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좀 보여줘.” 나는 내 전화기로 그 링크를 클릭할 생각이 전혀 없어서 브랜던의 전화기를 빼앗아, 햇빛에 반사되지 않고 잘 보이게끔 화면을 기울인다. 어바웃 댓을 엉성하게 흉내 낸 로고 밑에 긴 글이 적혀 있는 웹사이트다. 나는 글을 소리 내 읽어본다. “주목하십시오, 베이뷰 고등학교 학생 여러분. 규칙을 이번 딱 한 번만 설명하겠습니다. 우리가 앞으로 하게 될 진실게임의 규칙을요. 내가 딱 한 사람에게 지령을 하나 보낼 거고, 받은 사람은 아무에게도 얘기해선 안 됩니다. 놀라는 재미가 있어야 하잖아요. 이걸 망치면 나는 짜증이 날 텐데, 짜증이 날 때 나는 전혀 친절하지 않답니다. 24시간 안에 여러분의 선택을 문자로 보내주십시오. 진실을 택하면, 내가 여러분의 비밀 하나를 폭로할 겁니다. 도전을 택하면, 나는 여러분에게 미션을 줄 겁니다. 어느 쪽이든 우리는 약간의 재미를 맛보고, 덜 지루한 일상을 보낼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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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기를 쥔 손으로 그의 가슴을 누르며 내가 뭐라 대답하기도 전에 내 손 안에서 땡 하는 알림음이 울린다. 고개를 돌려 화면을 보니 모르는 번호로 또 다른 메시지가 와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브랜던의 주머니에서 동시에 알림이 울리지 않는다. ‘피비 로턴, 당신이 첫 주자입니다! 당신의 선택을 알려주십시오. 당신의 진실을 폭로할까요, 아니면 도전을 택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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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혈병이 재발할 때마다 항상 코피부터 났다. 부엌으로 가서 피투성이 냅킨을 엄마에게 보여줄 생각을 하니 숨이 턱 막힌다. 엄마의 얼굴이 또 그렇게 변하는 걸 지켜볼 자신이 없다. 저속 촬영 화면처럼 20초 만에 20년은 늙어버리는 그 얼굴. 엄마는 아빠한테 전화할 테고, 집에 돌아오는 아빠는 아침의 유쾌한 기색은 온데간데없이 내가 제일 싫어하는 그 표정을 짓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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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릭과 내가 가능성을 박살 내지만 않았다면 두 사람은 결국 다시 만났을지도 모른다. 내가 데릭을 좋아해서? 윽, 내 잘못된 판단에 이런 쓸데없는 변명을 붙일 순 없다. 그를 그리 썩 좋아하지도 않았다. 언니에게 상처 주고 싶어서? 의식적으로 저지른 일은 아니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내가 불편한 진실을 향해 조금씩 다가가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아빠가 돌아가신 후로 쭉 언니의 관심을 얻으려 애썼지만, 언니는 나를 투명인간 취급할 때가 많았다. 어쩌면 내게 언니가 나를 의식하게 만들고 싶은 비뚤어진 마음이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임무를 제대로 완수한 셈이다.
--- p.78
‘진실게임 지령을 받으면 24시간 안에 선택을 해야 합니다.’ 지금 나는 카페 콘티고에 있다. 어바웃 댓 웹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진실게임 규칙을 계속 읽느라 차갑게 식어버린 커피 한 잔과 함께. 화요일 3시 15분이니까 ‘최종 시한’까지 세 시간도 채 안 남았다. 상관없다. 이 놀음에 장단 맞춰줄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으니까.
--- p.148
이건 또 무슨 개 같은 소리야. 나는 잠시 메이브의 거친 숨소리를 듣고만 있는다. 아니, 어쩌면 내 숨소리일지도 모른다. “녹스? 괜찮…….” 메이브가 머뭇거리며 물을 때 나는 전화를 끊어버린다. 전화기가 내 손에서 떨어져 책상에 가볍게 튀고, 나는 엎어진 전화기를 그대로 둔 채 두 주먹으로 이마를 누른다. 미치겠다. 심장이 가슴 밖으로 튀어나올 듯 세게 뛰어댄다. 아니, 말도 안 된다. 내 인생의 가장 굴욕적일 뿐만 아니라 은밀한 순간이 학교 전체에 까발려졌다. 영원히 비밀로 남았어야 할 일이.
--- p.179~180
“비극이 일어난 베이뷰의 어느 버려진 공사장 현장에서 계속 소식을 전해드리겠습니다. 지금도 계속 조사가 진행 중인데요,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일부만 지어진 건물의 옥상에서 한 남학생이 추락할 당시 이곳에 사는 십 대 청소년 한 무리가 봉쇄된 구역 안에 있었다고 합니다. 또 다른 남학생 한 명이 부상을 당했지만, 경위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방금 이곳의 경관으로부터 입수한 소식인데요, 옥상에 서 추락한 소년은 사망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리즈의 어깨 뒤로 보이는 익숙한 광경에 나는 손으로 입을 막는다. “세상에.” 애디가 말한다. 그녀의 손에 있던 아몬드 사탕이 바닥으로 후드득 떨어진다.
--- p.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