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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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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말한다

이창건 | | 2023년 02월 1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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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2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136쪽 | 174g | 127*188*20mm
ISBN13 9791188511297
ISBN10 1188511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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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나는 못이다
태어날 때부터 뾰족해 늘 머리를 맞으면서도
나는 세상 속으로 깊이깊이 들어갔다

어떤 세상은 너무나 단단해
첫걸음도 떼지 못한 채
세상 밖으로 튕겨 나가기도 하고
때때로 허리가 구부러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나는 내가 가야 할 길을 알고 있었으므로

굽은 허리를 펴고 꼿꼿하게 세상을 걸었다

서로 다른 세상이 어긋나지 않게 맞춰지도록
맞춰진 세상이 다시 어긋나지 않도록

나는 보이지 않게
세상 속으로 깊이깊이 들어갔다
---「못」중에서

점심시간에 나는 집으로 오곤 했다

외할머니는 먹을 것도 없는데
뭐하러 오느냐며 하시다가

부엌으로 들어가
찬물 한 그릇을 떠다 주시곤 했다

나는 물을 국처럼 마시고 학교 뒷산으로 달려가 아카시 꽃을 한 움큼씩 따
밥처럼 먹었다

어린 날, 목이 메도록 먹고 또 먹은

향기롭고 슬픈 밥
---「향기롭고 슬픈 밥」중에서

빈손인 줄 알았는데 돌을 들고 있었다

언제부터 들고 있었을까?

부끄러워라, 부끄러워라

누구를 향해 던지려 했을까

내려놓아라, 내려놓아라

새에게도 던지지 마라
하늘에게도 던지지 마라

내 손에 들려 있는 돌

내 마음이 들고 있는 돌
---「돌」중에서

수많은 별자리들이 움직이고
달이 생각에 잠기고

해가 돌아 오늘이 온다

오늘은 왜 올까

그것은 오늘을 기다려
피어야 할 꽃이 있기 때문이다
태어나야 할 매미가 있기 때문이다
가야 할 길이 있기 때문이다

오늘 아침에도 나팔꽃이 피었다

오늘이 말한다

무엇이 아름다운가
어떤 길이 옳은가

나를 속이지 말고 다른 길로 가지 않기를

불행이 건드려도 넘어지지 않기를
---「오늘이 말한다」중에서

시냇가에 작은 돌들이
아무렇게나 앉아 있는 게 아니다

별 볼 일 없이 앉아 있는 게 아니다

작은 돌은 큰 돌 넘어지지 않게 아래를 괴고 있고
작은 돌이 괸 큰 돌 위에는 개구리가 앉아 벌름벌름 숨을 쉰다

상처도 컸을 텐데,

서로가 등지고 밀어내지 않으며
올망졸망 사이가 좋다

마음에 쏙 들어 그냥 손에 쥐고 오고 싶은
몽글몽글 작은 돌 하나

바로 그게

그게 나였어
---「바로 그게 나였어」중에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승환이가 캠프를 떠나는 날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 오늘 밤은 형 꼭 안고 자
형은 그동안 나 때문에
엄마랑 한 번도 같이 못 잤잖아

승환이가 떠나고도,

엄마는 한동안 자리를 뜨지 않았다

승환이는 혼자서는 걷지 못했다
---「승환이」중에서

내 신발은 늘 컸어요

엄마는 세상에서 가장 큰 발자국 남기라고
내 발보다 큰 신발을 사다 주곤 하셨지요

그런데 내 발이 자라 신발에 맞을 때에도
세상은 내 발에 맞지 않았어요, 엄마

세상의 신발은 언제나 커서
벗겨지기 일쑤였지요

엄마, 미안해요
---「엄마, 미안해요」중에서

생선가게에서
꽃이 핀다, 꽃을 판다

생선만 팔아서는 살 수 없어 그럴까
아닐 거다, 그렇지는 않을 거다

물고기 지느러미에 무늬가 아름답듯
생선가게 아저씨 마음에도 꽃무늬가 필요해서일 거다

-뭐 드릴까요?

엄마는 생선 대신 꽃을 골랐다

아저씨는 이 세상에 오기 전 꽃이 아니었을까
꽃이었으면 무슨 꽃이었을까

비린내 나는 아저씨 손에 피는 꽃
향내 나는 꽃!
---「생선가게에 피는 꽃」중에서

가을엔 피는 꽃보다 지는 꽃을
더 오래 바라보자

그 꽃이

어떻게 세상을 향기로 이끌었는지
어떻게 세상을 아름답게 이루어 갔는지

그 발자국을 따라가 보자

귀뚜라미 울음소리에도
꽃향기가 밴 가을에는

피는 꽃보다 지는 꽃의 뒷모습을
더 오래 바라보자

슬픔에 향기 있듯
지는 꽃도 아름답다
---「지는 꽃」중에서

혼자 바람을 맞고 있는 나무를 보았어

밤 부엉이 울음 따라 부엉부엉 우는 나무를 보았어

봄 오면 나는 녹아 사라지겠지만

저 나무는 잎이 돋고 꽃이 피겠지

나비들도 팔랑팔랑 날아오겠지

혼자 바람을 맞는 나무를 보았어

외로운 겨울을 견디는 나무를 보았어
---「눈사람」중에서

세상이 아무리 메마른 사막 같아도 시는 인간의 아픈 영혼을 안아줘야 해요. 상처받은 영혼들, 외로운 영혼들, 건강하지 못한 영혼들에게 위로가 되어야 하지요. 우리는 다 함께 따뜻하게 살아야 해요.
--- p.123

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시는 동시라고 생각해요. 동시는 사악함이 끼어들 틈이 없는 천진난만하고 순진무구한 시여서 그래요. 동시를 읽는다는 것은 동심의 유지와 회복 그리고 선한 성품으로 세상을 살아가려는 의지를 확인하고 지키기 위해서지요. 어린이들은 물론 학부모와 청소년들도 동시를 자주 읽으면 정말 좋겠어요.
--- p.136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주머니에 잊어버리고 있던 사탕을 우연히 발견해서 꺼내먹는 맛. 차분히 마음속에서 달콤해지는 이 책이 좋다.
- 후지타 사유리 (방송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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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업체명 : 예스이십사 주식회사 목동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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