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말인냐, 참말인냐, 애고 애고 이게 웬말인고. 못 가리라, 못 가리라. 네 날다려 뭇지도 안코 네 임의로 한단 말가.네가 살고 내가 눈을 뜨면 그난 응당 하려이와 자식 죽기여 눈을 뜬들 그게 참아 할 일인야. 네의 모친 너를 늦게야 낫코 초칠일만의 죽은 후의 눈 어두온 늘근 거시 품안에 너를 안고 이 집 져 집 다니면셔 구차한 말 하여감셔 동영 어더 먹여 키여 이만치 자라거든, 내 아모리 눈 어두나 너를 눈으로 알고 너의 모친 죽은 후의 차차 여젼텨니,이 말 무신 말인고. 마라, 마라, 못 하리라.
안해 죽고 자식 일코 내 살아서 무엇하리.너하고 나하고 함기 죽자. 눈을 팔어 너를 살 때 너를 팔어 눈을 뜬들 무어슬 보고 눈을 뜨리.엇던 놈의 팔자관데 사궁지슈(四窮之首)되단 말가.네 이놈 상놈 덜아.장사도 조커니와 사람 사다 죽이어 졔하는데 어데셔 보앗난야. 하날님의 어지심과 귀신의 발근 마음 앙화(殃禍)가 업건넌야 눈먼 놈의 무남독녀(無男獨女) 철모르나 어린 아해 날 모르게 유인하여 갑슬 주고 산단 말고. 돈도 실코 쌀도 실타. 네 이놈 상놈더라, 옛 글을 모르난야?
칠연대한(七年太旱) 가물적의 사람으로 빌나하니 탕인군 어지신 말삼 '내가 지금 비난 비난 사람을 위하미라. 사람 죽여 빌 양 이면 몸으로 대신하리라.' 몸으로 희생(犧性)되야 신영백모 젼조단발(身瓔白茅剪爪斷髮)하고 상임(桑林)의 비러떠니 대우방수쳔리(大雨方數千里) 비라. 이런 일도 잇건이와 내몸으로 대신가미 엇더하냐?'
--- 본문 중에서
이때에 심봉사는 딸을 잃고 실성하여 날마다 탄식할 제, 봄이 가고 여름 되니 녹음방초 한이 되고 지지지 우는 새는 심봉사를 비웃는 듯, 산천은 막막하고 물소리 처량하다. 도화동 안팎 동리 남녀노소 모두 와서 안부 물어 정담하고 딸과 같이 놀던 처녀 종종 와서 인사하나, 설운 마음 첩첩하여 아장아장 들어오는 듯, 앞에 앉아 말하는 듯, 무리 무리 착한 일과 공경하던 말소리를 일시라도 못 견디고 반시라도 못 견딜제, 목전에 딸을 잃고 목석같이 살았으니 이런 팔자 또 있는가.
이렇듯이 낙루하고 세월을 보내는데 인간에 친절한 것은 천륜이라. 심 황후는 이때 귀중한 몸이 되었으나 안맹하신 부친 생각 무시로 비감하사 홀로 앉아 탄식한다.
"불쌍하신 우리 부친, 생존한가 별세한가. 부처님이 영험하사 저간에 눈을 떠서 정처 없이 다니시나."
이렇듯이 탄식할 때 천자께서 내전에 드옵셔 황후를 보옵시니 두 눈에 눈물이 서려 있고 옥면에 수심이 쌓였거늘 천자 물으시되,
"황후는 무슨 일로 미간에 수심이 미만하시닌 어인 일인지요?"
물으시니 황후 꿇어앉아 나직이 여쭈오되.
"신첩이 근본 용궁인이 아니오라 황주 도화동 사옵는 심학규의 딸일러니, 첩의 부친 안맹하여 철천지원 되옵더니 몽운사 부처님께 공야이 삼백 석을 향안(香案)에 시주하면 감은 눈을 뜬다 하옵기로, 가세는 빈한하고 판출할 길 바이없어 남경 장사 선인들에게 삼백 석에 몸이 팔려 인당수에 빠졌삽더니, 용왕의 덕을 입어 생환인간하여 몸은 귀히 되었사오나 천지 인간 병신 중 소경이 제일 불쌍하오니, 특별히 통촉(洞燭)하옵셔 천하에 신칙(申飭)하사 맹인 불러올려 사찬(賜饌)하옵시면 첩의 천륜을 찾을 수 있을까 하오며 또한 국가의 태평한 경사가 아니오리까?"
황제 칭찬하시되,
"황후는 과연 여중대효(女中大孝)로소이다."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