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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재밌는 일이 일어날 것만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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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재밌는 일이 일어날 것만 같아

: 우리는 일요일마다 그림을 그리는 것뿐인데

아방 글그림 | 상상출판 | 2022년 05월 11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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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5월 11일
쪽수, 무게, 크기 304쪽 | 386g | 128*188*18mm
ISBN13 9791167820730
ISBN10 116782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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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비하면 그림은 혼자 하는 연주라서 눈치 볼 필요가 없다. 게다가 그걸로 공연을 할 것도 아니니 실력이 부족한 것을 걱정할 필요도 없다. 똥손이라지만 남의 연습장에 똥칠을 하는 것도 아니고, 기껏해야 친구들 몇 명이 보면서 놀릴지는 모르겠으나 이름 갖고 놀리는 것과 비슷한 정도의 수준으로 마음 쓰지 않아도 되는 놀림이다. 보통은 나만 관심 있는, 나의 연습장에 하는 것이 그림이란 말이다.
--- p.18

그때 꿈꾸던 인생은 지금 없을지 모르지만, 서로 공유했던 꿈은 자국처럼 남아있다. 나 역시 몇몇 꿈들로부터 멀어졌을 것이다. 수많은 사연에 덮였을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 인생을 있게 한 꿈을 기억하는 친구는 아마 내 곁 어딘가에 있을 거라 생각한다. 꿈에서 출발한 인생. 이루었든, 이루지 못했든, 꿈에서 멀어지기 마련이지만 출발점을 기억하는 사람이 있는 한 꿈은 빛 바라지 않을 것이다.
--- p.131

그림에 10년간 정성을 쏟고 기꺼이 소중한 것을 내어주며, 무언가를 아끼지 않았던 건 열정 때문이었다. 열정이란 게 있기 때문에 시간과 돈의 굴레에서 조금은 벗어날 수 있는 것 같다. 여기서 열정은 청춘을 대표하는, 불같이 활활 타오르는 빨간색 에너지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사람을 어쩔 수 없이 움직이게 하는 작은 불씨, 최소한의 연료랄까? 용기를 낼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불씨 말이다. 그래, 열정이라는 단어는 듣기만 해도 약간 피곤해지는 어감을 띠니 불씨라고 해야겠다. 톡 던져서 꺼져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 p.143

그림도 마찬가지다. 어차피 그림을 그리다 보면 틀리거나 마음에 안 드는 구석이 생기는데 지우개가 없으면 고칠 수 없다. 지우개를 써서 똑같은 자리 주야장천 고치면서 시간을 보낼 바에 새로 몇 장 더 그리는 게 오히려 낫다. 멤버들을 지켜본 결과, (어디까지나 나의 주관적 연구 결과이긴 하지만) 지우개를 버릇처럼 쓰지 않았을 때 실수에 더욱 너그러워지는 걸 느꼈다. 자신감도 쑥쑥 는다. 지우개를 갖고 있으면 오히려 더 불안해했다. 지우개 따위 버리면 우리는 더 건방지게 살 수 있다.
--- p.173

누가 알아줘야만 간신히 명함 귀퉁이 수줍게 내밀 수 있는 프로들의 세계에서, 이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내가 하고 있는 것들이 하등 보잘것없는 것처럼 여겨져 의기소침할까 봐, 멤버들에게 하는 말을 빌려 재차 되뇐다. 우리는 스스로 다 예술하는 사람들이니까 평가에 목매거나 흔들리지 말자고. 우리의 작품을 귀하게 생각하자고.
--- p.218

“왜요? 거기 영혼 쏟아부었는데 실패할까 봐 그러죠? 틀리면 다시 그려야할까 봐 그러죠? 피카소도 그러는데! 피카소도 그러는데 딱 우리 같은 보통 사람이 실패하는 건 너무 당연하지 않나요? 저도 자주 머뭇거려요. 그런데 해보니깐, 여러 장 실패하고 나니까 ‘짜잔’하고 한 장 나오긴 하더라고요. 딱 한 장 그려서는 절대로 맘에 드는 그림으로 안 나올 거예요. 어차피 마음에 안 들 거니까 일단 그립시다. 백 장을 그릴 용기를 가져요. 같이 하면 됩니다! 만약에 단 한 번 만에 무언가 완성하고 싶다면, 그 그림이 별로라고 섭섭해하면 안 돼요. 우리의 작품이 별로인 건 별로인 거고, 귀한 건 귀한 거예요.”
--- p.223

어떻게 그리고 싶은지에 대한 고민은 한 번도 빠짐없이 어떻게 살고 싶은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라는 질문으로 연결된다. 고로 작품을 하려면 내 삶을 잘 알아야 한다. 삶의 방향이 작품의 방향이 되고 삶의 색깔이 작품의 색깔이 된다. 흔들릴 때마다 허튼 길로 빠지지 않도록 만든 나만의 문법은 그림 그리다가 갈팡질팡할 때도 지지대를 똑바로 세워 준다.
--- p.252

‘보통 재밌는 인간이 아니네’라는 소리를 듣고 싶다. 잘난 것보다 재밌는 걸 하고 싶다. 잘난 삶보다 재밌는 삶을 살고 싶다. 잘난 사람보다 재밌는 사람과 함께 하고 싶다. 잘난 척보다 재밌는 척이 쉽다. 잘난 그림보다 재밌는 그림을 그리고 싶다. 내 수업 역시 ‘나’ 또는 ‘나의 그림’처럼 재밌는 시간으로 입에 오르내린다면 좋겠다.
--- p.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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