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포는 걷는 것 그 자체를 좋아한다.
지금은 일을 마치고 귀가한다는 목적으로 걷고 있지만, 평소에도 산포는 자주 집 주변을 어슬렁거린다. 어슬렁어슬렁 어슬렁어슬렁. 성별에 따라서는 십중팔구 수상쩍게 여겨질 테고, 사실 같은 집 앞을 몇 번이나 지나는 바람에 마당에서 놀던 아이들이 째려본 적도 있다. 물론 쏜살같이 내뺐다. 부모가 나오면 변명할 자신이 없다.
걷는 것을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서, 산포는 발을 앞으로 내밀기만 하면 그만이어서라고 생각한다. 몹시도 무의미하고 얼빠진 이유지만, 산포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그 무의미함이 소중하다고도 생각한다.
--- 「무기모토 산포는 걷는 게 좋아」 중에서
붕어빵 가게 앞에 서서 “하나 주세요”. 가게 언니가 막 입을 열려는데 말을 막으며 “바로 먹을 거예요!”라고 외치기. 의욕이 너무 넘쳤는지, 역시나 후후후 웃음을 사는 바람에 민망해진 감정도 따끈따끈한 붕어빵이 걸으며 먹을 수 있게 종이에 싸여 나오면, 입안에 퍼질 맛의 예감으로 바뀌어 머릿속이 채워진다. 맛의 예감으로 먼저 만족할 수 있는 여자, 산포.
“늘 고맙습니다.” 그 인사를 받고 실수로 “잘 먹었습니다” 하고 먹지도 않았으면서 말해버린 것도 만족스러운 산포는 깨닫지 못했다. 모처럼 버벅대지 않고 말했는데.
--- 「무기모토 산포는 연상이 좋아」 중에서
“어떻게 변해도 괜찮아. 네가 아무리 엉망진창이 되더라도 아무것도 안 되더라도 네가 죽더라도, 적어도 너를 여전히 좋아하는 내가 있으니까. 안심하고 살아줘.”
그가 페트병을 세게 움켜쥐는 소리가 났다.
“그런 느낌이야.”
좀 더 그럴싸한 말로 정리할 수 있다면. 좀 더 그럴싸하게 그의 마음을 긍정적으로 되돌릴 말을 건넬 수 있다면. 그러나 아무리 고민해도 이게 산포다.
--- 「무기모토 산포는 네가 좋아」 중에서
“산포, 생선조림 먹을래?”
“아니요, 이런저런 이유로 만들지 못해서.”
“응, 그러니까 내가 만든 거.”
“헤?”
그건 무슨 소리.
“우리 집, 여기서 금방이야. 바로 저 앞. 가자미조림 만들 테니까 먹고 갈래?”
이것은 다정함인가 길들임인가. 어느 쪽인지 몰라도 산포는 박치기라도 할 기세로 선배를 향해 고개를 열심히 끄덕였다.
“머, 먹고 갈게욧!”
이것저것 따져보고, 당연히 선배의 무서움과 자신의 낯가림과도 상담했으나 산포의 머릿속에서 그런 생각은 전부 식욕이라는 불도저에 일소됐다.
--- 「무기모토 산포는 부르봉이 좋아」 중에서
무기모토 산포는 꿈이 있다. 흔하면서도 엉뚱하고 절대 시시하지 않은 꿈. 무기모토 산포로 태어나서 다행이라고, 살아 있는 동안 최대한 많이 생각하고 싶다. 그리고 죽기 직전에 행복했다고 생각하고 싶다. 일생이 한 편의 이야기라면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이고 싶다. 근사한 엔딩, 타협 없는 착지점으로 가기 위해 산포는 매일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구체적으로는 매일 문득 “행복해지고 싶어~”라고 중얼거릴 뿐이지만, 매일 꿈을 그리느라 여념이 없다.
--- 「무기모토 산포는 몬터레이가 좋아」 중에서
그냥 이대로 출근할까. 무리일까. 시내에 가면 멋있는지 아닌 건지 모를 옷을 입은 사람이 얼마든지 있으니까 이불쯤은 입어도 괜찮지 않나. 그렇게 생각한 산포지만, 예전에 잠에 취해 잠옷 차림으로 출근하려다가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깨닫고 쪽팔려서 새빨개졌던 일을 떠올렸다. 또 쪽팔려서 제자리에서 바동거린다. 흑역사다.
결국 산포는 기합을 넣어 이불에서 튀어나오지 못했다. 타협안으로 홑이불만을 몸에 두르고 일어나 우선 커튼을 젖혔다. 화창하다. 축축하지 않아서 좋지만 복사냉각 현상이 심각하겠다. 으으, 이불로 돌아가고 싶어.
--- 「무기모토 산포는 오늘이 좋아」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