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은, 남을 사랑할 수도 남에게 사랑받을 수도 없습니다. 스스로를 평가절하하는 사람,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남자가 조금만 잘해주면 간도 쓸개도 다 빼주면서 올인해버리기 쉽죠. 사랑받을 자격이 없다고 느끼니까, 사랑해주면 그걸로 그저 감사하기 쉬워요. 하지만 여자가 희생하고 매달리면 남자는 여자에 대한 매력을 잃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자기가 어떤 노력을 하지 않아도 알아서 다 해주니까, 소홀해지는 거죠. 왜 자기 가치를 스스로 낮추고 있냐는 말입니다.
또 설사 나도 모르는 매력을 발견하고 다가오는 사람이 있어도, 끊임없이 의심병이 도지더라고요.
‘이렇게 부족한 내가 좋다고? 왜? 이 사람, 지금은 잠깐 콩깍지가 씌여서 이러는 거고 금방 내 실체를 알고 떠날지도 몰라.’
그래서 미저리처럼 계속 나를 사랑하는 게 맞느냐고 확인하고 추궁하고 점점 집착하게 됩니다. 자기감정을 믿어주지 않는 여자, 끊임없이 사랑을 확인하려는 여자. 이런 여자라면 남자도 오래 버티지 못하고 떠나기 마련이죠. 무섭고 진저리나서. 그럼 여자는 생각합니다.
‘나를 알고 나면, 모두가 나를 떠나.’
우리 비련의 여주인공 코스프레는 그만합시다. 그가 떠난 게 아니라 당신이 떠나보낸 겁니다.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 없다고 그의 소중한 감정까지 무시한 건 아닐까요?--- Basic | 나를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은 그 누구도 사랑할 수 없다
우리 B양도 말한 「응답하라 1997」, 다들 좋아하셨을 겁니다. 저도 좋아했어요. 우리의 윤제 같은 남자는 어디 없나, 검사가 된 후에도 나를 못 잊어 내가 갖다버린 열쇠고리를 달고 다니는 남자 어디 없나 하면서 한동안 옛 동창들 목록 뒤져본 사람, 꽤 있죠? 페이스북을 괜히 기웃거리면서 몇몇 추억의 인물들을 검색해본 적 있다, 없다?
결과는요? 그런 남자 없죠? 윤제 같은 남자는 절대 현실에 존재하지 않으니까요.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잘하고 잘생기기까지 했는데, 심지어 나만 일편단심으로 바라봐주는 남자? 없어요. 내가 떡진 머리에 추리닝 바람으로 앉아서 심지어 방귀까지 뿡뿡 뀌어대는데, 그걸 사랑스럽게 바라봐줄 남자? 없죠.
입장 바꿔서 남자가 나 만나러 나오는데 머리도 안 감고 내 앞에서 트림 꺽꺽 하고, 그러면 있는 정도 떨어지지 않을까요? ‘얘는 나를 여자로 안 보는 거야? 어쩜 이렇게 매너 없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당연한 일입니다. 남자도 그렇습니다.
윤제 같은 남자, 우리는 절대 만날 수 없어요. 설사 그들이 현실에 있다고 쳐도 나는 못 만나요. 우리는 성시원이 아니니까. 여러분이 드라마 속 남자주인공을 찾듯, 남자들도 드라마 속 여자주인공을 바라지 않을까요? 그들에게도 로망이 있는데요.
드라마가 왜 여성용 야동이냐면, 세상에 절대 있을 수 없는 남자들을 ‘생생하게’ 보여줘서 그들이 실재한다는 착각을 품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우리 B양, 서인국이 아니라 윤제를 바란다는 B양, 그냥 나만 좋아해주는 남자면 된다는 B양, 바라는 게 그것뿐인데도 연애를 못해서 속상한 B양! 그런데, 정말 나만 바라봐주는 남자면 되는 걸까요? 정말 그가 옥동자처럼 생기고, 암내가 코를 찔러도 정말 24시간 나만 좋아해주면 괜찮을까요? 사귀실 겁니까? 네?--- Drama | 드라마는 ‘여성용 야동’이다
우리가 어린 시절 읽어온 동화부터 지금 즐겨보는 여성용 야동 드라마까지, 이 호환마마보다 무서운 ‘환상’들은 우리에게 현실에선 절대 이뤄질 수 없는 그릇된 인식을 심어줬으니, 그게 바로 ‘남자로 인한 인생역전’입니다. 내가 아무리 계모와 못된 언니들에게 구박을 받아도, 내가 아무리 가난한 환경에서 제대로 배우지도 입지도 못하고 자라도,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백마 탄 왕자님이 내 인생을 한 번에 역전시켜줄 거라는 환상!
그러나 재투성이 신데렐라 이야기마저 뒤집어 생각해보면 그녀는 그냥 가난한 재투성이가 아닌 귀족의 신분이었고, 재가 묻어 있었지만 나타나서 황금마차와 최신 트렌드의 드레스를 대여해줄 요정이란 인맥이 있었고, 그것을 걸쳤을 때 한순간에 미모 포텐을 터뜨릴 정도의 기본기가 다져진 예.쁘.고. 착한 여자였으며, 처음 가본 왕궁에서도 떨지 않고 왕자님과 춤을 출 만큼 대범한 성격이었으며, 구두를 벗어던져놓고 뛰어오는 실수를 했을망정 12시까지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지키는 원칙이 있었고, 왕자님이 첫눈에 반할 만한 몸에서 우러나는 기품과 매력이 있는, 한마디로 준비된 왕비감이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 Upgrade | 남자로 당신의 인생이 업그레이드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