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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 말고 다녀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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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 말고 다녀와

: 켄 로치에게

김현 저 / 이부록 그림 | 알마 | 2017년 07월 24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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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07월 24일
쪽수, 무게, 크기 228쪽 | 362g | 136*195*20mm
ISBN13 9791159921179
ISBN10 1159921172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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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서며_놀고먹을 수는 없을까?
잠든 사람의 얼굴을 지그시 바라보았다면 다시금 바라보게 될 것도 사람의 얼굴이다. 우리는 그렇게 확인하고 싶어지는 것이다. 이 사람과 저 사람은 어떻게 살고 있는가를. 어떻게 서로 다른 얼굴인가를. --- p.7~8쪽
이 책에서 읽게 될 글들은 그러니까 그런 단순한 마음으로 쓴 것들이다. 배고픈 마음가짐으로 쓴 글. 잠든 청년이 꾸는 꿈에 대해서 그땐 미처 생각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생각해볼 수도 있다고 믿으면서. 그러니까 우리에게는 다른 가능성이 있다고 믿으면서. 그리고 켄 로치와 그의 친구들이 보내온 마음가짐을 생각하면서. --- p.8

조영희라고 합니다_레이디버드 레이디버드
나는 엄마의 삶을 이해하려고, 배웠다. 배운 사람은 그런 걸 이해하려는 사람이다.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의 삶을. --- p.15쪽
엄마는 오래전부터 자신의 인생이 실패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왜 아니겠는가. 부모의 삶을 생각하지 않는 다 큰 자식이 낼모레면 마흔. 결혼도 않고, 자식도 없고, 번듯한 집도, 근사한 차도 없으니. 허나 엄마에게 말해주고 싶다. 단 한 번도 직접 말한 적이 없지만. 엄마의 삶은 실패하지 않았어요. 그리고 제 삶도요. --- p.16

그다음에… 라는 말_영화잡지 〈키노〉
집단 퇴사 후 동료들은 ‘그땐 그랬지’라는 시간이 아니라 모두 현재를 살고 있다. 먹고살기 위해 모두 일하며 산다. 많은 이에게 노동은 향수가 될 수 없다. 나는 아직도 사측의 부당 해고 통지에 대항해 울먹이며 “이곳이 제 삶의 터”라고 말하던 동료의 목소리를 기억하고 있다. 지금은 장난스럽게 그 울먹임을 놀리곤 하지만, 아직도 그때 동료에게서 들었던 그 육성이 나는 오늘날 가장 중요한 목소리 중 하나임을 의심하지 않는다. --- p.25~26

집이란 이렇게 복잡하다_.케시 컴 홈
월세에 허덕이며 사는 직장 동료가 있었고, 나는 언제 독립해서 이렇게 살까, 그 집을 부러워하는 친구들도 있었지만 아직 어려서 부모와 함께 사는 아이들에게는 괜히 구김살 같은 게 없어 보였고, 직장 동료의 집은 더 넓고 더 깨끗하고 더 따뜻하게만 느껴졌다. 모두가 다 가난한 부모를 두고 가난한 집에서 가난하게 살고 있었는데도. 그런 순간에는 역시 담배 한 대가 제맛을 냈다. 담배란 어쩌면 가난의 냄새가 나는 곳에서나 어울리는 공산품이 아닐까. --- p.31
사랑이 끝끝내 이긴다고 해주는 영화에 더 혹한다. 비록 지더라도. 비록 지고 있는 동안에 중단될지라도. 마찬가지로 나는 선의가 이기는 영화보다는 선의가 이긴다고 해주는 영화가 더 좋다. --- p.35
나와 애인은 지금도 가난을 이기고 있고 편견을 이기고 차별과 혐오를 이기고 있다. 애인도 공공건설 임대주택에 산다. 미래에는 나보다 애인이 놀고먹는 삶을 살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런 마음으로 오늘도 로또를 산다. 복권 당첨의 가장 큰 이점은 그것이 애인의 뽀뽀를 보장한다는 것이다. --- p.35~36

미래는 뽀뽀하듯_다정한 입맞춤
버스에서는 역시 괜스레 오만가지 생각. 한 버스, 같은 좌석 좌우에 성소수자와 성소수자를 혐오하는 사람이 앉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둘은 서로를 알아볼 수 있을까. 알아본다면 그 둘은 인간 대 인간일 수 있을까. --- p.39
사랑하는 얼굴, 저항하는 얼굴, 혁명하는 얼굴, 자연스럽게 ‘선언하는 얼굴’을 억지로 증명하기 위한 ‘혐오의 얼굴’ 따위가 이길 리 없다. --- p.41

포옹이라는 몸짓은 미래를 기록하기도 한다
나는 뽀뽀하는 사람으로서 모든 혐오와 차별에 반대한다. 지금 이곳의 청소년 성소수자들도 비록 힘들겠지만, 결국엔 모두 다정한 입맞춤을 아는 얼굴로 스스로를 완성해 갈 것이다. 그렇게 선언하고 싶다. 그러니까 미래는 결국 뽀뽀하듯 오는 것. 혐오에 미래가 없는 것이 바로 그런 이유이다. --- p.42

문학은 이길 수 없다_제69회 칸 영화제
우리는 생활에서 벗어날 수 없다. 적어도 나는 그런 것 같다. 언제나 생활이 앞장선다. 문학-하는 자라고 해서 뭐 특별히 다른 생활을 하는 것도 아니고 특별히 다른 생활을 해야만 문학을 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건 인간의 됨됨이란 생활 속에서 성장하거나 퇴화한다는 것. 동그라미를 의미심장하게 쪼개어 적어 놓은 방학계획표를 보며 그 어린 나이에도 자신이 살아온 바를 후회하던 우리가 아닌가. --- p.45~46
모든 문학은 각자의 생활력을 가지고 세상에 나온다. 남녀노소에게 읽히기를 바라면서. 생활의 신파 속에 함몰되어서는 안 될 인간의 성장에 관하여. 인간의 성장 속에 함구되어서는 안 될 생활의 퇴화에 관하여. 우리가 다시 발견해야 할 것과 우리가 새로이 발명해야 할 문학이란 무엇인가 질문하면서. 문학은 결국 읽은 사람에게만 물음을 남긴다. 문학은 생활을 이길 수 없다. 그러나 문학은 그 패배에서 승리를 맛본다. --- p.48~49

밤하늘은 안전한 것처럼 보인다_스위트 식스틴
모든 집이 안전하다는 건 허상에 불과하다. 어쩌면 대부분의 사람은 대문 뒤에 방이 있는 집이 아니라 방 앞에 문을 둔 집에 살고 있을 것이다. 어떤 이들에게는 내 집 마련의 꿈이 안전한 곳으로의 이행을 꿈꾸는 일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 서울 하늘 아래에서 안전한 내 집을 갖고 사는 사람은 흔치 않다. 적어도 내 주변에는 억대의 은행 대출금을 끼고 집을 산 두 친구밖에 없다. 그러나 그 두 친구가 정말 안전한 집에 살고 있는 걸까. 자본으로부터 안전한 집은 없다. 빚 없이 사회생활 시작하는 사람 없고, 빚 없이 집 마련하는 사람 없고, 빚 없이 죽네 사네 하는 사람 없다는 요즘이다. 안전한가, 우리. --- p.54~56

촛불은 얼마나 단단한 물체인가_나, 다니엘 블레이크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 --- p.60
지난날 골방에서 우리는 왜 그렇게 진실하고 싶었던 걸까. 광장에서 우리는 왜 그렇게 용기 있고 싶었던 걸까. 왜 그렇게 촛불 앞에서 부끄러워지고, 왜 그렇게 촛불 앞에서 불완전한 인간이고자 했던 걸까, 모두. 생각해보면 그 시절 우리는 한사코 지혜롭고 싶었던 거였다. 촛불 앞에서 서로의 진실을 공평하게 나눠 가지면서 각자의 삶을 현명하게 구축하고 싶었던 거였다. 그런 삶이야말로 지혜로운 어른의 삶이라고 아무래도 생각했던 것. 아마도 우리는 이제 막 인생의 망망대해에서 항해를 시작한 초보 항해사들이어서 촛불을 인생의 등대로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그때보다 조금 더 나이 먹었을 뿐 지금도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 p.61

그건 연기할 수 있는 게 아니다_비전문 배우
착취당하는 노동자들은 빨리 늙고 빨리 거칠어진다. --- p.70
사랑과 우정과 성장과 기적과 노동과 생활은 공통의 성질을 가지고 있는데, 혼자서는 결코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마을 사람들에게 작은 개라는 선한 의지가 없었더라면 작은 개는 구원받지 못했을 것이고, 어린 연인에게 커플돈까스라는 선한 의지가 없었더라면 어린 연인들의 봄은 그렇게 생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뿐인가. 봄비는 봄에 내리는 비여서가 아니라 봄에 내리는 비를 기다리는 사람들 때문에 봄비이다. --- p.74

당신은 성실한 사람입니까?_룩킹 포 에릭
2017년 3월 10일 오전 11시 21분, 대통령 박근혜가 파면됐다. 오늘날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에서 이보다 살아 있는 문장을 쓸 수 있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 p.77
왜 늘 울음은 웃음보다 성실한 걸까. --- p.80
박근혜 탄핵 이후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이루어지는 세월호 선체 인양 과정을 지켜보면서 허탈함과 분노를 느꼈다. 새삼 진실은 늘 성실한 자들의 몫임을 확인할 수 있어 감격스러웠다. 무슨 자격으로인지는 모르겠으나, 세월호 유가족들과 그들과 연대했던 이들에게 속삭여 주고 싶다. 당신은 성실했습니다. --- p.81

생활이 그대를 속일지라도_가족생활
어머니와 아버지는 시간 앞에서 예나 지금이나 무방비 상태다. 두 분은 조만간 시간에게 모든 걸 빼앗기고 빈털터리가 될 것이다. 조심하세요, 시간이 모든 걸 앗아갈 거예요. 누군가 그들에게 진실을 알려줬어야 하지 않았을까. 양육의 결론이란 잔인하기도 하다는 걸. 젊어서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하고, 가정을 이루고, 부모가 되고, 마침내 자신을 잃는 이야기를 그들은 들어보기나 했을까. --- p.97

수습하며 사는 기쁨_자유로운 세계
수습사원이란 몰라서 배우는 사람. 몰라서 배우는 사람이란 적응하는 사람. 적응하는 사람이란, 옆에서 이것저것 가르쳐주는 동료를 보며 배워서 가르치는 사람. 잘 배워야지 하면서도 딱히 뭘 배우고 있는 건지 잘 모르겠고 그런데 지나고 나면 뭔가 배운 사람. 오랜만이었다. 나도 잘 배워서 일하고 싶었고 배우지 않은 걸 누군가에게 알려주는 사무원이 되고 싶었다. 직장동료의 힘이란 역시 그런 사람이 되도록 마음먹게 해준다는 것. 수습사원이란 사무를 배우는 사람이라기보다는 곁에 있는 동료를 배우는 사람이다. 이제는 오래되어 가물가물하지만, 출퇴근을 글로 배운 시절에도 역시나 가장 먼저 동료의 출퇴근을 걱정했었던 것 같다. 하루쯤 동료를 대신해 야근을 해줄 수도 있으리라 마음먹기도 하는. 수습의 기간이란 역시 그런 마음을 먹을 수 있음을 준비하는 기간이다. 나보다 먼저 수습사원이었을 이들에게 고마워할 줄 알 때 우리는 비로소 초보 사무원 딱지를 떼게 되는 건 아닐까. --- p.106

무무, 모모 그리고 나_폴 래버티
모든 결혼식은 지금까지를 위한 것이 아니라 지금부터를 위한 것이다. 결혼은 사랑의 뿌리가 될지언정 사랑의 열매가 되지는 못한다. 모든 사과는 지금까지를 위한 것이 아니라 지금부터를 위한 것이다. 그러나 사과란 지금부터 관계의 뿌리를 새로 내려 보자는 것이 아니라 지금부터 관계의 썩은 뿌리를 잘라내 보자는 전언이다. 그러므로 결혼보다 사과가 어렵고 결혼보다 사과가 더 많은 실패를 경험한다. 이제 무무, 모모 그리고 나와의 관계에는 뿌리가 없다. --- p.115~116

귀엽고 강한 우리_지미스 홀
어떤 공동체를 꿈꾸는 일은 어떻게 새로운 공동체를 만들어 갈 것인가에 관한 일임과 동시에 어떻게 기존의 공동체를 변화시킬 것인가와 관련한 일이기도 하다. 과연, 장애에 등급을 부여하고 부양의 의무를 개인에게 떠넘긴, 성소수자를 ‘색출’하라 지시하고 그 명령을 수행한, 먹고살기 위해 일한 한 젊은이를 죽음으로 내몬, 국가, 군대, 일터를 우리는 여전히 공동체라 부를 수 있을까. --- p.124
공동체는 대개 완전한 원(○) 모양으로 형상화되곤 하지만, 내게 공동체는 불완전한 원(C) 모양이다. 불완전해서 열려 있는 공동체. 교집합이 생기는 공동체 간의 결합이 아니라 각자의 것을 온전히 가지고도 연결될 수 있는 고리 공동체. ‘우리는 연결될수록 강하다’라는 말과 함께 ‘공동체가 사라진 공동체’를 이어보고 싶다. 내가 오늘까지도 연결한 소수자, 현장, 공동체는 역시 귀엽고 강하다. --- p.129

영화와 나 사이에는_제70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어떤 책은 읽는 내내 작가를 친구로 삼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데, 존 버거의 책들은 그를 벗으로 삼고 싶게 했다. 그는 나보다 더 오랜 세월을 살았고, 더 많은 것을 경험했으며 더 깊은 곳에 책상과 의자를 두고 글을 쓸 텐데도 그를 벗으로 여겨 종종 집전화로 대화를 나누고, 온다거나 간다거나 하는 소식을 편지로 주고받는 사이가 되면 좋겠다고 바랐다. 그것을 지혜로운 여정이라고 부르고 싶었다. --- p.133

지금껏 이렇게 살아온 몸이라면_네비게이터
오랜 세월 청소노동자로 일한 큰외삼촌의 허리디스크와 여전히 식당 일을 하는 어머니의 손가락 마디에서 툭툭 불거지는 관절과 오래 앉아 일하는 이의 뱃살과 오래 서서 일하는 이의 종아리 알과 아이들을 가르치는 이의 쉰 목소리와 감정노동에 지친 이의 정신상태란 모두 의학적인 치료가 필요한 몸일지언정 틀려먹은 것은 아닐 테다. 바르지 않다고 진단된 내 몸을 이상하게 긍정하고 싶다. 정말 반짝. 어깨를 접고 허리를 구부정하게 두고 목을 생각보다 앞으로 빼고. --- p.141~142

미주는 처음부터 끝까지_그들 각자의 영화관
‘벗’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자주 쓰는 말은 아니지만, ‘오랜’이라는 낱말 뒤에는 괜스레 벗이라는 낱말을 붙여주고 싶다. 오랜 뒤에 붙는 벗은 함께 지내며 세월을 보낸 사람이라는 의미를 한결 자연스레 전해준다. 어쩐지 더 고색창연한 느낌. 새삼 친구와 벗은 어떻게 다른가, 다를 수 있는가 궁금해진다. 친구를 오래 묵혀두면 벗이 되는가? 내게 두 낱말은 말맛도, 말의 풍경도 다른 말 같다. 그러므로 말의 의미도 달라지는 말. 친구는 막 깎은 무의 맛 같고, 벗은 오래 익은 무의 맛 같다. 친구는 화창한 바닷가의 말 같고, 벗은 한적한 숲길의 말 같다. 친구는 다수라는 뜻 같고, 벗은 한 사람이라는 뜻 같다. 친구가 벗이 되기 위해서는 얼마간의 시간이 필요한 걸까. --- p.143

그나저나 내가 켄 로치라면_빵과 장미
누나들에게서는 늘 마음 쓰는 법을 배웠다. 형들에게서는 늘 마음을 잘 쓰는 법을 배우려고 했다. 둘 다 인생을 사는 데 꼭 필요한 것들이었다. 인생은 회전목마니까. --- p.155
누나는 어떻게 살고 있는 걸까? 요즘. 누나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는 걸까, 이 봄날에. 가끔은 누나들이 자기 자신 이외에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 하루를 지냈으면 하고 바랐다. 세상을 구하려고도 하지 말고, 미래를 짊어지고 갈 사람들을 키우지도 말고, 어떨 때 어떤 마음을 써야 하는지 동생들에게 알려주려 하지도 말고, 누구에게도 사랑받으려 하지 말고. 난분분히 꽃잎은 흩날리고 고양이와 옥상과 잠뿐인 평온함 속에서 온전히 혼자가 되어 인생이라는 회전목마를 타고 즐거워하길. 때론 기쁜 우수에 젖으면서. --- p.156

디어 마이 수아_레이닝 스톤
부모에게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할 수 있는 사람이나 부모에게서 들을 수 없는 말을 들을 수 있는 사람이나 그들이 자신의 삶은 자신이 선택하고 결정하는 것이라는 걸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러니까 나는 조카들이 부모가 화목하게 일구어 놓은 가정을 스스로 떠날 때까지 아픔 없이 평화롭게 지내길 바랄 뿐인 현재의 사람이다 --- p.161
그러나 자식이 때로는 웬수가 되고 때로는 기쁨의 원천이 되고 때로는 내 삶의 분신이 됨을 느끼지 못하는 삶은 문득, 궁금해질 것이다. 가령, 딸아이에게 드레스를 꼭 사주고 싶은 부모의 마음은 얼마나 자본과 관련한 비자본적인 일일까? --- p.164

고양이 때문에_케스
동물을 아끼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그 사람은 그만큼 사람도 아낄까. 그렇지 않을까. 사람을 아낄 수 없는 사람이 동물을 아끼는 사람이 되는 걸까. 짝꿍은 아무래도 사람을 아끼는 사람. 그는 사람을 쉬이 좋아하지 않지만, 사람을 깊이 신뢰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사람을 기본적으로 가까이하지 않고 사람과 근본적으로 가까워지려 한다. 그렇기에 그는 자신이 관여하게 된 동물의 삶이 자신의 삶 이상으로 행복하길 원하는 사람. --- p.168

고양이 때문에_케스
동물을 아끼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그 사람은 그만큼 사람도 아낄까. 그렇지 않을까. 사람을 아낄 수 없는 사람이 동물을 아끼는 사람이 되는 걸까. 짝꿍은 아무래도 사람을 아끼는 사람. 그는 사람을 쉬이 좋아하지 않지만, 사람을 깊이 신뢰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사람을 기본적으로 가까이하지 않고 사람과 근본적으로 가까워지려 한다. 그렇기에 그는 자신이 관여하게 된 동물의 삶이 자신의 삶 이상으로 행복하길 원하는 사람. --- p.168

구름으로부터 가장 멀리 있는 말_문제적 감독
맹세란 시작하는 순간 곧 결과의 목전으로 이동하는 말이다. 누군가의 맹세는 지지하고 싶고 응원하고 싶지만, 누군가의 맹세는 제발 되돌리고 싶다. 에두르지 않고 지금 내가 추종하고 싶은 맹세란 이런 것이다. “나 김현은 오늘 범죄자가 되었습니다. 군형법 제92조의 6 폐지안 발의를 환영하고 지지합니다.” 맹세란 구름(순간)으로부터 가장 멀리 있는 말이기도 하다 --- p.175

나오며_영화를 보았다
내 삶을 켄 로치 감독이 만든 영화와 어렵게, 쉽게 묶는 사이 때때로 면역력을 잃어 질병을 앓기도 했고, 토마토와 새우를 푹 끓여 먹기를 즐겼으며, 사랑니를 뺐고, 술을 잠시 멀리했고, 휴일 낮잠은 어쩌다 한 번. 평일 아침이면 ‘오늘 회사 가지 말까’라는 생각에 굴복하지 않기 위해 서둘러 세수했고 부모로부터 오이소박이와 총각김치와 배추겉절이와 장아찌, 콜라 페트병에 든 참기름과 사이다 페트병에 든 들기름, 헛개나무즙과 칡즙, 벌꿀과 밤, 심지어는 믹스커피까지 받아 챙겨 먹었다. 부모는 때때로 아파트 동, 호수를 적지 않고 택배를 보내왔으나 택배는 무사히 집 앞에 놓여 있었다. 단골손님. 회사에 다니며 야근을 정기적으로 했고 인근 맛집 〈속초 동명항〉에서 두 번의 회식을 하고 그때마다 동료들과 먹고사는 얘기보다는 실없는 그리하여 진솔한 농담을 주고받았다. 강경석 실장님이 주도했다. 입사 후배인 나를 두고 지영은 “먼저 퇴사하기 있기, 없기” 같은 말로 후배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고 그런 서늘한 말을 하기까지 그녀가 꽤 서늘한 시간을 일터에서 보냈을 것으로 생각하니 역시 먹고사는 일이 인생의 과제처럼 느껴졌다. 그럴 때, 써야 할 말, 쓸 말이 생겨나서, 썼다. --- p.182~184

별책부록_견본세대
그럴 때가 있다. 네가 온전히 너로 가득 찰 때. 너로 가득 차서 너를 쏟아내기만 할 때. 그 비워진 자리에 다시 나를 넣을 수 있을 때까지 너는 너를 뱉어낸다. 그럴 때 나는 너로 가득하다. 너로 가득해서 너의 그 말들은 나에게 직격탄으로 날아든다. 사람이 살 곳이 아닌 곳으로 너를 데리고 온 나. 저렇게 늙을 수도 있는 나. 나는 참아낸다. 참아내는 사람이 된다. 참아내고, 말을, 돌린다. 너를 너로부터 끄집어낸다. --- p.207
너는 운동화에 다시 발을 우겨넣는다. 옛날 사람처럼 보인다. 미련한 사람처럼 보인다. 너는. 남들처럼 보인다. 빠르게 살려고만 하는 사람처럼. 언제 어디서 어떻게 나타났는지 궁금해만 하는 사람처럼. 언제 어디로 어떻게 사라질지를 잊은 사람처럼. 닭은 어떻게 될까. 천체망원경은 어떻게 되었을까. 운석은 어떻게 되었을까. 너와 나는 어떻게 될까. 새로 구하게 될 옛날 집에서. 버스에서 내리면 우리는 어떻게 될까. --- p.218~219
만두를 한입 베어 물자 눈이다. 끝나는 눈이겠지. 다행히 눈발은 굵지 않다. 끝나고 사라지는 모든 것들이 그렇게 연약하고 희미하듯. 너는 썰어 놓은 돈까스 두어 조각을 내 접시에 담아 놓는다. 내리고 떨어지면 녹아 사라지는 눈. 햇빛국수집에서 바라보는 눈이란 눈은 모두 녹고 있는 것들뿐이다. 너와 나는 만두와 돈까스를 잘 나눠 먹는다. 눈의 속도로. 평화로운 정지를 나누어 먹듯이. 나는 시계를 본다.
--- p.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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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는 시인 김현의 글과 삶이 영사되는 나 혼자만의 영화관이 있다. 그의 맑은 눈빛, 커다란 귀, 실수는 죄가 아니라고 말해주는 듯한 넉넉한 미소를 보며 타인을 보듬는 애정을 배웠다. 슬프고 억울한 사람 편에 설 때면 누구보다 단단하고 비판적인 언어와 태도로 무장하는 모습을 보면서는 용기를 배웠다. 그가 켄 로치 감독의 영화를 보며 그랬듯, 나 역시 그를 지켜보며 대여받은 감정과 가치가 참 많다.
이 한 권의 에세이는 시인 김현이 문장으로 지어놓은 우리 모두의 영화관이 될 것이다. 시인이면서 인권활동가이고 한 편의 영화를 제작한 바 있는 감독인 동시에 임대아파트 주민이자 도시 노동자인 그의 생활이 상영되는 영화관…. 이제 관객은 그의 가족, 친구, 짝꿍, 그리고 돈을 벌며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어떻게 그를 애정이 넘치면서도 용기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게 하는지 관람하면 되는 것이다. 나이 들어가는 부모를 이해하는 과정, 다세대주택 복도에서 친구와 얼싸안고 울먹일 수밖에 없었던 날, 짝꿍을 이해하기 위해 짧지 않은 소설을 쓰기로 한 선택, 시시때때로 도시 노동자에게 닥치는 시련에 대응하는 태도가 이 영화에는 담겨 있다.
현실은 연약하고 “울음은 웃음보다 성실”하다는 걸 알지만, 김현 시인님, 현아, 삶이 삶을 구한다는 그 문장을 나는 믿는다.

조해진9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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