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마중물샘의 팬이다. 처음에 마중물샘이 어떤 분인지도 모르고 SNS의 기운이 너무 좋아서, 그다음엔 블로그에 올리시는 글이 너무 좋아서 팬이 되었다. 그의 글에는 여러 가지 기운이 있었다. 맑은 시냇물처럼 졸졸 흐르다가 어느 날엔 푸른 바다 같은 큰 사랑을 보여주는데 푸름 너머로 언뜻 절망이 보이는 듯도 했다. 그리고 뒤늦게 마중물샘이 어떤 일을 하셨는지, 어떤 일을 겪었는지 알게 되었다.
큰일을 하는 사람은 나와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영웅으로 태어난 사람은 강하니까, 험한 일을 겪어도 멀쩡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세상은 누군가의 용기로 나아지지만 그 사람이 어떤 터널을 통과하는지 우리는 잘 모른다. 아마 모르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마중물샘은 꼬물꼬물 나아간다. 두물머리를 힘차게 걷고, 너무나 귀여운 아이 별이와 깔깔 웃고, 그러다 무너지고, 접어두었던 어두운 감정에 졌다가, 해가 뜨면 다시 일어난다. 모든 과정에는 유머와 다정함과 시시껄렁함이 있다. 그게 얼마나 귀한지. 나는 정말 마중물샘의 왕팬이다.
- 오지은 (작가, 음악가)
상상해본다. 5년이 흐른 지금 선생님이 써내려간 이 글을, 그때의 최현희 선생님에게 보여준다면 어떨까. 한 해가 지나서 공격이 잦아들고 이제 우울의 바닥을 치고 올라갈 일만 남은 것 같다던 선생님에게 보여준다면. 두 해가 지나고 전과 같은 일상으로 돌아간다는 기대를 품고 복직한 학교에서 다시 너무나 힘들어했던 선생님에게 보여준다면. 언젠가는 평안을 되찾을 수 있다는 위로가 될까, 아니면 균형을 찾기까지 이렇게 오랜 시간과 고된 여정이 필요하다는 실망의 원인이 될까. 상상 속에서 내민 책을 다시 거두어들인다. 복직과 재휴직, 큰 병과 수술, 지나온 긴 시간을 그때의 선생님이 감당할 수 없을까 봐서는 아니다. 선생님이 거쳐온 회복의 과정은, 미리 안다고 한들 무엇을 바꾸거나 더 잘할 수 없는, 걸을 수 있는 최선의 과정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신 이 책을 지금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여러 사람들에게, 하나둘 얼굴이 떠오르는 나의 동료 교사들, 나의 친구들에게 내밀고 싶다. 민감한 감수성과 올곧은 정의감을 가지고 살아내기 어려운 세상을, 민감한 감수성과 올곧은 정의감으로 살고 있기에, 더 다치고 지칠 수밖에 없는 사람들에게. 힘들어도 이렇게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섣부른 격려가 아니라, 여기에도 당신이 겪는 고통과 부침을 함께 겪고 또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는 희망을 읽어내기를 바라면서.
- 임혜정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