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때가 왔다! 바스티유 감옥의 습격을 기점으로 무자비하고 광적인 살육이 시작되었다. 재판 따위를 거칠 새도 없었다. 폭도들은 길거리에서 귀족들과 관리들을 마주치는 대로 학살한 후, 시체를 가로등의 기둥에 줄줄이 매달아 폭정의 종말을 알리는 표지로 삼았다.
군중들 중에는 폭동에 가담하지 않은 사람도 몇 명 있었다. 바로 조금 전까지만 해도 바스티유 감옥에 수감되어 있다가 별안간에 자유의 몸이 된 죄수들이었다. 전부 합해 일곱 명이었다. 그들은 갑자기 주어진 자유에 어안이 벙벙해서, 도대체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갈피를 잡지 못한 채 우왕좌왕했다.
그날 밤 파리를 휩쓴 수많은 발자국들은 언젠가 드파르주의 술집 앞에서 포도주 통이 깨졌을 때 물들었던 길바닥의 돌들처럼 시뻘건 빛깔을 띠었다. 다만 새로 물든 이 시뻘건 자국은 포도주보다 훨씬 짙고 깊게 스며들어, 언제까지고 지워지지 않을 것 같았다.
- 제6장 ‘참혹한 사건’ 중 91~92쪽에서
작가는 혁명이라는 거대한 역사적 소용돌이 속에서 인간의 운명과 삶을 돌아보도록 유도한다. 우리는 극한 상황에 처했을 때, 사람들의 감정이 어떤 식으로 드러나는지 작품 속에서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다. 복수심과 증오심이 끓어 넘치는가 하면, 따뜻하고 순수한 애정과 사랑, 의리 등이 더욱 의미 있게 다가오기도 한다. 그리고 복수심과 증오심만 불타는 사람들의 최후는 결국 비참한 죽음으로 귀결되는 것을 볼 때, 사람과 사람 사이의 진정한 포용과 사랑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된다.
- 해설,‘《두 도시 이야기》제대로 읽기’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