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ES24.COM

확장메뉴
주요메뉴


어두울 수 없는 밤
중고도서

어두울 수 없는 밤

윤찬모 | 청어 | 2022년 07월 2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정가
18,000
중고판매가
13,860 (23% 할인)
상태?
최상 새 상품에 가까운 상품
YES포인트
배송안내
  • 배송비 : 3900원(선불) ?
  • 굿북스에서 직접배송
  • 도서산간/제주지역의 경우 추가 배송비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구매 시 참고사항
  • 중고샵 판매자가 직접 등록/판매하는 상품으로 판매자가 해당 상품과 내용에 모든 책임을 집니다.

  •  한정판매의 특성상 재고 상황에 따라 품절 가능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7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392쪽 | 682g | 152*225*30mm
ISBN13 9791168550506
ISBN10 1168550505

업체 공지사항

★여러권이상 또는 무게초과시택배비용이 추가됩니다.★
소량기준의 택배비 기준 입니다. 택배사에서 무거우면 기본 택배비 금액에 안가져가십니다. 그래서 부득이하게 택배비를 추가로 받는경우가 생깁니다. 이점 참고하여 주문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수십권 주문시 발송 불가입니다.!!

중고도서 소개

최상 새 상품에 가까운 상품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목이평 땅을 꿰뚫어 흐르는 강을 앞에 두고 갈문산 삼태골 밑에는 드넓게 펼쳐진 논들이 말라가고 있었다. 심는 건 사람의 일이고 키우는 건 하늘의 일이라서 농사는 땅과 하늘의 시절궁합이 맞아야 곡식을 낳는다고들 했다. 비는 스스로 오는 게 아니고 하늘이 땅에게 내려 주신다고 하는데도 모두들 비, 당신 스스로 이 땅에 내려오시기만 고대하고 있었다. 주봉인 갈문산 줄기에서 구름봉, 가말봉을 타고 이어 내린 삼태골 아래, 양강을 내려다보는 평말·빈들·새마니 삼동에는 만석지기, 혹은 천석지기들 몇몇만이 주인 행세하는 전답을 수십 년 동안 일백여 소작인들이 얻어 부쳐 먹고 있었다.

가말봉 아래로 삼동 가운데에 펼쳐진 너른 들은 삼태골에서 내려오는 물만으로는 어림도 없어 해마다 물이 귀했다. 올해도 곡우에 하늘에서 못자리 돕는 비를 찔끔 주고 난 후로 이슬비 한 번 안 내려, 벼 포기가 벌기도 전에 애지(愛池)는 바닥을 드러내고 우렁이 잡는 아이들을 불러들였다. 가말봉에서 불어 내리는 마른 바람은 벌써부터 잔뜩 심술이 나 있었는데 아직 아무도 그 눈치를 채지 못했다. 물이 잦아드는 애지 아래 논자리로 모여든 사람들은 물기 없는 들판을 보고 한숨지으며 멀찌감치 떨어져 인정머리 없이 흘러가는 강물만 안타깝게 내려다보고 있었다. 비탈져 멀어보였지만 애지에서 강변까지는 불과 한 달음밖에 안 되었다.

“그래도 무슨 방도가 있을 거여. 바로 밑에 강물이 흐르는데 벼 포기가 이렇게 목이 말라 죽는다니. 벼들이 너무 억울해서, 원.” 집게손으로 눈곱을 떼어 비비던 평말의 덴동네가 말문을 열었다. 대장간에서 풀무질하다 갑자기 터져 나온 불에 슬쩍 끄슬렸다는 얼굴이 울퉁불퉁했다. “하늘이 미쳐서 물이 거꾸로 흐르는 조화를 부린다면 모를까 저 물을 예까지 무슨 수로 퍼 올린다고.” 핀잔을 주는 쪽은 빈들의 까우기다. 아침이면 가죽나무 근처로 몰려와서 빙빙 돌며 까욱거리는 까마귀 같은 얼굴에 이름을 붙여 삼동 사람들은 그를 까우기라고 했다. 덴동네가 거친 얼굴을 하늘에다 내보인다. “그렇다고 이렇게 손 놓고 있을 순 읎지. 기우제라도.” 기우제라니. 가뜩이나 마른 인심에 제물조차 추렴이 어려웠다. 미꾸라지 잡던 웅덩이고, 물 길어 먹던 샘터고, 물이라는 물은 모두 퍼다 논에 부었지만 모래사장에 물 들어붓기였다. 뿌리라도 적셔보려고 못자리에 붓는 물은 쩍쩍 갈라지는 틈으로 흔적도 없이 스며들고 말았다. 덴동네가 돌아서서 허리끈을 풀러 고의춤을 펼치더니 세찬 오줌발을 갈라진 논바닥에 쏟아냈다.

“이거라도 먹고 목 좀 축여라.”
“쯧쯧쯧, 간기가 너무 세서 어쩌누. 세상이 다 가물어도 저놈에 오줌보에선 장마가 지는구먼.”
다시 바지를 여미고 허리끈을 매며 사추리를 움츠려 진저리치는 덴동네의 엉덩이를 보고 짖어대듯 깐죽이는 쪽은 까우기다. 한 바가지도 못되는 오줌만으론 어림도 없다. 밤새 바람이라도 강에서 빈들 쪽으로 분다면 축축한 기운을 머금고 올 테지만, 하늘에서 산을 타고 내리 부는 바람은 습기마저 바위서덜에 씻기고 뜨거운 땅 기운에 덥혀져서 벼 잎에 남은 몇 방울 이슬마저 남김없이 씻어 내리고 있었다. 모두 답답해서 눈을 뜨자마자 마른 바람에 홀리듯 애지 밑 논두렁길로 나와 마른 물꼬에 둘러서서 한마디씩 해대는 말들은 궁리만 무성할 뿐, 이렇다 할 방도를 내놓지 못했다.
“그래도 강물을 퍼 올려야지.”
“거서 여가 얼만데.”
“물을 마차로 실어서라도.”
“마차? 삼동에 땅 쥔 영감태기들이 선뜻 내 놀까?”
덴동네 제안에 까우기가 초를 치며 옥신각신한다. “글쎄.”
“이게 다 당신네 농산데 뭘 주저해. 강물이라도 퍼 올리겠다는 우릴 고마워해야지. 땅 쥔들이 이 가뭄에 말라가는 논에다가 뭘 한 게 있다고.”

까우기는 근동에서 하늘같이 떠받들어야 할 황 토주를 그렇게 깎아내리다가 그의 밑에서 밥 벌어먹고 사는 조진창과 눈이 마주치자 고개를 돌렸다. 그 눈치 틈으로 까우기가 또 끼어들고 덴동네가 지지 않으려 한다.
“삼동에 있는 마차를 모두 끌어낸다면 모를까.”
“못 낼 게 뭐 있나. 이런 때 안 쓰면 마찰 뒀다가 황 토주 첩실들일 때나 쓸려고?”
구미가 당기는 일이었다. 그렇게라도 물을 실어다가 흠뻑은 못 되지만 감질나게나마 벼 뿌리라도 적신다면 며칠은 더 버틸 수 있을 것 같았다. 까우기와 덴동네가 주고받는 말에 고집불통 황 토주네 편이어야 하는 조진창이 오히려 덴동네 쪽을 거들고 나섰다. “삼동에 아낙들까지 모두 물동이를 이고 나서더라도 논바닥을 적셔야 해여.” 누구에게나 간절했기에 모처럼 우연찮게 모인 삼동에 상일꾼들은 이제야 죽이 척척 맞았다. 바로 그때에 삼태골 바로 밑, 새마니 쪽에서 황 토주 댁 상머슴 감쇠가 누렁소를 앞세워 논두렁길로 걸어오고 있었다. 사람들은 햇볕에 그을린 그의 얼굴에 빗대어 깜새라 부른다. 누런 등에는 길마자국이 깊이 패여 딱지가 졌다. 외양간에 있던 농우 두 마리 중에 이태나 더 늙은 놈이다.

“등빈 소를 어디로 끌고 가는 거여? 시방.” 까우기는 대답을 못 들으면 논두렁길을 막겠다는 투로 대들어 물었다. “쉬잇. 제물감이라우.”
“제물?” 황 토주가 신주처럼 위하던 농우가 제물이라니. 덴동네는 당치도 않다는 투다. “기우제를 지내신다네유.” 깜새는 막아선 까우기 앞에서 어서 비키라고 황 토주 영감을 팔아댔다. “없애면 농사는 뭘로 짓고?” 덴동네가 그 집 걱정할 일은 아닌데도 오지랖 넓게 참견하려 든다. “비 안 오면 농사도 없는 거여. 이놈을 바쳐서라도 비를 얻어야지. 소는 또 구해 들이면 되지만 비 없는 농사는….” 조진창의 돌연 역성에 덴동네가 슬며시 끼어들어 핀잔이다.
“저걸 잡아서 기우제로 바친다면 여태껏 우리가 강물을 푸자고 한 얘기는 모두 헛말 되는 거 아녀? 소 잡아 하늘에 바치고 나면 마차는 사람이 끄나? 쟁기에 써레질은 어느 삼 년에 송아지 키워서 가르치고.”
“그 어른께도 무슨 심이 있겠지.”

까우기가 비꼬자 조진창이 황 토주 쪽 역성을 들었다. “깜새. 이러지 말고 우리 토주 영감한테로 가보자고.” 일꾼 중에 행세깨나 하는 조진창이 앞섰다. 소는 잠시 멈춘 사이에도 논두렁에 물기 없는 풀을 뜯고 있다가 깜새가 당기는 고삐에 이끌린다. “강물을 퍼 올리겠다고? 턱도 없는 소릴.” 일꾼들을 이끌고 올라온 진창이 앞에 나서서 마차로 강물을 퍼 올리겠다고 하자 옥니배기 황 토주는 턱 높은 사랑에서 아자살문을 얼굴만큼만 열고 내려다보며 타박했다. “빈들 삼동에 마차를 모두 내서라도 물을 퍼 올린다면….” 물러서지 않고 덴동네가 한발 앞서서 재차 허락을 구했다. 자신 있게 몰려왔지만 토주 앞에서는 모두 말을 더듬거리다가 양 볼에서 우물우물 맴돌고 말았다. 기우제는 나중에 드리더라도 우선 물을 퍼 보자며 진창이 앞에 나서 다시 한 번 간살맞게 고개 숙이고 허락을 청했지만, 황 토주는 꿈쩍도 안 하고 깜새가 소를 제멋대로 되끌어온 데에만 괘씸스러워했다.

“농사는 하늘이 짓는 거여. 사람이 제멋대로 뭘 하겠다고.”
“앞강에 철철 넘치는 물을 두고 논을 말리니 지들도 속이 타서 그렇지유.” 진창이 물러날 기세가 아니다.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말을 이었다.
“하늘이 굶기면 굶어야 하나요? 방도를 찾아야지요.”
“소용없어. 하늘에 빌어야지. 어서 준비나 해. 미련하기는.” 몇몇이 영감의 마음을 돌리려고 청했지만 꾹 다문 입을 다시 열줄 모르더니 이내 문을 닫아버렸다. “깜새. 이놈! 뉘 말을 듣고 소를 되 끌어와?” 하는 호령이 창호지를 뚫고 나왔다. 기우제를 지낸다고 해서 선뜻 비를 내려 줄 하늘이 아니었다. 구름이 있어야 비가 올 텐데 벌써 두어 달째 하늘엔 구름 한 점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잔인한 햇볕은 옛날 덴동네 대장간에 이글거리던 노(爐)처럼 뜨겁게 빈들을 달궜다. 하늘도 황 토주의 성질을 닮아 성깔이 황소고집이다. 미련하다며 닫히는 문소리가 진창의 머리를 세게 때렸다. “저놈의 쇠심줄 같은 늙은이.” 진창의 중얼거리는 소리는 얇은 창호지도 못 뚫었다.
“그럼 소는 도로 끌고 가면 되는 거지유?” 일없다는 표정으로 깜새는 소고삐를 다시 잡았다. “그럼 새마니 사람들은 빠지게. 우리 평말하고 빈말에선 오늘부터 강물을 푸러 나가네.”
---「야소귀신」중에서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상품정보안내

  •  주문 전 중고상품의 정확한 상태 및 재고 문의는 PC웹의 [판매자에게 문의하기]를 통해 문의해 주세요.
  •  주문완료 후 중고상품의 취소 및 반품은 판매자와 별도 협의 후 진행 가능합니다. 마이페이지 > 주문내역 > 주문상세 > 판매자 정보보기 > 연락처로 문의해 주세요.

판매자 정보

  •  대표자명 : 김배성
  •  사업자 종목 : 전자상거래(서적)
  •  업체명 : 수도서림(김배성)
  •  본사 소재지 : 서울특별시 광진구 중곡동 18-99 수도서림1층
  •  사업자 등록번호 : 309-94-90446
  •  고객 상담 전화번호(유선) : 010-9191-3383
  •  고객 상담 이메일 : sudobook@naver.com

부적합 상품 신고하기 신고하기

  •  구매에 부적합한 상품은 신고해주세요.
  •  구매하신 상품의 상태, 배송, 취소 및 반품 문의는 PC웹의 판매자 묻고 답하기를 이용해주세요.
  •  상품정보 부정확(카테고리 오등록/상품오등록/상품정보 오등록/기타 허위등록) 부적합 상품(청소년 유해물품/기타 법규위반 상품)
  •  전자상거래에 어긋나는 판매사례: 직거래 유도

배송/반품/교환 안내

배송 안내
반품/교환 안내에 대한 내용입니다.
배송 구분 판매자 배송
  •  택배사 : 한진택배 (상황에 따라 배송 업체는 변경 될 수 있습니다.)
  •  배송비 : 3,900원 (도서산간 : 6,000원 제주지역 : 6,000원 추가 배송비 발생)
배송 안내
  •  판매자가 직접 배송하는 상품입니다.
  •  판매자 사정에 의하여 출고예상일이 변경되거나 품절이 발생될 수 있습니다.
반품/교환 안내

상품 설명에 반품/교환과 관련한 안내가 있는경우 아래 내용보다 우선합니다. (업체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반품/교환 안내에 대한 내용입니다.
반품/교환 방법
  •  고객만족센터(1544-3800), 중고샵(1566-4295)
  •  판매자 배송 상품은 판매자와 반품/교환이 협의된 상품에 한해 가능합니다.
반품/교환 가능기간
  •  출고 완료 후 10일 이내의 주문 상품
  •  디지털 콘텐츠인 eBook의 경우 구매 후 7일 이내의 상품
  •  중고상품의 경우 출고 완료일로부터 6일 이내의 상품 (구매확정 전 상태)
  •  모바일 쿠폰의 경우 유효기간(발행 후 1년) 내 등록하지 않은 상품
반품/교환 비용
  •  고객의 단순변심 및 착오구매일 경우 상품 반송비용은 고객 부담임
  •  직수입양서/직수입일서중 일부는 변심 또는 착오로 취소시 해외주문취소수수료 20%를 부과할수 있음

    단, 아래의 주문/취소 조건인 경우, 취소 수수료 면제

    •  오늘 00시 ~ 06시 30분 주문을 오늘 오전 06시 30분 이전에 취소
    •  오늘 06시 30분 이후 주문을 익일 오전 06시 30분 이전에 취소
  •  직수입 음반/영상물/기프트 중 일부는 변심 또는 착오로 취소 시 해외주문취소수수료 30%를 부과할 수 있음

    단, 당일 00시~13시 사이의 주문은 취소 수수료 면제

  •  박스 포장은 택배 배송이 가능한 규격과 무게를 준수하며, 고객의 단순변심 및 착오구매일 경우 상품의 반송비용은 박스 당 부과됩니다.
반품/교환 불가사유
  •  소비자의 책임 있는 사유로 상품 등이 손실 또는 훼손된 경우
  •  소비자의 사용, 포장 개봉에 의해 상품 등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예) 화장품, 식품, 가전제품, 전자책 단말기 등
  •  복제가 가능한 상품 등의 포장을 훼손한 경우 : 예) CD/LP, DVD/Blu-ray, 소프트웨어, 만화책, 잡지, 영상 화보집
  •  소비자의 요청에 따라 개별적으로 주문 제작되는 상품의 경우
  •  디지털 컨텐츠인 eBook, 오디오북 등을 1회 이상 다운로드를 받았을 경우
  •  eBook 대여 상품은 대여 기간이 종료 되거나, 2회 이상 대여 했을 경우 취소 불가
  •  모바일 쿠폰 등록 후 취소/환불 불가
  •  중고상품이 구매확정(자동 구매확정은 출고완료일로부터 7일)된 경우
  •  LP상품의 재생 불량 원인이 기기의 사양 및 문제인 경우 (All-in-One 일체형 일부 보급형 오디오 모델 사용 등)
  •  시간의 경과에 의해 재판매가 곤란한 정도로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이 정하는 소비자 청약철회 제한 내용에 해당되는 경우
소비자 피해보상
  •  상품의 불량에 의한 반품, 교환, A/S, 환불, 품질보증 및 피해보상 등에 관한 사항은 소비자분쟁해결기준(공정거래위원회 고시)에 준하여 처리됨
환불 지연에
따른 배상
  •  대금 환불 및 환불 지연에 따른 배상금 지급 조건, 절차 등은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리
  •  쿠폰은 결제 시 적용해 주세요.
1   13,860
뒤로 앞으로 맨위로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