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오 바탈리는 세계 그 어느 곳보다 요리사가 많은 이 도시에서도 가장 유명한 요리사다. 꼭 텔레비전 프로그램이나 광고 출연이 아니라도 누구 못지 않는 열정의 소유자이며, 어디에도 빠지지 않는 존재다. 뉴욕의 어떤 주방장보다 많이 먹고, 많이 마시고, 더 활동적이라 해도 그리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뉴욕에 사는 사람이라면 언젠가는 그를 만나게 된다. 저녁 모임이 새벽 2시에 끝나는 경우가 다반사인 사람은 그 시점이 좀더 빨리 다가올 것이다.
술 한잔 하러 갔다가 바탈리에게 붙들려 여섯 시간 내리 먹고 마셨다는 한 친구는 그 대가로 사흘 동안 과일과 물만 먹는 다이어트를 실시했다. "이 사람은 중용이라는 걸 몰라. 과하다, 지나치다, 말은 하지만, 그건 완전히 새로운 경지였어. 먹고 마시고, 먹고 마시고, 먹고 마시고! 나중엔 꼭 약에 취한 것 같더라니까."
--- 프롤로그 '마리오와 함께한 저녁식사' 중에서
"손을 벴어요?" 양 다리를 세던 엘리자가 물었다. 그녀의 억양에선 이런 뉘앙스가 역력했다. 여기 온 지 얼마나 됐다고. 고작 30분 만에 벌써 사고를 쳐? "네. 하지만 걱정 안 해도 돼요." 나는 더럽고 두꺼운 천으로 손가락을 둘둘 말았다. "늘 이 모양인걸요. 손만 봐도 알죠. 흉터에 칼자국 천지거든요. 안경을 써야 할까 봐요. 근시라서. 아니, 원시인가. 사실, 둘 다예요. 아무튼, 제가 워낙 그런 인간이에요."
"병원에 가야 하는 거 아니에요?" 어쩐지 비난하는 투였다. 그녀가 걱정하는 게 조금 걱정이 돼서 고개를 저었다. 피가 꽤 많이 났다. "냉장고에 반창고가 있어요." 그녀가 말했다. "고무장갑을 껴야겠네요. 반창고가 젖을 테니까."
--- 1장 '신문사를 떠나 주방의 노예를 자처하다' 중에서
요리사와 주방장은 다르다. 나는 이제 요리사였고, 주방장의 지시를 따랐다. 주방장이 상관이었다. 요리사의 이름을 재킷에 새기는 일은 절대로 없다. 주방에서 아예 제 이름을 잃어버리는 일도 허다하다. "어이, 병아리콩!" 프랭크는 알렉스를 그렇게 불렀다. 너무 하찮아서 병아리콩을 망쳐놓는 일 이상은 할 수 없다는 뉘앙스가 담겨 있었다.
"어이, 흰 셔츠!" 한번은 주방과 홀 사이의 공간에서 노닥거리는 웨이터를 보고 화가 난 앤디가 외쳤다. 거기는 화장실로 이어지는 통로였고, 흰 셔츠는 알고보니 웨이터가 아니라 손님이었다. 이 얘기는 마리오의 귀에까지 들어갔다. "네, 주방장님! 시키는 대로 하겠습니다, 주방장님! 시정하겠습니다, 주방장님!" 주방장 자리에 십장을 넣으면 그대로 건축현장이 된다.
--- 2장 '라인쿡, 난 이제 소시지가 되어버렸어!'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