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 생선 메뉴를 찾으시는 몇 안 되는 손님과 자신의 발전을 위해서 계절마다 정말 맛있는 제철 생선 초밥을 반드시 만들겠다는 사명감까지 느끼게 되었다.
물론 결과는 항상 좋지가 않다. 특히 겨울철에는 일본산 방어를 사용하면 마진이 많이 남을 테지만 국내산만을 고집하다 보니 매출이 늘어나는 겨울철에도 적자를 면치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처음부터 시장이 크지 않은 곳임을 알고 있었다. 기껏해야 4만 명 안팎의 작은 동네지만 고집 센 요리사의 ‘멍청한 사명감’으로 지금도 계절이 바뀔 때마다 6년째 제철 생선 초밥을 내놓는다.
“이런 것이 ‘셰프 삶’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셰프의 삶’을 살아가는 나에게는 ‘나쁜 메뉴’란 있을 수가 없다.
“주방 일을 본업으로 살아가다 보면 언젠가는 선택해야 한다.”
‘장사꾼의 삶’을 살 것인지 ‘셰프의 삶’을 살 것인지 선택은 둘 중 하나이다.
나는 가난한 ‘셰프의 삶’을 선택했다. 엄밀히 말하자면 ‘장사꾼의 삶’을 포기한 것이다. 상업주의에 빠져 요리사가 장사꾼이 되고 ‘제철 메뉴’를 내놓는 일에 소홀히 한다면 그 업장과 ‘셰프의 삶’은 쇠락의 길로 빠져버릴 것이다. 비록 업장은 유지될 수도 있겠지만 결코 즐겁게 요리하는 ‘셰프의 삶’은 살 수는 없을 것이다.
---pp.26~27 「팔리지 않는 메뉴는 나쁜 메뉴일까?」 중에서
즉 “주방에서 3만 시간 이상을 보낸 사람이 필요하다.”
나는 이것을 ‘3만 시간의 법칙’이라 부른다. 10년은 의사 선생님이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전문의를 딸수 있는 시간이다. 천주교 신부님이 대학을 마치고 사제서품을 받기 위한 최소한의 시간이기도 하고 중고등학교와 대학 졸업을 한 사회 초년생의 학력을 나타내기도 한다. 10년이라는 시간은 어떻게 보면 길기도 하지만 짧다면 정말 짧은 시간이다.
요즘같이 100세 시대를 살아가는 가는 우리에게 음식에 있어서만큼은 ‘1만 시간의 법칙’을 들먹일 수는 없다. 섬세한 요리 실력을 갖추기에는 1만 시간은 너무나도 짧기 때문이다. 세상은 너무 빨리 변화하고 있고 사람들의 입맛과 감각은 너무나도 예리하다. 하루 12시간 주6일을 일하는 주방 경력자들 앞에서는 ‘1만 시간의 법칙’ 따위는 통하지 않는다. 최소 ‘3만 시간’을 버터야 한다. 그리고 최고의 요리사가 되기 위해 다시 한번 도전하라!
---pp.54~55 「최고의 요리사를 만드는 3만 시간의 법칙」 중에서
살아있는 요리를 맛보면 상상력과 추진력에 박차를 가하게 된다.
영산포의 홍어 1번지 홍어 요리와 기타 반찬들도 맛있었지만, 홍어 뼈를 튀겨서 따로 주셨는데 오독오독한 식감과 바삭하면서 고소하게 퍼지는 맛이 일품이었다. 씹어 삼키고 나서야 뒤늦게 입안 깊게 뿜어져 나오는 향 또한 정말 대단했다. 집에 오면서도 계속 생각나고 다음 날 아침에도 생각이 났으며 일하면서도 계속 생각이 났다. 그러다 문득 “난 이런걸 할 수 없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생선을 잡아도 내가 더 많이 잡았고 생선 살을 만져도 내가 훨씬 많이 만지는데 ‘왜 나는 이런 생각을 못 했을까?’ 우선 가게로 돌아와 광어, 우럭, 도미, 연어 등의 뼈를 튀겨보았다. 아무리 오래 튀겨도 결코 ‘연골어류’와는 같은 식감을 낼 수는 없었다. ‘홍어 뼈’만 따로 구매해서 만들 수도 없는 노릇이다. 정말 단골손님들께 꼭 선보여드리고 싶은 맛인데 아쉬웠다.
---p.122 「요리에 대한 아이디어는 직접 움직여야 모인다」 중에서
우리는 각자의 목표를 향해 열심히 살아왔고 새로운 일에 도전하며 살아왔으며 지금 이 자리까지 와있다. 지금 당신이 할 수 있는 것은 동네 식당주인 또는 동네식당 요리사의 삶에서 벗어나 오늘을 기점으로 ‘셰프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한 걸음 한 걸음씩 하루하루를 최선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가끔 백종원의 골목식당을 볼 때면 출연자들이 방송 출연으로 장사가 잘되기도 하고 욕을 먹기도 하고 대성하는 모습들을 보았지만, 그곳에 나오는 ‘레시피’나 ‘조리기술’, ‘광고효과’들보다도 정말로 배워야 하는 것은 그들의 ‘삶의 태도’이다. 매일 성실하게 생활하고 좋은 식자재를 사용한 요리를 손님께 내놓는 그들의 ‘삶의 태도’를 보고 배워야 한다. 골목상권의 작은 가게들이지만 한 명 한 명이 ‘셰프의 삶’을 살아가는 그들의 거듭나는 생활을 우리는 그것을 보고 배워나가야 한다.
---p.148 「셰프의 삶을 살기 위한 전략, 전술, 터닝 포인트」 중에서
아무리 좋은 재료로 국을 끓여도 소금 ‘간’을 하지 않으면 맛이? ‘없다.’
“있다”와 “없다”. ‘간의 유무’를 따지는 것이지 ‘맛’에 있어서는 ‘좋다’, ‘나쁘다’ 혹은 ‘훌륭하다’ 또는 ‘높고’, ‘낮음’의 문제 따지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방법을 배우는 것은 생각보다 아주 간단하다.”
‘간’을 하는 방법을 배우면 된다. 김치를 담가야 할 때, 반찬을 만들 때, 국을 끓일 때, 고기를 구울 때,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어려운 일이다. 종종 요리사들도 레시피에만 집중하다 보면 ‘간’을 놓치는 실수를 범할 때 맛없다는 소리를 듣곤 한다.
맛있는 요리와 맛없는 요리 그것은 ‘간’의 유무에서 차이가 난다. 시중에는 벌써 수많은 염도계가 출시되어있다. 시간과 온도에 따라 부지런히 ‘간’을 측정하고 정확히 맛있는 음식을 내드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p.181 「맛있다는 과연 무슨 뜻일까?」 중에서
일명 맛집이라고 알려진 가게에 가보면 대부분이 입구에서부터 다른 곳과는 차이가 난다. 가게 입구에 감성적인 글귀나 멋진 사진이나 그림이 있는 곳은 입장하는 순간부터 가게에서 근무하고 있는 사람들과 공감을 유발하는 곳들이다.
입구에 멋진 나무와 화분을 놓아두어서 들어서는 순간부터 따뜻한 편안함을 채워 주는 곳들도 있다. 가게에 입장하는 순간부터 메뉴판을 보기도 전에 감성에 빠져들 정도이다. 식당 창업자가 인테리어에 얼마를 투자했는지 이런 마케팅 기법을 기획한 것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음식점 입구부터 ‘첫눈에 반한 손님들이 입장한다’는 것이다.
“사람의 첫인상은 6초 만에 결정짓는다고 하는데 음식점에 입장하고 자리에 앉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20초 이상이다.”
첫인상에서 벌써 승패는 결정되었다.
---p.239 「대중을 사로잡는 식당경영」 중에서
실질적인 예를 들자면 일본식 라면을 먹기 위해 한 달에 한 번씩은 꼭 찾게 되는 이자카야가 있다. 3개월에 한 번 정도는 라면을 먹다가 청주를 한 병씩 주문하곤 했었는데 이곳은 청주를 1병 주문하면 연어생선회와 새우튀김이 서비스로 나온다. 사장님께서 너무나 정성스럽게 주셨기 때문인지 나의 유별난 식탐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모두 먹어버리곤 했었다. 하지만 부담스러운 양을 먹어서인지 배가 터질 듯이 부르게 돼서 집에 돌아가게 되면 정말 맛있게 먹었던 라면 맛을 잊어 버릴 정도가 되어 버린다. 몇 번이나 그런 일이 있고 나서는 그곳에서는 절대 청주를 주문해서 먹지 않게 되었고 방문횟수도 줄어들었다. 나에게 그곳은 딱 라면만 먹어야 하는 집으로 인식하게 되었다.(나주혁신도시의 ‘멘 시루’는 정말 라멘맛집이다.)
이런 경험을 토대로 고가의 메뉴 또는 고가의 주류가 주문이 들어왔을 때 내놓던 서비스 음식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고 과감하게 주류 단가를 낮추도록 하였다. 대신 서비스라는 이름으로 드리던 음식을 줄이기 시작했다.
---p.284 「입이 짧은 사람도 끌어당기는 셰프의 힘」 중에서
그저 작은 가게의 사장님과 셰프가 손님을 배려하는 마음에서 메뉴의 이름을 내용구성물까지 포함해서 길게 적었던 메뉴 이름들을 손님들께서 짧게 줄여서 말해 주실 때마다 정말 감사했을 것이다. 이렇게 누구나 눈길을 끄는 메뉴 이름은 쉽게 만들 수 있다. 내가 운영하는 초밥집의 경우 비록 이름이 길어 읽기 불편하지만, 손님 취향에 따라 쉽게 선택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메뉴들이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에 두 가지를 뽑자면 ‘연어회가 두툼해야 제맛이지!’와 ‘연어회가 얇아야 입안에서 살살 녹고 맛있지’이다. 이 두 가지 메뉴는 단골손님들께 ‘연어 두툼’, ‘연어 얇게’로 불리곤 한다. 언젠가 전국에 있는 ‘이자카야’나 ‘초밥집’ 등에서 대중적으로 알려지게 될 이름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메뉴의 이름이 길어 메뉴판에 적어놓기가 부담스러웠지만, 나의 작은 배려 하나로 손님께서 구구절절하게 말씀하실 필요 없이 짧은 시간에 손님의 취향에 맞는 생선 두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p.300 「셰프는 마케팅에 강하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