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최악인 건, 농장에서 돼지를 키운다는 사실이었다. 게다가 돼지는 다른 말로 ‘호그(hog)’라고도 부른다. 그런데 우리 반에는 모두가 싫어하는 ‘댄 호그’라는 이름을 가진 불쌍한 녀석이 있었다.
그 이유는 정확히 모르겠다. 아마 머리카락 때문이 아닐까 싶다. 아니면, 이빨 때문일 수도 있고, 안경 때문일지도 모르겠고. 그것도 아니면, 벤비 선생님이 질문만 하면 자기가 정말 천재라도 되는 양 대답을 해서 그럴지도. 보통 그 녀석은 슬금슬금 남의 눈에 띄지 않으려고 애썼는데, 효과는 전혀 없었지. 셰인 쿨런이나 타일러 마치 같은 꼴통 녀석들이 녀석한테서 절대 눈을 떼지 않았거든. 두 녀석은 당최 입을 가만두지 못하고 그 녀석 얘기를 해댔지. 낄낄대고 웃으면서 말이야.
나한테는 그게 정말 죽을 맛이었다. 벤비 선생님은 처음부터 다 보고 계셨다. 만약 선생님이 정말 좋은 분이라면, 왜 모른 척하고 지나쳐서 상황을 더 악화시키냔 말이다. 선생님의 관심은 온통 백만 킬로미터쯤 떨어진 이곳 마을 사람들한테만 쏠려 있었던 거지. 게다가 선생님은 이런 말까지 했다.
“닭, 소, 호그(돼지) 같은 가축이 전통적으로 어떻게 키워지는지 체험할 수 있을 거다.”
그 말 때문에 어떤 불쌍한 아이가 고통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것처럼 보였지. 그런 말을 듣고 셰인 같은 녀석이 가만있을 턱이 있겠어? 그 녀석은 이때다 싶어 아주 소리를 지르면서 말하더군.
“너네 가족들 만나러 가는 거냐, 댄? 언제쯤 너네 엄마 보나 싶었는데 잘됐네.”
하-하-하.
반 전체가 킥킥대며 웃어댔지. 벤비 선생님은 “됐다, 그만들해라!” 하고 말했지만, 자기도 웃긴 걸 억지로 참고 있는 모습이었어.
난 셰인이 정말 싫었다.
난 이 멍청한 체험학습이 정말 싫었다.
하지만, 가장 싫은 건, 바로 내가 댄 호그라는 사실이었다. --- pp.11-13
남자는 마치 뭐라도 들이받으려는 황소처럼 마당 주위를 맴돌았다. 남자의 목에도 이상한 게 보였다. 소름이 끼쳤다. 공포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목이 경련을 일으키더니 피에 굶주린 살인마처럼 모습이 변했다.
남자는 계속 말했다.
“사람들이 내 얼굴을 봤다니까 그러네! 삼십 명이나 되는 애들 앞에서 어떻게 얼굴을 숨기라는 거야? 날 반 워트란 사람으로 알고 있더라구. 내가 그 녀석들을 그 자식과 한군데에 가둬놓기 전
까진 말이지…….”
어처구니없는 소리로 들릴 게 뻔하지만, 난 그 순간까지 남자가 바로 반 워트 씨인 줄로만 알고 있었다. 딱 보아하니, 저 남자는 여기서 인스턴트 음식이나 텔레비전도 없이 살았다간 완전히또라이가 되고도 남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을 하니 나도 돌아버릴 것 같았다.
난 몸을 숨기고 남자를 지켜보다가, 남자가 단순히 오늘 일진이 안 좋거나 순간적인 화를 참지 못해 저러는 게 아니란 걸 깨달았다. 불같은 성미는 오랫동안 몸에 배인 게 틀림없었다. 그에 비하면, 셰인 녀석은 주일학교 교사나 다름없었다. 애송이지, 애송이.
“말했지! 목격자를 그냥 놔둘 순 없다니까.”
남자는 계속 말을 이었다.
“난 거기엔 다신 안 갈 거야.”
남자는 잠시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더니 아까 전의 괴상한 경련을 다시 일으키며 웃었다.
“알았어. 아무래도 그래야 할까 봐. 끔찍한 사고로 위장하는 게 바로 내 전문이잖아…….”
--- pp.62-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