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녀의 몸짓에는 -나는 옆에서 그녀를 바라보았다.-어떤 말할 수 없는 매력이 풍겼고,...귀여운 무엇인가가 엿보여서 ..나도 저 아름다운 손가락으로 이마를 얻어맞아 봤으면,그리고 그것을 위해서라면 이 세상의 모든것을 그 자리에서 당장 내던져 버려도 좋을 것 같은 마음이 들었다.
--- p.13-14
'난 절대 그런 여자가 아니예요. 물론 당신이 날 나쁜 여자로 생각한다는 걸 알지만...'
'내가요?'
'그래요. 당신이-. 당신이 말이에요.'
'내가요?'
난 고통스럽게 되뇌었다. 저항할 수도 없고 뭐라 표현할 수도 없는 그녀의 매력에 사로잡혔을 때마다 그랬듯, 내 가슴은 마구 떨리기 시작했다.
'내가 말인가요? 날 믿어요, 지나이다 알렉산드로브나. 당신이 어떤 짓을 했든, 또 아무리 나를 괴롭힌다고 해도, 난 죽는 날까지 당신을 사랑하고, 또 사모할 거예요!'
그녀는 갑자기 내게로 몸을 돌리더니 양 팔을 활짝 벌려 내 머리를 안았다. 그러고는 강렬하면서도 따뜻한 키스를 퍼부었다. 이 긴 작별의 키스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이었는지 그 누가 알 수 있었을까! 어쨌든 난 굶주린 듯 그 키스의 달콤함을 향유했다. 난 이런 꿈이 두 번 다시 실현되지 않으리란 걸 알고 있었다.
'안녕, 그럼 안녕히!'
난 몇 번이고 되풀이해서 말했다. 그녀는 나를 두고 나가 버렸다. 나 역시 그녀의 집에서 나왔다. 그녀 곁을 떠날 때의 그 심정은 지금도 제대로 표현할 수 없다. 난 두 번 다시 그런 심정을 경험하고 싶진 않지만, 그런 심정을 경험해 보지 못했다면 그 또한 불행한 일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 p. 153-1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