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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엄마 반만큼만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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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엄마 반만큼만 해라

: 불량아빠와 쿨한 아들의 좌충우돌 성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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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0년 02월 04일
쪽수, 무게, 크기 256쪽 | 438g | 153*205*20mm
ISBN13 9788992920377
ISBN10 89929203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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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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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할 순 없었냐?” 나의 물음에 아들은 되받아쳤다. 만약 싸움을 피했다면 아마 자신은 영원히 편하게 학교생활을 할 수 없을 것이며, 정정당당하게 응해서 이기든 지든 승부를 봐야 그 다음부터 남들이 깔보지 않는다고 했다. 그 또래 남학생들의 세계가 어떻다는 걸 뻔히 아는 나로서는 아들의 선택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알았어, 아들. 아빠는 이해한다. 선생님께도 모두 솔직하게 말씀드려라. 대신 처벌도 당당하게 받아들여.” 나는 아들의 손을 잡고 외과에 갔다. 입술은 물론 입안까지 바늘로 꿰매야 했다. 내 몸이 아픈 것보다 더 아팠다. --- p.27

사춘기는 아이가 부모로부터 완전히 독립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거치는 연습코스라고 생각한다. 아빠인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이가 마음껏 부딪치고 깨지도록 기다려주고, 넘어지더라도 혼자 힘으로 일어나게끔 독려하는 일일 것이다. --- p.38

여름날, 같이 발가벗고 계곡물로 뛰어들고 먼지 나는 시골길을 함께 내달리며 자란 촌놈들의 우정은 천만금의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가치를 갖고 있다. 그저 같이 있기만 해도 좋아서 실실 웃음이 나는 친구. 그런 불알친구를 가진 것만으로도 대명이는 누구보다 든든한 밑천을 장만한 셈이다. 앞으로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갔을 때, 그 촌스러운 우정이 아들의 지친 등을 떠밀어주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나는 확신한다.
--- p.134

대명이는 가끔 나의 어린 시절을 묻는다. 내가 어떻게 지냈는지 알고 싶은 모양이다. 자기 나이 때 아빠는 어땠는지, 어디에 놀러 다녔는지, 친구들과 뭐하며 지냈는지 궁금해 한다. 그리고는 자기도 해보고 싶다고 말한다. 그 녀석에게도 내가 롤 모델이 되고 있나 보다. 머지않아 대명이가 나를 능가할 때가 올 것이다. 그 때까지는 절대로 그 녀석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리라. 우리 아버지가 나에게 그랬던 것처럼, 아빠는 영원히 멋져야 한다. --- p.166

아이를 질책할 때는 무엇보다 타이밍이 중요하다. 아이가 스스로 납득할 만한 사안을,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을 때 지르는 게 관건이다. 시간은 짧을수록 좋다. 나는 대개 20-30분을 정색을 하고 꾸중하는데, 일단 시작하면 아이가 눈물을 쏙 뺄 만큼 혼을 낸다. 그리고는 적당히 감정을 어루만져 준 다음, 마지막에 협박성 멘트 한 마디를 잊지 않고 날려준다. 그래야 경각심을 되새기게 되니까. --- p.169

토요일 밤이면 우리 세 식구는 소파에 앉아 날밤을 샌다. 특별히 하는 일은 없다. 아내와 아들은 아무런 소재나 떠오르는 대로 이야기를 주고받고 나는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만 있다. 학교 친구들 이야기, 담임선생님 이야기, 진해에 살고 있는 친구들 이야기 등등 그냥 듣고만 있는데도 어느덧 날이 샌다. --- p.176

좋은 안주거리가 나왔는데 반주가 빠지면 섭섭하다며 소주 한 병을 시키면 식당주인들은 기겁을 한다. 아무리 아들과 아버지 사이라고 해도 미성년자에게 술을 파는 건 절대금지라며 신신당부를 한다. 아마도 구청에서 단속이 심한 모양이다. 이 시대는 아버지와 아들이 술 한 잔 기울이는 낭만조차 허락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못할쏘냐. 우리는 시대의 억압을 뚫고 소주를 마신다. 나는 소주잔에, 아들은 음료수 컵에. --- p.186

말수가 적어진 아들과는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야 할까? 곰곰이 생각하다 나도 문자질이란 걸 해보기로 했다. ‘아들, 무슨 고민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아빠는 좀 걱정된다. 하지만 아들을 믿기에 시간을 가지고 기다리마. 부모라는 이름으로 널 속박하지 않겠지만 그렇다고 아빠의 역할은 포기할 수 없다. 너에 대한 사랑을 버릴 수는 없으니까. 아들, 빨리 우리 곁으로 돌아와.’
조금 있으니 아들로부터 답장이 왔다. ‘이해해줘서 고마워, 아빠.’ --- p.199

여자친구 얘기만 꺼내면 입을 다물어 버리는 아들의 뒤통수를 향해 아내는 줄기차게 외쳐댄다.
“수박씨 함부로 뱉지 마라.”
씨 뿌린 자리에 싹이 트기 마련이듯, 결과가 있으면 반드시 그 원인이 있는 것이기에 사나이로 태어나 어떤 순간에 닥치더라도 책임 있는 행동을 하라는 의미 있는 말씀 되시겠다. 한창 성에 눈뜬 중딩 수컷들에게는 참으로 적절하고 절묘한 비유가 아닐 수 없다.
--- p.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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