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떠난 지 18년
지금은
무엇 하는지 궁금해.
쉴 새 없이 일만 하던 시간들
지금은
무엇 하는지 궁금해.
자나깨나 걱정만 하던 엄마 마음
지금은
무엇 하는지 궁금해.
새벽닭 울기 전에 일어나던 엄마
지금은
무엇 하는지 궁금해.
지금은
무엇 하는지 궁금해.
--- p.24 「엄마 생각」 중에서
주말이면 서산 집을 찾는다. 2008년, 따듯하고 온화한 마을을 찾고 또 찾아 발견한 곳이 서산시 음암면 신장리 터이다. 그때만 해도 주위에 세 집, 윗마을에 한 집 이렇게 조용한 동네였다. 나는 약 3,000평 정도 되는 뒷산을 샀다. 소나무로 우거진 동산. 동산에 올라 멀리 가야산을 보면, 참으로 마음이 확 트이는 기분이었다. ‘아! 이곳이다.’생각하고, 바로 부동산을 하는 후배에게 부탁해서 다음 날 계약을 했다. 회사에 필요한 교육 시설이며 주말이면 쉴 수 있는 터전을 이곳에 만들기로 마음먹고 하나씩 계획을 짜면서 일을 했다.
이곳에 집을 지으려면 동네 분들에게 허락을 받고 신세도 져야 하므로 제일 먼저 친교를 시작했다. 다음, 도로를 만들고 하수도를 만들고 집을 짓기 위한 토목공사를 시작했다. 앞 뒤로 산을 만들고 앞뜰에는 넓은 잔디밭을 만들어 손자들이 놀 수 있도록 구상을 했다. 또한 1층에는 약 40평 남짓 되는 공간에 교육 시설을 마련하고, 50평 정도 되는 2층은 내가 살 수 있도록 실용적인 구조를 생각하여 설계했다. 우선 안방과 서재를 만들고, 안방과 거실에 화장실을 각각 하나씩 두었다. 부엌도 거실에 붙어 있는 부엌과 밖에서 쓰는 부엌 구조로 2중으로 하고, 거실을 최대한 넓게 설계하였다. 우리 집에 들어서면 거실이 너무 넓어 오는 사람마다 감탄을 한다.
일년에 걸쳐 집을 짓고 나무를 심고 뒷산을 정리했다. 소소하게 가꿀 수 있는 텃밭도 만들었다. 3층에는 직원이나 손님들을 위한 세 개의 방이 있다. 그 위에는 다락방을 만들어 비밀스러운 멋도 갖추었다.
10여 년이 지난 지금, 그때 심은 나무가 너무 무성하여 해마다 나무를 제거하는 일이 나의 일이다. 작년에는 대대적으로 나무를 전지하고 베고 하여 조금은 엉성해 보일 정도였다. 그러나 일년이 지나자, 또다시 집 주위가 숲처럼 무성하다. 숲이 있으니 자연히 새들이 많다. 새벽에 창문을 열면 들려오는 갖가지 새들의 합창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소리의 향연이다. 옆 동네 닭의 울음소리를 합치면 오케스트라다.
작년까지는 진돗개인 ‘마루’와 영국산 레트리버인 ‘아이비’가 있어서 함께 멍멍 짓기도 했는데, 집을 관리하는 아줌마가 없어 후배에게 분양했다. 그들이 없으니 섭섭한 것은 물론 마음 한구석 텅 비어 있는 것만 같다. 특히 손녀, 손자들은 ‘마루’와 ‘아이비’가 없다고 불만이 대단하다. 어쩔 수 없어 분양하기는 했으나, 마음이 아프다. 아내는 마루와 아이비가 떠나는 날 ‘펑펑’ 슬피 울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시간. 2020년 7월 5일 일요일 새벽 4시경이다. 밖은 칠흑의 어둠이 깔려있다. 숲속의 새들은 아마도 아침 연주를 위하여 연습하고 있다.
캐나다에서 공부하는 딸아이와 손녀, 손자가 7월 7일에 귀국한다. 코로나 때문에 2주간의 격리에 들어가야 하므로, 격리장소를 이곳 서산으로 정했다. 날이 밝는 대로, 가족들이 보름 동안 먹을 것, 쓸 것, 사용할 물건들을 준비해야겠다.
멀리 가야산 속에서 ‘밝음’이 조금씩, 조금씩 나를 찾아오고 있다. 여름이지만, 이곳 산 어귀는 찬 기운이 있어 밤에는 이불을 꼭 덮고 잔다. 어둠이 조금씩 거치고 앞산 소나무들의 형체가 밝아온다. 새들이 노래를 시작할 시간이다. 이제는 그만 쓰고 그들과 같이 하루를 맞이해야겠다.
--- p.138 「서산 집」 중에서
소쩍소쩍
소쩍새의 울음이
이리도 애끓는 심정인 줄
미처 몰랐습니다.
삼십년 키워 보낸
엄마의 심정이
그리도 애끓는 심정인 줄
미처 몰랐습니다.
밤마다 밤마다
별을 보며 너를 보냄이
이토록 애끓는 심정인 줄
미처 몰랐습니다.
맥없는 너의 얼굴이
절이도록 애끓는 심정인 줄
나는 미처 몰랐습니다.
세월이
흘러갑니다.
아직도 애끓는 심정은
그리움입니까?
--- p.204 「그리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