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은 뜻으로의 문법은 음운론뿐 아니라 구조상 다른 측면도 포함하는 언어에 대한 포괄적인 기술이다. 이를테면 『그림의 법칙Grimms's Law』의 야콥 그림Jacob Grimm은 자신의 저작을 『독일어 문법Deutsche Grammatik』이라 했는데, 사실은 각각의 게르만 언어들을 비교 연구한 것이었다. 외국어를 배우는 데 쓰이는 교과서도 이런 저런 문법이라 하는데, 심지어 매 과목마다의 읽을거리를 포함하기도 한다. 이 책에서 우리는 음운론 이외의 중국어 구어Spoken Chinese의 구조라는 좁은 의미에서의 문법을 다루려 한다.
--- p.45
이 책에서는 중국어의 중요한 스타일에 대해 사실에 입각한 연구를 하려 하므로 가능한 실제로 발화되는 구어를 기술할 것이다. 외국인에게 말을 가르치는데, 어떤 스타일의 말이 가장 좋은가는 각각의 상황(곧 학술적인 과정, 군사적인 과정, 상업이나 외교 과정 또는 기타의 직업에 따른 과정)에 따라 다양하게 접근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시험적으로 내가 한번은 순수한 문언文言의 초보과정을 열었을 때, 문언을 회화 과목으로 가르쳤더니, 그 반에서 중국학 연구에 있어 주도적인 미국인 학자가 배출되었다.
--- p.60
문장은 문법 분석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는] 가장 큰 언어단위이며, 일반적으로 앞뒤의 휴지로 경계를 이루는 말의 일부로 정의된다. 그러나 실제로 말할 때는 말이 가로막히거나 다른 외부적인 요인으로 인해 두 개의 휴지 사이에 발화된 문장의 일부가 남겨질 수 있기 때문에, [여기서 말하는] 휴지는 말하는 사람이 의도적으로 멈춘 것으로 이해되어야 하며, 단순한 물리적 침묵이 아니다.
--- p.99
우리는 영어로 영어의 소단위subunit를 말하거나 쓸 때, ‘word’라는 단위를 사용하는데, 모든 언어에 ‘word’와 똑같은 기능을 갖는 단위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이 ‘word’라는 단어를 중국어 문장에서의 소단위 유형에 적용할 것인가 하는 것은 결단의 문제a matter of fiat이지, 사실 [여부]의 문제는 아니다. 중국어의 ‘詞(단어)’와 영어의 ‘word’ 간에는 차이점보다는 공유하는 점이 많아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는 거의 없다. 실제 사례에서 보게 되듯이, 우리는 다양한 유형의 ‘word’와 비슷한 단위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이것들은 단어word라고 부를 만한 자격이 있고, 상당한 정도로 그 영역이 겹치지만, 완전히 똑같지는 않다. 나는 (부적절한 추론을 할 수도 있다는 사실은 주의해야겠지만) 생소한 용어보다는 익숙한 용어를 사용하는 것을 선호하는데, 생소한 용어는 잘못 이해될 위험은 없더라도 쉽게 이해되지 않는 점이 있다.
--- p.173
일반적으로 형태론은 단어의 내부 구조를 연구하는 것이고, 통사론은 단어와 단어 사이의 관계를 연구하는 것으로 정의된다. 그래서 어느 한 언어에서 단어의 구분이 분명해야만, 그 언어의 형태론과 통사론이 명확하게 구별된다. 중국어의 문언에서 사역동사(1.1.3을 볼 것)를 만들기 위해, 음절의 성조를 바꾸거나 자음을 유성음화시키는 것과 같은 소수의 비생산적인 형태론적 과정을 제외하면, 대다수의 형태소는 곧 단어이다. 그래서 서구의 학자들은 모든 중국어 문법은 통사론이라고들 말하고 있다.
--- p.229
서구의 중국학자들이 사용하는 ‘복합어’라는 용어는 상당히 포괄적인 개념을 대표한다. 실제로 이런 의미에서라면 두 개나 그 이상의 글자로 씌어진 어떤 단어라도 복합어가 된다. 그래서 ‘?子’나 ‘站着’도 복합어일 뿐아니라 ‘這?’(여기), ‘桃?’(복숭아) 같이 비 음절 접사가 있는 것들도, 심지어 다음절(그래서 몇 글자나 되는) 형태소들, 이를테면 ‘蛤?’(두꺼비), ‘??’(장미) 등도 모두 복합어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 용어를 구성 성분이 어근이나 어근 단어인 경우로만 제한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보자면, ‘刷牙子’(칫솔) 같은 2차 복합어decompound 역시 복합어이다.
--- p.373
품사는 다른 어류와 마찬가지로 때로 열거하는 방법으로 정의할 수 있는데, 모든 구성원들이 갖고 있는 여느 일반적인 속성들을 딱히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 예를 들어 대명사는 짧은 목록 안에 모두 열거할 수 있고, 어미 조사도 마찬가지다. 반면에 명사와 동사는 문법서의 범위 내에 다 열거할 수 없고, 사전이 아니면 안 된다. 열거하는 방식으로 어류를 규정하는 것은 논리적으로는 안 될 것이 없지만, 문법적인 관점에서는 만족스럽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서 우리는 각각의 어류가 가질 수 있는 공통의 속성은 그것이 뭐가 됐든 언급하는 것을 시도해야 한다.
--- p.4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