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여행을 기획하면서,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었던 사실이 있었다.
패키지처럼 여행하고 싶진 않지만,
그들처럼 성공하기도 쉽지 않다.
힘 빠지는 소리지만, 대형 여행사가 이룩해온 과거의 영광을 따라잡을 수 없다. 그럼에도 그들처럼 되고 싶지 않다. 욕하면서 닮아가고 싶지도 따라 하고 싶지도 않았다.
잠시만 불편해지자,
그래야지 지속 가능한 여행을 만들 수 있으니까.
순간의 편함을 좇지 않기로 했으니, 과정의 불편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정직하게 여행을 만들어 가는 사람들과 함께 지속 가능한 여행을 해보기로 했다. 공정여행이 단순 관광이 아닌 경험의 여정이 되기를 바라면서, 여행자들과 함께 여행을 떠났다. 공정여행자의 시선으로 여행을 담았다. 그랬더니 현지인의 삶, 문화, 정신, 환경 등 이전 여행에서 보이지 않던 많은 것들이 보였다.
그곳엔 아등바등했던 과거 시점의 나도 있었다. 그때의 나는 무엇을 위한 여행을 했던 걸까. 멋진 사진을 뽐내는 허세 가득한 여행이었을 것이다. 거기에 사로잡혀 그것만 보였으니까. 어디에서 뭘 안 하고 뭘 안 먹으면, 안 될 것만 같았다. 누구나 하는 여행 말고, 남들은 모르는 여행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혔다. 어느 순간 여행이 싫어졌다. 여행의 피로감이 쌓였다. 내가 사진작가도 아니고 그냥 여행자인데,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해? 그건 내 영역이 아니야. 피로한 여행, 이젠 싫었다.
여행엔 정답이 없다. 나의 여행이 무조건 맞는 것도, 나와는 결이 다른 누군가의 여행이 틀린 것도 아니다. 그러니 누구나 가는 여행지 가도 되고, 남들이 안가는 여행지 가야지만 특별한 것도 아니다. 그곳이 어디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즐기고 기분 좋게 힐링하고 오면 그만이다. 그게 여행이지. 우리가 여행에서 무엇을 얻어서 돌아올지는 아무도 예견할 수 없으니까. 프랑스 소설가 마르셀 프루스트는 이렇게 말했지.
“진정한 여행은 새로운 풍경을 보러 가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또 하나의 눈을 얻는 것이다.”
자신의 인사이트를 얻는 여행. 나에게 공정여행이 그랬다. 겉돌지 않았던 여행,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준 여행, 그래서 조심스럽게 스며들 수 있는 여행이어서 좋았다. 여행보다 좋은 것은 여행 기록이었기에, 그 좋았던 찰나의 순간을 잊고 싶지 않아 기록했다. 이방인을 위해 기도해준 사막 민족의 따뜻함을, 자전거 바퀴가 만들어내는 깨끗한 공기의 소중함을, 빛바랜 잉크 자국이 역사가 되는 서점의 오래된 이야기를 담았다.
무엇보다도 이 여행을 특별하고, 가치 있는 여행이라고 미화시키고 싶지 않다. 그저 내가 기록해온 작은 메모들을 읽으며, ‘공정여행은 거창한 여행이 아니라, 누구나 보고 느끼고 즐길 수 있는 여행’이라는 것을 알아가는 과정이길 바라본다.
--- 「기록의 여정」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