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프랑스 작가 중 가장 독특한 문학세계를 이룩한 인물로 손꼽힌다. 프랑스 노르망디에서 하급귀족의 아들로 태어나 평생 노르망디인의 정신과 생활을 고수하며 살았다. 정치적으로는 프랑스 혁명과 공화주의에 끝까지 반대한 왕당파였고, 종교적으로는 열렬하지만 비정통적인 로마 가톨릭 교도였다. 파리에 정착한 1837년부터 신문과 잡지에 글을 쓰기 시작한 그는 당대 문학 거장들에게도 거침없이 비판의 날을 세우는 평론가였고, 에밀 졸라를 비롯한 자연주의자들에게는 인신공격도 서슴지 않았다. 하지만 발자크, 스탕달, 보들레르가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할 때 그들의 진가를 알아본 몇 안 되는 사람들 중 하나이기도 했다. 대표작으로는 독자들의 주목과 비평가들의 논쟁을 불러일으킨 중편 소설집 『악마 같은 여인들』(문학과지성사)이 있으며, 소설 『늙은 정부』는 2007년에 미스트리스로 영화화되기도 했다. 또한 그는 가난하고 불안정한 삶을 살았지만 어떤 불편도 마다하지 않는 댄디 특유의 기질을 발휘하여 화려한 옷차림과 당당한 태도로 하나의 전설이 되기도 했다. 그가 지은 『댄디즘과 조지 브러멀(Du Dandysme et de George Brummell)』은 댄디즘을 이론적으로 정립하고 당시 새로운 계급으로 부상한 부르주아들의 속악한 현실주의와 예술문화의 몰취미성에 노골적인 멸시와 혐오를 드러낸 댄디즘 연구의 귀중한 자료이다. 그는 보들레르와 함께, 단순한 몸단장이나 겉멋만 든 생활태도의 단계를 뛰어넘어 미학적이고 윤리적이며 동시에 종교적인 ‘깊은 댄디즘’을 보여준다.
역자 : 고봉만
성균관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마르크 블로크 대학(스트라스부르 2대학)에서 「혁명과 반혁명?바르베 도르비이」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충북대학교 불어불문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루소와 레비스트로스의 사상을 새롭게 조명하고 성찰하며, 개성 있는 프랑스 중단편 소설을 번역 소개하는 일에 몰두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프랑스 혁명』 『역사를 위한 변명』 『인간 불평등 기원론』 『보다 듣다 읽다』 『덧없는 행복』 『크리스마스의 악몽』 『악마 같은 여인들』 등이 있으며, 패션과 유행으로 읽는 프랑스 문화를 주제로 대중을 위한 강연 또한 활발히 하고 있다.
『댄디즘과 조지 브러멀』에서 그려진 ‘이상적’ 댄디는 자신의 진면목은 가면 뒤에 숨기고, 자신을 노출하길 극히 꺼리며 내적인 삶의 진실에 완강히 침묵하는 인물이다. 우리는 냉담함을 가장하며 쉽게 감동받지도 놀라지도 않으려는 태도에서 정신적인 완벽을 추구하는 한 존재가 스스로 택한 행동지침을 읽어낼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바르베의 댄디즘은 후일 보들레르가 찬양한 영웅주의의 원천이라는 설명이 가능해진다. -2 무례한 댄디의 내면에 대하여(고봉만) 중에서 (p.63 발췌)
댄디라는 점을 제외하면 브러멀에게는 무엇이 남는가? 그는 당대의, 아니 전 역사를 통틀어 최고의 댄디였으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는 정확하게, 순수하게, 그리고 감히 말하자면 거의 순진할 정도로 댄디였다. (…) 야머스, 바이런, 셰리든, 그리고 모든 영광스러운 분야에서 이름을 날렸던 그 당시의 다른 많은 이들은 댄디였으나, 그 이상의 존재이기도 했다. 그러나 브러멀은 그런 이들이 가지고 있던 특별한 점, 어떤 이에게는 열정이나 재능이었으며 다른 이들에게는 고귀한 태생, 혹은 막대한 부였더 그 무엇을 갖지 못하였다. 그는 이러한 빈곤으로 덕을 본 셈이다. 자신을 남들과 구분시켜줄 단 하나의 힘으로만 물러나, 그는 산 사상의 반열까지 올라섰던 것이다. 그는 댄디즘 그 자체였다.
-3 댄디즘과 조지 브러멀(바르베 도르비이) 중에서 (p.86-87 부분발췌)
브러멀과 같은 이는 다시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세상이 어떤 제복을 입히든, 영국에는 항상 댄디들이 있을 거라는 사실만은 확신할 수 있다. 그들은 신이 창조한 작품이 지닌 경탄할 만한 다양성의 증인이다. 변덕이 그러하듯 그들도 영원하다. 인류에게는 가장 훌륭한 영웅들과 가장 엄격한 위인들만큼이나 댄디들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