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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한 공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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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한 공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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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11월 30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336쪽 | 446g | 128*188*30mm
ISBN13 9788932474106
ISBN10 8932474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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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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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장소 스무 곳을 선정했다. 내가 좋아하는 곳이 기준이므로 선정된 장소의 대표성이란 있을 수 없다. 하지만 괜찮다. 누가 하더라도 모두를 만족시킬 객관적 기준은 만들어지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현재를 돌아볼 만한 곳이라면 좋다는 생각을 했다. 나름의 선정 기준이라면 공공성이 우선이다. 제 아무리 멋지고 의미가 있더라도 문 걸어 잠근 곳을 들어가 볼 수는 없는 일이다. 개인의 정원에서부터 카페, 기업과 기관의 시설, 국가가 운영하는 미술관까지 일반인에게 개방한 장소에 국한시켰다. 각 장소나 공간이 지닌 이야기도 중요하다. 드러난 모습보다 만든 이의 취지와 과정을 알 때 공감의 폭이 커질 테니까. 독특한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곳도 포함시켰다. 모두 우리의 일상과 연결되는 곳이다. 이들 공간에서 각자의 경험이 풍부해진다면 선정의 역할을 다한 게 된다.
--- p.12, 「서문」중에서

녹사평역은 과정의 역설 때문에 특색 있는 역으로 남게 됐다. 쓸쓸한 이야기를 지닌 한산하고 아름다운 역이랄까. 깊이 35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지하 공간은 이렇게 만들어졌다. 내부를 비운 원통형 설계로 천장을 뚫어 빛이 들어오도록 했다. 돔(Dome)형 아트리움(Atrium)이 설치된 국내 유일의 지하철역이다. 녹사평역의 독특함과 아름다움은 하늘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빛의 효과에서 나온다. 태양의 고도에 따라 시시각각 바뀌는 빛의 각도가 실내의 그림자를 이동시킨다. 매순간 새로운 인상으로 다가오는 셈이다. 맑은 날이면 역 안의 창문에 비치는 그림자의 움직임이 재미있다. 길고 짧은 그림자가 지하 공간의 벽면을 따라 비친다. 빛으로 생기는 공간의 생동감이란 기대 이상이다. 2층 난간에 서서 움직이는 그림자를 보자면 지구가 매우 빠른 속도로 돌고 있다는 게 실감난다.
--- p.28~29, 「6호선 녹사평역」중에서

자연스럽게 관계의 차단이 이루어지는 곳이 화장실이다. 문득 자신과 맞대면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홀로 큰 거울에 비친 제 얼굴을 볼 때다. 비로소 객관화된 자신의 모습이 들어온다. 순간 많은 생각이 떠오른다. 쭈그리고 앉아 볼 일을 본다. 무방비 상태에서 할 수 있는 적격의 일은 멍하게 있는 것이다.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오를지 모른다. 그렇지 않다면, 할 수 있는 일이란 책이나 잡지를 읽거나 스마트폰을 보게 된다. 갑자기 화장실 밖 풍경이 궁금해질 수 있다. 시선의 높이에서 펼쳐지는 볼거리가 중요하다. 무엇을 보느냐에 따라 화장실 안에서의 시간이 다르게 느껴질 테니까.
--- p.69, 「나의 화장실 순례기」중에서

B39는 건물의 외형이 아니라 내부 시설물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외부와 차단된 벽 안에서 남겨진 구조물이나 공간을 바라보는 게 전부다. 평소라면 이런 장소에 오래 머물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곳엔 아무도 없다. 홀로 있다는 것만으로 오랜 시간 머무르게 된다. 커다란 공간과 자신이 비로소 면대면의 독대를 하게 되는 순간이다. 놀랍고, 당혹스러우며, 두려움마저 든다. 일상의 시간이 멈춘 듯한 가공의 큐브 안에 들어 있는 듯하다. 빈 공간과 무위의 시간은 절묘한 조화다. 공간은 보는 게 아니라 그 안에서 경험하는 것이다.
--- p.219, 「부천아트벙커 B39」중에서

어떤 공간에 있느냐에 따라 정서적 반응이 달라진다. 크다, 넓다와 같은 눈에 보이는 요소만 작용하는 게 아니다. 세월의 흔적, 칠해진 페인트의 색깔, 빛의 느낌, 요소요소에 심어진 풀과 나무, 공간을 채운 냄새까지 영향을 준다. 커피를 마셔도 이곳에서 마시면 더 멋져 보이고, 동일한 물건도 더 좋아 보인다. 무엇을 파느냐보다 어떻게 파느냐가 중요하다. 감각은 구체적인 체험을 통해서만 그 차이를 확연히 드러낸다. 체험의 장소와 공간의 분위기가 곧 감각의 수용을 이끄는 요인이 된다.
--- p.308,「F1963」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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