던 해에 결혼하여 그로부터 13년 반. 그동안 아내가 악성 뇌종양으로 쓰러지기도 하고 저도 뇌경색으로 쓰러져 고차뇌기능장애를 앓는 등 우여곡절을 거쳐 ‘현재는’ 아주 평화롭게 살고 있습니다. ‘현재’를 강조하는 이유는 둘 다 병으로 쓰러지지 않았다면 우리 집은 공중 분해되었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 「책을 읽기 전에」 중에서

회상하면 할수록 그녀는 규격에서 벗어나 있었다. 몇 살이나 많은 상사에게 멋대로 별명을 붙이고 겁도 없이 반말로 대화를 전개하는데 그들은 모두 편집장격이었다. 존댓말을 못 쓰는 게 아니라 존댓말을 해야만 하는 상대에게는 웬만해서는 다가가지 않는 듯했다. 잔업이 있어서 회사에서 묵게 된 날에는 싫어하는 사원의 개인 물건을 밤중에 가위로 조각조각 잘라서 쓰레기통에 처넣는 흉악한 면모도 지니고 있었다.
--- 「예측 불허, 상상 초월 희한한 아르바이트생」 중에서

“그만두고 싶으면 언제든 그만둬도 돼.”아르바이트를 하고 돌아와 집 방바닥에 녹초가 되어 누워 있는 여자 친구님의 등을 어루만지면 그녀는 놀랄 정도의 악력으로 나의 무릎을 움켜쥐며 “안 그만둬”라고 말했다. 이 무렵부터였을까? 여자 친구님의 정신 구조에서 나는 새로운 발견을 했던 것 같다. 정신적으로 아프다는 건 마음이 여리고 약한 거라고 나는 생각해 왔다. 하지만 여자 친구님이 나에게 우는소리다운 우는소리를 하는 경우는 흔치 않았고, 심하게 고집스러워서 자신의 신념을 꺾지 않았으며, 지기 싫어하는 성격이라 자주 분통을 터트렸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상당히 ‘터프한’ 성격을 지니고 있었다.
--- 「항우울제로부터 독립을 선언하다」 중에서

난 아내님의 죽음을 예감했다. MRI에 찍힌 종양은 원래 좌우가 균등해야 할 뇌의 형태를 크게 일그러트릴 정도로 거대했고, 주치의로부터는 수술 결과 목숨을 건진다 해도 성격이 변할 수도 있다는 말을 들었다. 시시각각 다가오는 수술을, 그저 괴로움에 버둥거리는 아내님의 손만 잡고 기다리는 나날 속에서 나는 믿어 본 적 없는 신에게 기도하며 스스로를 책망하는 수밖에 없었다.
--- 「아내님, 제발 죽지만 말아 줘」 중에서

나로 말하자면 아내님을 잃는 것만 생각했다. 혹시 재발하면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한편 아내님은 어땠나 하면, 사는 것만 생각했다. 불안과 공포뿐인 선고를 받아도 아내님이 눈물을 흘린 적은 딱 한 번뿐이었다. 그 뒤 아내님은 “죽을 때는 죽는 거고, 죽지 않는 인간은 없어”라고 선언하고는 살아 있는 지금을 최대한 즐기는 모드로 훌륭히 자세를 바꾸었다. 아니, 원래 그것이야말로 아내님의 신념 그 자체지만, 인생을 즐기는 모드에 한층 박차를 가한 것이다.
--- 「죽음을 받아들인 아내님과 기적을 일으키기로 한 남편」 중에서

마흔한 살, 나는 뇌경색으로 쓰러졌다. 스스로를 돌아보면 이 뇌경색은 ‘생길 만해서 생긴’ 것이었다. 아내님의 죽음을 생각하는 것은 나에게 몹시 견디기 힘든 일이었다. 당시의 나는 친구에게도 아내님 본인에게도 “얼른 죽고 싶어. 아내님보다 먼저 죽고 싶어”라고 종종 말했다. 그리고 그 죽음의 그림자에 너무나 벌벌 떨었던 나머지, 나는 거의 모든 집안일을 홀로 짊어졌다. 완전히 폭주했던 것이다.
--- 「아내님을 살리고 뇌경색으로 쓰러지다」 중에서

아아, 이제야 몸소 이해했다. 단순히 부자연스러운 느낌을 풍기는 것이나 만사에 서투른 것, 분위기 파악을 못 하는 것, 입을 꾹 다물거나 느닷없이 울음을 터트리는 것, 그런 당사자의 행동 이면에는 이런 괴로움이 있었던 것이다. 부자유함과 괴로움이 같다는 사실을 나는 알지 못했다.
“이제야 내 기분을 알겠어?”
“알겠지만 이건 좀 너무 괴로운걸.”
--- 「이제야 아내님이 이상한 이유를 알겠네요」 중에서

뇌경색으로 쓰러진 후 필사적으로 나를 보살펴 주려고 하는 매일매일의 아내님을 보고 나는 중대한 발견을 했다. 아내님은 내가 뭘 바라는지 늘 생각해서, 여러모로 부족한 부분은 있지만 ‘자신의 능력으로 할 수 있는 최대한’을 해 주려고 노력해 왔다. 반면 내가 해 온 건 ‘내가 좋다고 생각하는 것’이었다. 매일매일 의지하며 지내는 가운데 아내님과 나는 상냥함의 질이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 「환자분에게 필요한 건 로봇청소기입니다」 중에서

실로 오랜 세월을 거쳐 아내님과 나, 우리 부부는 평등해졌다. 아내님에게 여전히 일을 하려는 마음이 없으니 우리 집은 그대로 외벌이 가정이고, 아내님의 집안일에는 시간이 걸리므로 수행하는 집안일의 ‘작업량’으로 보면 아직도 내가 더 많이 하는 것 같지만 우리는 틀림없이 평등해졌다. 뭐가 평등한가 하면 ‘노력하는 양’이 평등해졌다.
--- 「노력하는 양이 평등해진 걸로 충분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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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방법을 이토록 정확하게 알려주는 책은 없었다. 마음 깊은 곳에서 눈물이 난다. 사랑이 흔들릴 때 읽어야 한다.
- 모기 겐이치로 (뇌과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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