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갠지스강을 건너는 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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갠지스강을 건너는 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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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12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160쪽 | 135*210*20mm
ISBN13 9791161151861
ISBN10 11611518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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갠지스강의 모래알 같은 세상 사람들의 숫자만큼이나 삶의 길과 그 양상은 다양하다. 그리고 그들이 걸었고, 걷고 있고, 걸어갈 길들은 모두 나의 경외敬畏의 대상이다. 아직도 서슬이 퍼런 코로나19, AI까지 시를 쓴다는 이 혼돈의 시대에 나는 왜 글쓰기를 고집하는가? 그리고 그 글에는 과연 무엇을 어떻게 담아야 하는가? 그런 화두話頭를 독자와 함께 풀어 보고자 삼가 졸작들을 부끄럼 없이 내놓는 만용을 부디 널리 용서하시라. 그리하여 지금 여기에서, 나는 다시 그 ‘말의 씨’를 뿌리고 가꾸는 어쭙잖은 ‘글쟁이’의 한 사람으로 남고 싶은 것이다.
---「시인의 말」중에서

시조 같은 예리한 형식미의 틀 안에서 속세俗世를 분석하고, 꼬집고, 타이르는 시인은 이상에 노력 없이 당도하고자 하지 않는다. 그는 생의 고단을 인정한다. 아니, 한갓 인생살이 잃을 것이 두려워 사람에게, 하늘에게, 스스로에게 더 솔직해지지 못한 자기 자신을 반성한다. 그만의 통렬한 풍자와 거침없는 사회 비판의 예리함은 사실 시인 본인을 향해 있다. 그래도 시에서만큼은 그는 솔직해지고자 노력했다. 진심을 담아 고백하고 성찰의 순간을 포착하고자 애를 썼다. 시의 주조를 이루는 것이 ‘성찰의 진심’이다. 세상만사를 관통하는 신승운의 성찰의 시학詩學은 그래서 따끔한 지적조차 냉소적이지 않고, 옆집 푸근한 할아버지의 잔소리처럼 친근하다.
---「신승민 문학평론가의 평설_고백의 진심과 성찰의 시학」중에서

돋을 땐 온 바다를 들끓일 듯
떨어질 땐 온 하늘을 불사를 듯
이제야 다시금 되짚어 생각하니
하나를 두고서 둘로 나눠 보았네
---「해」중에서

존재하는 것들이 지닌 본원적 숙명
사라져 가는 빛을 따르는 최후의 추종자
멀고 험한 길을 함께 가기로 한 도반道伴

떨어지는 해를 굽어보는 마지막 눈동자
별들의 잔치 마당에 타오르는 검은 모닥불
쏟아지는 박수와 환호 뒤에 남은 긴 적막

집요했던 삶의 치열함에 전율하면서도
끝끝내 모진 유혹들을 뿌리치고서
저무는 언덕에서 탄식하며 굽어보네

떠나가면서도 하늘을 끌어안는 가난한 두 손
돌팔매와 비난마저 견뎌 낸 길고 긴 여정
놓아버린 뒤 마침내 일어서는 하얀 영혼
---「그림자」중에서

저 소나무 등걸 아래
네 몸 뿌리고 나면, 넌
이듬해 봄바람에, 파릇파릇
무슨 풀로 돋을 건가

이 강물 물결 위에
네 넋을 놓아버리고 나면, 넌
숱한 모래알을 쓰다듬은 뒤, 느릿느릿
어느 바다에 가 누울 건가

사람아
한번 죽어서
영원을 꿈꾸는 목숨아

첫 울음 터뜨리며 왔다가
긴 한숨 남기고 가는 세상에
삶이 마침내 죽음마저 얼싸안으니
달은 다시 즈믄 강에 비치리라
---「사람에게」중에서

험한 세상의 강 건너시느라
공사간公私間 얼마나 다망多忙하신가요
여긴 잡다한 일로 늘 번잡하여
몇 자 소식마저 이리 늦었나 보오
그 옛날 객기 넘쳤던 혈기는
요즘도 여전하신가요
혹 지나간 일들로 넘기고
잊지는 않으셨겠지요
애태우다 가는 게 우리네 삶이라지만
부디 살아가며
깊은 마음까지 다치시진 마오
남한강가에서
올뱅이 줍던 꿈을 꾼 날엔
이따금 능陵바우 근처께
여울목 백사장에 주저앉아
그대의 건강했던 웃음소릴 떠올린 뒤
생땅콩도 몇 알 비릿하게 씹어 본다오
바라건대, 우리 이렇게
저 하늘 함께 머리에 이고서
날로 달로 그리움 더해 가며 살다
그믐달처럼 그렇게 사위어 가십시다
여울물 따라 낮은 데로 흐릅시다
거기엔 아마도 우리들의 낯선 바다가
넉넉한 가슴 열고 기다려 줄 터이지요
생각만 낙엽 되어 쌓여 가는 뜨락에
아쉬움만 바람처럼 지나갑니다그려
---「뒤늦게 보내는 편지」중에서

창밖 나지막한 두 산자락
천천히 다가와 손잡는 너머
외연히 고개를 든 산봉우리 하나
밤새워 우릴 지켜보는 마을

이 땅에 내 집 하나 건사한다는 건
목숨을 건 전쟁 하나 치른다는 것
그만큼 잽싸고 영악해져야 한다는 것
그래서 고단한 길을 걸어야 한다는 것

숱하게 갈라진 길의 분주함
그 위를 질주하는 차량들의 소음
우리의 눈과 귀를 어지럽힐지라도
하루는 늘 그렇게 열렸다가 다시 닫힌다

굽어보는 시선에 주눅 들고
군림하는 목소리에 밀려나도
알량한 세간살이 짐차에 싣고
쫓기듯 물러서며 변방을 전전하는 건

이 세상 어딘가에 꿈꿀 가치 있는 그 무엇이
보석처럼 빛나고 있다는 작은 믿음 때문
지치고 피곤했던 창문마다 불 밝히고
아침이 오면 저 커튼을 다시 열어야 하기 때문
---「커튼을 열고」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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