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는 별들이 총총히 빛나고 있었고 밤은 점점 깊어만 갔다.
늦도록 시끄럽던 장터에도 불이 꺼짖고 깊은 바닷속같이 조용해졌다. 주재소 밖에 내건 남포불만 희미했다.
모두들 잠이 든 시간. 그러나 잠들지 못한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만세 운동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한 장이라도 더 그리려고 초롱불을 돋구며 태극기를 그렸다.
관순이도 태극기를 그리다가 때가 됐음을 알고 밖으로 나갔다. 마침 사랑방에서 아버지도 나오고 대문으로 작은아버지, 김구응 선생님, 조인원 속장이 들어섰다. 사람들은 말없이 뒤뜰에 마련해 둔 잘 마른 장작에 멜빵을 해 짊어지고 집을 나섰다.
그들을 관순이네 집 뒤의 매봉산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발 밑을 조심들 하시오."
주위는 깜깜했으나 남의 눈을 생각해 불을 켜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