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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이서 집 짓고 삽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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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이서 집 짓고 삽니다만

: 함께 사는 우리, 가족이 될 수 있을까?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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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 예정일 미정
쪽수, 무게, 크기 268쪽 | 294g | 150*198*20mm
ISBN13 9791195938858
ISBN10 1195938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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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박꼬박 빠져나가는 월세와 2년마다 돌아오는 재계약은 자신의 취향을 잃어버리게 만든다. 나도 그랬다. 마음 같아서는 새하얀 호텔식 침구와 빔 프로젝터 화면이 잘리지 않는 여유로운 흰 벽, 콜라를 한가득 채워 넣을 수 있는 대형 냉장고를 갖고 싶었다. 하지만 공간을 꾸미는 것에는 돈이 들고, 정작 내가 구입하는 물품은 모든 것이 다 있다는 ‘다O소’의 것이었다.
--- p.43, 「함께 사는 삶을 꿈꾸다」, (우엉) 중에서

진짜 문제는 훗날 우여곡절 끝에 집을 다 짓고 사용승인까지 받고 난 뒤 시작됐다. 우리 세 사람은 각자 서류를 잔뜩 준비해 지원사업 비용 신청을 준비했다. (중략) 최종 대출 신청을 하러 은행에 방문했는데, 이번엔 공동명의가 문제였다. 지원사업 규정상 신청 서류를 제출한 세대주 앞으로만 대출이 나가는데 우리는 공동명의로 돼 있어 지원이 불가능하다나. 마지막 관문에서 모든 게 수포로 돌아가버렸다.
--- p.114, 「이것은 기회인가, 시련인가」, (돌김) 중에서

집을 보러 다니면서 쌓인 경험에 의하면 원룸을 제외한 대 다수 집은 큰 방 하나에 나머지 작은 방이 딸려 있는 구조였다. 가부장적인 질서에 따라 보통은 가장인 부모가 흔히 ‘안방’이라고 칭하는 가장 큰 방을 쓰고, 나머지 가족은 부속품처럼 딸려있는 작은 방을 쓴다. 이러한 ‘정상가족’ 중심의 집 구조는 동등한 1인 가구들이 모여 사는 경우나 부부 중심이 아닌 가족에게는 적합하지 않다. 우리 셋 이 이룬 가족은 부부가 끼어 있긴 하지만, 부부가 중심은 아니다. 우엉은 나와 돌김의 부속품이 아닐뿐더러, 오히려 지금은 오갈 곳 없어진 우릴 거둬 살 곳을 마련해준 입장이었다. 이럴 경우엔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 p.169, 「왜 큰 방은 하나일까?: 동반 생활의 시작」, (부추)

셋이 함께 다니면 “와, 셋이 정말 잘 맞나 보다. 재밌겠어요.” 하고 추켜 세우지만, 저녁에 혼자 밥 먹는다고 하면 “아니, 식구도 셋이나 되면서 왜 저녁도 같이 안 먹어요?” 하는 반응이 단번에 나온다. 우리 셋은 같이 살기 전과 후에 크게 달라진 게 없는데, 사람들은 우리에게 무엇을 기대하는 걸까? 가족이 되면 무조건 같이 식탁에 앉아 밥을 먹어야 하고, 각자의 생활 방식에 상관없이 무조건 시간을 맞춰서 집을 나서야 하는 걸까? 도대체 사람들이 생각하는 가족은 어떤 모습인 것일까?
--- p.208, 「느슨한 가족이 사는 법」, (부추) 중에서

집 짓기의 힘겨운 과정과 셋이 함께 진 대출 덕분에 우리는 생활 공동체이자 대출 공동체가 되었다. 대출이 만들어준 내 편이 나는 정말 만족스럽고 좋다. 부추와 돌김이 나누어주는 따뜻한 에너지는 가족 이상이다. 그럼에도 우리 셋의 관계를 표현하는 일상 용어는 존재하지 않는다. 굳이 말하자면 친구일까? 보통 사람들은 친구와 동거하는 건 가족을 이루기 전, 임시로 주거하는 형태로 인지하기 때문에 30대인 우리는 의문 가득한 눈길을 종종 받는다. 법이 인정하는 일명 ‘정상가족’이 아니라는 사실은 일상적인 불편함 외에도 집 짓기 프로젝트를 하는 내내 걸림돌이 되었다. 그놈의 정상가족이 뭐길래 우릴 이렇게 서럽게 만드는 걸까?
--- p. 227, 「우리는 왜 가족이 아니란 말인가」, (우엉)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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