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유럽의 민화 가운데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사탄은 부하들에게 인간을 공격하는 각종 무기에 대해 강의하면서 그간 애용해오던 황금과 돈과 술과 미녀 등의 도구를 보여주다가 마지막으로 도끼 한 자루를 보여주었습니다. 그러자 부하 하나가 물었습니다. “그런 낡은 도끼로 효과가 있을까요?” 사탄은 거드름을 피우며 대답했습니다. “모르는 소리 마라. 이게 가장 효과가 좋았다. 이 도끼는 인간의 가슴 속에 있는 희망의 줄을 끊는 무기란 말이야.” 희망. 꿈. 인권 운동가였던 마틴 루터 킹이 1963년 워싱턴대행진 때 행했던 이 유명한 연설문은 언제나 나를 감동시킵니다. --- p.217


어머니가 고향이고, 고향이 어머니인 것이지요. 어머니의 모습이 담겨 있는 시는 다음에 소개하는 <대관령을 넘으며 친정을 바라보니>인데, 유명한 것이라 이곳에 다시 옮겨 봅니다.
늙으신 어머니는 강릉에 계시건만 (慈親鶴髮在臨瀛)
이 몸만 서울 길로 혼자서 가는 마음 (身向長安獨去情)
고개 돌려 북평을 넌지시 바라보니 (回首北坪時一望)
흰 구름 날아 내린 저문 산만 푸르네 (白雲飛下暮山靑) --- p.37

선진국의 교육<br/>천하의 수재들이 모인다는 하버드대학의 학생들이 가장 원하는 것이 작문이라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와 있다. 대학을 졸업해서 변호사가 되든 과학자가 되든 의사가 되든 자기가 연구한 것을 보고하고 발표하는 데 있어 글을 잘 쓰는 것이야말로 출세의 지름길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좋은 글을 쓴다는 것은 좋은 글을 피상적으로 읽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우선은 자신의 문장력의 기초가 되는 좋은 텍스트를 많이 외우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그런 까닭에 미국이나 영국 또는 프랑스에서는 지금도 아름다운 문장을 암송하는 것이 주요 교육방법의 하나로 되어 있다. 좋은 문장을 외우고 있으면 에세이를 잘 쓰는데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자신이 내뱉는 말도 점차 아름다워지고, 순화된 언어에 따라 생각 또한 아름다워진다는 것이 그들의 논리다. <br/> <br/>우리나라의 서당교육<br/>지난날 우리나라 서당에서도 교육의 중심은 천자문이니 논어니 하는 교본의 문구를 암송하는 것이었다. 그랬기에 공부를 끝낸 우리 선조들은 어려운 한문을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었을 뿐 아니라 한시까지도 지을 수 있었다. 동시에 그들이 암송했던 교본은 대개 성현들의 좋은 말씀이었기에, 그 말씀의 규범에 따라 사고하고 행동함으로써 사회질서를 구축하는데도 큰 도움이 되었던 것이다.<br/><br/>소리 내어 읽고 싶은 아름다운 글<br/>이런 취지에서 엮은이는 낭독하거나 암송하는데 좋은 글들을 골라 책을 펴내게 되었다. 선정 대상은 신라시대부터 고려, 조선조, 현대에 이르기까지 눈으로 묵독(?讀)하는 것보다는 입으로 소리 내어 읽기 좋은 글들을 택했다. 아름다운 글을 암송할 수 있다는 것은 우리 몸에 삶의 보석을 지니고 다니는 것과 같다. 엮은이는 이 책이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다시 복원하는데 일조하여 궁극적으로는 언어의 정화가 우리 사회의 혼탁상에 청량한 기풍을 일으키는 하나의 운동으로 발전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