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수업이 교사의 설명에 의존하지 않고 학생 스스로의 탐구를 통해 ‘이해’ 하도록 조직된다면 학생들은 좀 더 능동적으로 의미를 구성하게 되고 다양한 자료를 찾아 읽는 능력과 태도가 향상될 것이다. 이처럼 교과 학습을 위해서 다양한 자료를 찾아 읽도록 하는 것이 바로 교과 독서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교과 독서는 국어 교과뿐만 아니라 모든 교과 학습의 기초라고 할 수 있다.--- p.21
학자들은 책 읽기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를 형성하는 데 가장 좋은 방법으로 ‘자기 선택적 독서’를 꼽는다. 자신이 선택해야 읽기 동기가 커진다는 것이다. 경험적으로 익히 아는 바다. 청소년기는 어른이 시키면 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도 절대로 하지 않는다. 청소년들은 손윗사람들보다는 친구들의 이야기에 훨씬 영향을 많이 받고, 남이 시켜서가 아니라 스스로 선택했을 때 그에 대해 책임을 지려 한다. 독서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자신이 알아서 책을 선택한다는 느낌이 들어야 읽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p.47
「소나기」 읽기 수업을 할 때에는 작품을 다시 읽으며 시간과 공간을 나타내는 말에 밑줄을 그어 보라고 했다. 모둠별로 공간을 나타내는 낱말을 조합하여 소년과 소녀가 살았던 이 마을의 모습을 그려 보고 각 장소에서 어떤 사건이 일어났는지를 지도에 함께 적어 보도록 했다. 학생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은 개울가의 어느 쪽에 갈대밭을 두고, 어느 쪽에 메밀밭을 둘 것이냐이다. 한쪽은 소녀가 ‘이 바보’를 외치며 도망간 후 갈꽃을 딴 갈대밭이고, 다른 한쪽은 소년이 소녀가 보고 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고 도망간 메밀밭이다. 어느 쪽이 학교 방향이고, 어느 쪽이 마을 방향일까? 소설의 앞부분을 꼼꼼히 읽어야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 황순원은 사건이 일어나는 장소의 세팅을 꽤나 꼼꼼하게 해 두었다. 소년과 소녀가 멀리 보이는 산까지 산책을 하는 동안 만나는 도랑, 수숫단, 참외 그루에 심은 무밭(원두막이 있던 곳)은 비가 왔을 때 다시 등장하여 사건을 점점 극적으로 만든다. 학생들은 처음에 등장했던 장소에서 사건이 일어날 때 마다 ‘오!’ 탄성을 지르며 작가가 너무 똑똑한 거 아니냐고 연신 감탄한다. --- p.65-66
시집 읽기 수업을 통해 아이들이 만나는 시는 적게는 수십 편에서 많게는 수백 편에 이른다. 낯선 사람도 자꾸 보고 자세히 보면 익숙해지고 정이 드는 것처럼, 시를 자꾸 들여다보게 했더니 학생들이 시를 편하게 여겼다. 시집 읽는 시간을 어색해하지 않고, 시집을 손에 드는 일이 무척이나 자연스러워졌다. 도서관에 가면 시집을 찾는 아이도 생겼다. 그래서 지금은 시를 제재로 하는 다양한 수업에 앞서 시집 읽기 활동을 진행한다. 마음에 드는 시 한 편 정도씩 가슴에 품고 수업을 하니 시가 마냥 어렵다고만 했던 아이들의 투정이 줄어 수업이 할 만하다.--- p.114
이렇게 초고를 완성하고 나면 교사는 학생과 짧게 일대일 대화를 나누며 글감 보충하기 단계로 넘어간다. 대화는 주로 교사가 질문하고 학생이 답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는데, 교사는 초고를 보고 내용 보충이 필요한 부분에 대한 질문을 하면 된다. 예를 들면, “이렇게 생각한 이유가 뭐야?”, “이 경험을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 줄 수 있니?”,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해?” 등을 묻고 학생이 답하면 교사는 “방금 나에게 들려준 이야기를 여기에다 적어 볼 수 있겠니?”라고 말을 하고, 학생은 대답을 토대로 글감을 보충한다.
학생들이 글감 마련하기 활동지를 쓸 때에는 한 번에 깔끔하게 쓴 학생의 활동지보다 고심하고 노력한 흔적이 보이는 활동지를 본보기로 보여 준다. 그러면 다른 학생들도 ‘나도 한번 써 볼까?’ 한다.--- p.139
심사하기 과정에서 나의 목표는 아이들의 이런 반응을 정교화하는 것이었다. 작품에 대해 어떤 말이든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원칙이 자칫 ‘아무말 대잔치’로 귀결되어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동료들과의 대화를 통해 해석 공동체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어떤 평가든 분명하게 말하고 이유를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이 단계에서 해야 할 첫 번째 일은 자연스럽게 심사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어야 했다. 2학기가 시작되자마자 심사 기준을 정해야 했는데, 모든 아이들이 의견을 내고, 그것을 자연스럽게 모아 낼 방법이 필요했다. 고민 끝에 선택한 방식은 피라미드 토론이었다.--- p.179
나만의 책 만들기는 시간이 매우 많이 걸리는 프로젝트여서 결과물보다는 만들기 과정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만드는 과정에서는 각 단계마다 학생들이 성실하게 과제를 이행하였는지는 확인하였다가 그것을 합하여 평가할 수 있다. 책을 읽고 정보를 찾아 정리한 것, 컴퓨터를 통해 정보를 찾아 정리한 것, 계획서를 쓴 것, 체크 리스트 작성한 것 등 교사의 재량에 따라 항목을 가감하여 그때그때 평가할 수 있다.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전에 학생들의 완성 정도가 떨어지는 것은 과제로 부과하거나 남아서 마저 마치도록 하여 다음 단계를 진행하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해야 한다.--- p.261
역사 시간이든 국어 시간이든 아이들의 발표만으로는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었기에 역사 시간에는 시대별로 나누어 직소 방식으로 복습을 시켰고, 국어 시간에는 변형된 직소 방식으로 복습을 했다.
역사 시간에는 맡은 시대에 대해 모둠원들과 함께 공부한 후, 각 모둠에서 한 사람씩 모여 6명의 새로운 모둠을 만들고 6개의 시대에 대해 서로 알고 있는 것을 가르쳐 주는 방식이었다.
친구들이 모둠별로 발표한 시 설명을 이미 한 번 들은 터라 학생들은 다른 시를 공부하는 데 그리 어려움을 느끼지 않았고 모둠 안에서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미처 이해하지 못했던 시를 이해할 수 있었다. 이렇게 프로젝트 수업을 한 내용은 각 교과 지필 평가에도 그대로 반영되었다.--- p.290-291
독서는 배움의 기본이다. 배움을 더 깊게 폭 넓게 하기 위해서는 궁금증을 갖고 스스로 관련 자료를 찾아 읽어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읽기 습관을 우리가 길러 주고 있을까? 학교를 다니는 십여 년 동안 공부를 위한 읽기, 학습 독서를 배워야 학교를 졸업한 이후에도 평생토록 배우면서 살 수 있다. 학습 독서의 습관을 길러 주는 것은 학교를 떠난 이후에 배움이 있는 삶을 선물해 주는 귀중한 일이다. 6개월에 걸친 시대와 문학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는 단계로 학생들의 작품과 소감, 뮤지컬 대본과 사진 등을 자료집으로 묶었다.
--- p.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