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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판은 매일 색을 바꾼다
들판은 매일 색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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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판은 매일 색을 바꾼다

: 자연에서 만난 동식물들의 사적인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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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8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360쪽 | 422g | 130*200*25mm
ISBN13 9788932320038
ISBN10 8932320039

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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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방치하는 것이 좋을 때가 있다. 도시에서는 부자들이 언덕에 살지만 시골에서는 반대로 가난한 사람들이 언덕에 산다. 대규모 목장과 농장을 소유한 사람들은 평야를 가지고 있다. 언덕에 농장이 있는 사람들은 자기 토지를 개량하기에는 자금이 턱없이 부족해 다량의 제초제를 뿌린다. 가난처럼 어떤 것도 보호되지 못한다.
--- p.22

일부 지렁이는 행동 능력을 상실한, 즉 죽은 상태였다. 들판이 생명과 성장의 장소라고 생각하는가? 맞는 말이다. 그러나 동시에 거대한 묘지이기도 하다. 죽은 양을 들판에 묻은 적이 있다. 그리고 울타리 기둥을 설치하려 구멍을 파다가 이전에 다른 사람들도 그랬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게 아니더라도 자기 굴속에서 죽은 야생동물도 있다.
--- p.82

벌거벗고 쓸모없어 안식처가 될 수 없는 마시필드 산울타리 밑에서 힘없이 늘어져 풀밭에 앉아 있는, 눈에 절망이 서려 있는 박새 한 마리를 지나친다. 겨울은 십일조를 거두어들이고 있다. 나는 돌아가는 길에 이 새를 거둬 집으로 데려가서 따뜻하게 해주고 먹이를 주리라 다짐한다. (…) 박새를 본 곳으로 돌아갔을 때 새는 이미 죽어 있었다. 추위로 감각을 잃은 손에 무게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 새를 담는다.
--- p.37-38

밤에 들려오는 합창도 있다. 그리고 불빛이 새하얀 면사포처럼 고혹적인 오늘 같은 날이 이 합창을 즐기기에 제격이다. 땅거미가 지는 대기는 알맞게 촉촉하고, 봄 목초지의 꽃향기가 더욱 진하게 퍼진다. 서로 맞은편에, 다시 말해 한 마리는 그로브 산울타리에, 다른 한 마리는 뱅크필드 산울타리에 앉아 있는 두 마리의 검은지빠귀가 이 세계에서 자신의 영역을 선포하며 서로를 향해 정신없이 지저귄다. 아, 5월이 왔다. 잉글랜드에, 이 목초지에 살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기쁜 일인가.
--- p.144

즐거운 5월은 새들의 아침 지저귐 소리를 듣는 달이자 여우를 관찰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부모가 배고픈 새끼들을 이끌고 햇살 아래로 나오고, 새끼들이 땅 위에서 장난을 치며 놀기 때문이다. 오늘 밤 새끼 여우들은 경계가 완전히 풀어져 있다. 잡목림에서 나와 울타리 아래로 살금살금 움직인 다음 들판을 덮고 있는 풀밭 위에서 요란 법석을 떨며 장난을 친다. 이들의 청록색 눈이 내가 접근하는 모습을 바라보다가 10미터쯤 가까워져서야 굴 안으로 재빨리 도망간다. 이런 상태는 오래가지 않는다. 한 달만 지나면 이들은 나를, 인간을 경계하게 되고, 밤을 좋아하는 본성이 깨어날 것이다.
--- p.145

철제문을 재빨리 타고 넘어 울타리로 둘러쳐진 맨땅의 방목지로 들어가면서 얼핏 프레다의 옷이 분홍색 돼지들과 뒤얽혀 있는 모습이 보였다. 이들은 마치 정육점의 소시지처럼 바닥에 누워 있었다. 세상이 끝나는 기분이 어떤 것인지 말해줄 수 있다. 당신을 둘러싼 모든 것이 녹아내리면서 사라지고 삶이 환영임을, 영원히 확장되는 혼돈의 우주를 덮고 있는 예쁜 장막임을 깨닫게 된다. 끔찍했던 몇 초 동안 나는 돼지가 프레다를 잡아먹은 줄 알았다.
나는 비틀거리며 돼지들 쪽으로 나아갔고, 프레다가 옷 속에 감싸여 있는 모습을 보았다. 프레다에게 다가가 어여쁘고 불그스레한 얼굴을 어루만지면서 숨을 쉬고 있음을 알았다. 세상이 다시 천연색으로 바뀌었고, 시간이 제 속도를 찾았다. 내 상상이었을지도 모르지만 나는 그 순간에 새들도 노래하기 시작했다고 확신한다. 프레다는 돼지 두 마리 사이에서 곤히 잠들어 있었다.
--- p.190-191

농장 일꾼들은 좀처럼 무언가를 찬양하거나 일이 즐거웠다고 인정하지 않는다. 그리고 노인들을 제외하면 누구도 기계장치 도입에 반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건초 작업만은 예외였다. 적어도 이곳에서는 그렇다. 이들은 하나같이 현재의 일을 싫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과거를 찬미했다. 이들이 말했다. 과거에 우리는 제대로 된 건초를 만들었다. 과거에는 건초 작업이 일종의 휴가처럼 여겨졌다. 가족들이 들판으로 나오고, 근사한 소풍 도시락이 준비되고, 맥주가 끊임없이 공급되었음은 물론이다.
--- p.215

“맙소사. 저걸로 도대체 뭘 하려는 거죠?” 내가 대답하기도 전에 그는 밴에서 내려 건초 더미 주위를 돌면서 밑부분을 면밀히 살핀다. “밑에 받침을 놓았네요. 습기를 막아주니 잘한 거예요.”
제프의 눈빛이 이상할 정도로 쾌활하다. “건초 더미를 못 본 지……” 그는 힘없이 머리를 흔든다. “얼마나 됐더라? 한 40년은 됐나?” 그러더니 말한다. “이리 와요. 완전히 쓰러지기 전에 이 녀석을 세워줍시다.”
우리는 오래된 나무 막대와 몇몇 도구들을 사용해 건초 더미를 다시 똑바로 세우는 데 성공한다.
“쓰러진 건초 더미를 두고 누가 뭐라고 하면 시계를 잃어버려서 건초 더미의 옆 부분을 헤쳐봐야 했다고 말해요. 건초 더미가 쓰러질 때마다 우리가 항상 했던 말이죠.”
다시 트럭(헤리퍼드 사람들은 밴을 항상 트럭이라고 부른다)에 올라타면서 “그건 그렇고 잘 만든 건초네요”라고 그가 말한다. 시골의 특징을 간직한 마지막 사람 중 한 명으로부터 칭찬을 받는 순간이다.
--- p.242-243

나는 박제된 여우를 좋아했지만 우리 집 닭과 오리, 새끼 양을 죽인 살아 있는 여우에게는 한 번도 큰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존중과 사랑은 별개다. 나의 이런 양면성은 내가 가진 또 다른 측면과 완벽하게 부합하는데, 내가 아는 한 나는 말을 타고 여우 사냥을 하면서 여우 사냥 반대 운동을 하는 유일한 사람이다.
--- p.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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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내가 뽑은 올해의 책. 아름답게 다듬어진 문장들은 대지를 이해하는 디딤돌이 되고, 작가의 서정적인 목소리는 믿음직한 안내자 역할을 해줄 뿐만 아니라 멋진 이미지와 통찰력 있는 문학적 장치들로 마음의 눈을 밝혀준다.
- 선데이 익스프레스
루이스스템플은 눈썰미가 날카롭고 문체가 유려하며 다방면에 관심이 많고 야생동물에 대해 순수한 호기심을 가지고 있다. (……) 자연에 대한 그의 묘사는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는다. 그의 어조는 흔들림이 없고 열정적이며 유머가 넘친다.
- 앵거스 클라크 (타임스)
영국에 대해 쓴 책은 많지만 어느 것도 웨일스 경계에 위치한 들판에 대해 쓴 루이스스템플의 작품만큼 흥미롭지 않다. 여우와 붉은솔개, 들쥐는 HBO 드라마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처럼 입체적인 성격을 가지게 되었다. (……) 그는 엄청난 인내심으로 자연을 관찰해왔고, 보기 드문 색채와 이야기로 동물의 생활을 묘사했다.
- 팀 콕스 (옵저버)
자연에게 보내는 아름다운 연애편지. 지혜와 경험으로 가득하고 유머가 배어나며 시와 사랑이 넘친다. 나는 지붕에 올라가 ‘이 책을 사고, 주고, 읽어라’라고 소리치고 싶다.
- 팀 스미스 (이던 프로젝트)
존 루이스스템플은 들판에 서식하는 다양한 생명과 이들이 어떻게 함께 생활해나가는지에 대해 잘 알 뿐만 아니라, 이를 매우 선명하게 글로 표현할 줄 안다.
- 필립 풀먼 (가디언)
자연을 가까이에서 관찰한 매력적이고 아름다운 책이다. (……) 이 책의 저자는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세계에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 흥미로우면서 동시에 영감을 준다.
- 벨 무니 (데일리 메일)
존 루이스스템플은 과감하며 생생하고 우아한 문체를 사용한다. 생각이 깊고 다방면에 걸친, 그리고 때때로 유머러스하고 언제나 즐거운 설명은 매우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 존 애커로이드 (스펙테이터)
시선을 사로잡는 따뜻하고 유쾌한 관찰 기록이다. 상처받기 쉬운 생태계에 바치는 헌사로서 손색이 없다.
- 줄스 하워드 (BBC 와일드라이프 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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