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문학은 교회와 교인들의 풍속사적 수준에 머물 것이 아니라, 인간의 존재성에 대한 진지한 성찰에서 출발해야 할 것이다. 대부분의 작품은 상당히 이기적이었다. 그 갈등은 내 욕망이 충족되지 않는데서 오는 것이었고, 그것을 통해 인간의 사유 저편에 있는 문제에 이르지 못했다. 그러기에 작품들은 이야기 수준에 머물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가운데도 심사위원들은 ‘멀리 있는 빛, 혹은’(곽철근), ‘남은 자의 고백’(박김혜원)을 찾아내고 매우 즐거웠다. 앞 작품은 우선 문장이 안정되어 있고, 용서와 이해와 사랑의 문제가 밀도 있게 처리되어 있다. 가족 구성원간의 갈등은 인간의 원초적인 문제로 인간으로서 피할 수 없는 고통인데, 그것을 극복해가는 과정이 매우 인상적으로 처리되어 있다. 그리고 마음에 드는 것은 인물들이 살아있고, 서로 간에 따스한 정을 느낄 수 있었다는 점이다. 이것은 문학의 힘이, 이 정도로 쓸 수 있다는 것은 작가의 수련의 미덕이라고 생각되었다.
기독교 소설을 쓰려는 분들은 우선 기독교인의 관심이 세상과 다르다는 점에서, 무엇을 쓸 것인가를 선택해야 할 것이다. 우선 세상의 욕망이나 고통에 얽매어 있지 않고, 더 깊고 넓은 곳으로 눈을 돌린다면, 거기에서 인간의 새로운 모습을 만나고, 그 만남에서 주님의 모습을 어렴풋하게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문장에 대한 관심도 필요하다. 좋은 작품을 많이 읽으면 이러한 문제들은 어느 정도 터득할 수 있을 것이다.
- 현길언(한양대 국문과 교수) · 조성기(숭실대 문예창작과 교수)
곽철근의 소설에서 특히 클래식 음악의 자리는 상당하다. 거의 전문가에 육박하는 지식과 더불어 그로부터 받아들이는 현실적인 동화와 승화의 감정은 때로 구원의 경지로까지 그를 이끈다. 그러나 주인공 '나'는 거기에 머무르지 않고 철학 아카데미에 출석하여 세계의 본질에 대한 도전으로 자신의 의욕을 키워 간다. 이 부분에서 센티멘탈리즘은 철학과 손을 잡고 문학을 배태시킨다. 뒤이어 나타나는 종교적 고민, 그 이후의 확산은 넓은 의미에서 문학의 한 양태로 포용될 수 있을 것이다. 말하자면 음악과 여성에 의한 위로가 인간적 구원의 몸짓이라면, 철학적 모색은 그 이상의 가능성을 향한 질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로부터 기독교, 혹은 신학으로 가는 길이 자연스럽게 열리며 이른바 세계고世界苦의 빛깔을 띠게 된다.
- 김주연 (전 숙명여대 교수, 문학평론가)
모든 화소(話素)가 제대로 살아 있으면서도 미적 구조에 조화롭게 형상화될 때에 천의무봉天衣無縫의 한 작품이 탄생하게 된다. 모든 화소나 사상이나 종교의 이념이 다 문학에 수용될 수 있으나, 그것은 응고된 그대로가 아닌 물에 녹은 설탕물과 같이 흡수될 수 있게 새로운 질서로 리얼리티를 형성해야 한다. 생경하고 응고된 이념을 그대로 설득하는 것은 설교가 되고 만다. 곽철근의 단편소설 『화려한 날은 가도』는 이러한 소설의 미학으로 조명하여 주목받을 만하다.
작품은 정년을 당하여 무기력해진 한 남자가 새로운 출발의 자세를 가다듬고 진취적으로 도약하는 삶의 한 좌표를 보여 주고 있다. 퇴직을 일 년 앞두고 퇴직한 고 선생은 텔레비전 앞에서 무료한 시간을 보내면서 학생들은 물론이고 학부모들에게서 존경과 사랑을 받은 40여 년간의 교직생활을 돌아보면서 허전한 심사를 가다듬으면서 계획을 세워 잘 살아야지 하고 다짐을 하는데, 한 제자로부터 창조주 앞에 귀의할 것을 권함을 받고는 내심 성찰을 한다. 미국에서 사업에 실패하고 온 동생은 이제 모든 것을 비우고 절대자 앞에 귀의하여 마음이 편하니 형님도 그렇게 하라고 권유한다.
고 선생은 신앙의 대상과 동생이 받는다는 사랑의 실체가 무엇인가 깊이 생각하다가 제자와 동생의 강권에도 어떤 종교에 깊이 매이거나 싫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고, 목사가 된 제자에서 받은 메일에서도 거부감이 일어난다. 동생과 동해안을 일주하기로 나선 고 선생은 영어 공부를 하고 음악을 듣고 밤과 새벽에 외로움과 싸움을 하겠다고 다짐하면서 자아성찰에 의한 삶의 새로운 자세를 정립하는 성찰이 고조되는 끝 부분이 인상적이다. 종교적 이념을 그대로 노출시키지 않고 제자와 동생의 강권의 갈등 속에 스스로 성찰하여 삶의 자세를 가다듬어 도약적 귀의를 가능하게 한 것이다. 이런 면에서 당선작으로 정한다. 치열한 작단作壇의 또 하나의 별이 되기를 기대한다.
- 구인환(소설가) · 채정운(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