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싸움의 기록이다. 강정의 오늘에서 제주 4·3과 광주, 그리고 베트남 전쟁에 이르기까지 잊힌 기억들을 기록하는 분투이자, 잊혀서는 안 되는 말들을 되살리는 싸움이다. 그 싸움의 기록에서 우리는 제주와 베트남을, 그리고 광주를, 동아시아의 처절한 역사를 오늘의 눈으로 바라볼 수 있다. 그것은 오늘의 현장에서 어제를 말하는 일인 동시에 어제의 기억으로 내일을 쌓아 올리는 영계 울림이다. 죽은 자들의 목소리들이 생생히 살아나는 지극한 오늘이자, 기억을 여전히 오늘의 일로 되새기는 지독한 되새김이다.
- 김동현 ((사)제주민예총 이사장, 문학평론가)
소설 『빗창』은 70여 년 전 제주 섬에서 뚝뚝 부러져 간 4·3 원혼들을 위한 진혼굿을 시작으로 섬사람들의 애환과 굴곡의 한국 현대사를 명징하게 드러낸다. 탄탄한 취재와 소설적 상상을 더해 살려 낸 제주민들의 아픈 역사는 ‘우리’라는 가짜 명분을 앞세워 일방적으로 가해진 국가라는 리바이어던의 폭력에 다름 아니다. 간결하면서 속도감 있는 문체로 제주어의 맛을 살려 낸 대화들은 억지스럽지 않아 더욱 좋다. 소설이 모든 폭력으로부터 희생되어야 했던 원혼들에게 진혼곡이 되길 빌며, 제주의 아픈 역사가 올곧은 이름으로 역사에 새겨지길 기대한다.
- 양성주 (제주4·3희생자유족회 사무처장, (사)제주다크투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