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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한 날엔 키에르케고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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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한 날엔 키에르케고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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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10월 12일
쪽수, 무게, 크기 284쪽 | 388g | 140*200*20mm
ISBN13 9788954439114
ISBN10 895443911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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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사람들만 가만히 있으면 저절로 나답게 살 수 있을까? 자기답게 살 수 있는 허락만 받으면 더 이상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지 않아도 될까? 아니, 개인을 강조하는 요즘 시대에 오히려 우리는 끝없이 고통에 시달리고 이것 때문에 정신상담 클리닉을 정기적으로 들락날락한다. 개인의 삶이 가득한 찬란한 시기를 맞이했는데 우리는 갑자기 환멸을 느끼며 개인의 정체성에 관한 각종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앞으로도 상황이 심각해질 것이라고 의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단 한 사람, 쇠렌 키에르케고르만 빼고 말이다. --- p.18

능력 있는 의사, 존경할 만한 심리학자, 위로를 안겨주는 약을 제공하는 제약회사 들은 절망을 치유해주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인다. 그런데도 상황이 여전히 심각한 것을 보니 아직 기적과도 같은 해결책은 발견되지 않은 것 같다. 현대 의학의 발달에도 절망은 근본적으로 치유되지 않았다. 그보다는 절망을 비즈니스로 이용하는 시장만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으며 그럴듯한 해결 방법을 파는 사람, 상담가, 코치, 자기 관리 전문가들만이 정체성 불안을 겪는 사람들을 이용해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이렇게 해서 얻은 소득이 무엇인가? 혹시 근본적인 관점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닐까? 그렇기 때문에 그럴듯하게 보이는 방법이 이렇게 저렇게 나와도 결국 별다른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닐까? 절망은 마음에 문제가 생겨 나오는 병이니 이를 치유해 정상적인 삶으로 복귀해야 한다는 것이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는 관점이다. 이 관점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이런 관점은 어디에서 나왔을까? 왜 우리는 어떤 근거로 이런 관점을 믿는 것일까? --- p.20

절망은 나 자신과의 외로운 싸움이다. 절망에 빠지면 부족한 나 자신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크게 다가온다. 절망에 빠진 주변 사람의 모습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 사람을 볼 때 짜증나지 않던가? 절망은 언뜻 철저한 자기비판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은밀한 자기중심적인 태도다. 자기중심적인 자아에게 “너만 바라보지 마, 네 생각만 하지 마”라는 메시지를 전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 pp.26-27

절망을 불행한 과거처럼 치유해야 하는 대상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 절망할 줄 아는 사람이 그렇지 못한 사람보다 더 정상적이고 정신이 더 건강한 것일 수 있다. 실제로 키에르케고르는 절망을 느끼는 마음은 비정상이 아니라 실존적인 고민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오히려 자신에 대해 전혀 모를 때 실존적인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있다. 자신을 제대로 모르는 사람은 자신을 돌아보는 고통스러운 작업도 하지 않는다. --- p.60

노력과 반복이 보여주는 꾸준함이야말로 윤리적인 인생에서 나타나는 공통적인 특징이다. 지금의 모습만을 유지하려는 미학적인 인생은 끝이 보이는 환상만이 있을 뿐이다. 하지만 미학적인 인생을 살아야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찾아 만족하게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것이 환상이다. 계속 노력해도 완벽한 모습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사랑도 완벽할 수 없다. 따라서 자신을 바라보는 평소의 태도를 근본적으로 바꾸어야 한다. 진정한 우리의 완벽한 모습을 되찾으려 하지 말고 앞으로는 지금과 다른 새로운 모습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현명하다. 여기서 필요한 것이 선택과 결심이다. --- pp.157-158

우리가 불안한 것은 특정한 대상을 두려워해서가 아니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 미래에 대한 걱정, 실수할까 봐 느끼는 초조함은 실체가 보이지 않는다. 특정한 대상이 아니라 실패할까 봐 느끼는 두려움이 불안감을 만들어낸다. 우리가 불안해하는 진정한 대상은 바로 우리 자신이다.
--- pp.223-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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