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여섯살의 조연희씨를 어디선가 본 듯하다. (불평불만이 많은 만큼 자기 반성에 능하고, 자존감이 높지 않아 남에게 상처도 잘 받고 잘 준다. 호오가 분명해 화가 많고, 옳고 그름의 잣대가 흔들려 때로 회의하고 자주 좌절한다.) 연희씨는 과거에 품었던 열정에, 현재 다니는 직장에, 미래에 다가올 불안에 동시다발적으로 묶여 옴짝달싹 못하고 있다. 감정은 널뛰고 행동은 서툴고 관계는 위태롭다. 김유담은 우리의 청춘이 시보다 팍팍한 산문에 가깝다는 것을, 성장은 모험담이 아니라 부조리한 에피소드의 연쇄라는 것을,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그 시절의 아픔이 낭만적으로 녹아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안다. 그래서 어차피 잔인할 바엔 이토록 말갛게 능청스럽기로 한다. 곱게 가라앉힌 앙금을 품은 물처럼, 결국 우리는 휘저어진다.
- 권여선 (소설가)
등장하자마자 퇴장하고 싶은 무대가 있다. 이곳이 과연 내가 있을 곳이 맞는가 끊임없이 고민하게 되는. 그러나 사회에 발 들이고 그 톱니바퀴 속에 놓인 이상 쉽게 포기하고 내려올 수 없다. 김유담이 그려낸 이 무대는 사회초년생이 맞닥뜨린 세상이다. ‘어느 곳에도 없는 나의 자리’를 찾아서 헤맸던 그 시절을 지나오며 깨달은 것은, 세상에는 나의 역할이 있지만 그것은 내가 원하던 것과는 다르고 그조차도 쉽게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미 시작되어버린 연극을 중도에 끝내버릴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어느 순간 하나의 막이 끝나고 새로운 막이 열린다는 것을 우리는 곳 알게 된다. 그 순간을 맞이하게 될 이들에게 위로와 격려가 함께하길 바라며 이 책을 추천한다.
- 윤덕원 (가수, 작곡가, 베이시스트)
[2022 내 맘대로 올해의 책]
풍자극과 부조리극을 오가다 결국엔 보편적인 비극으로 무대를 마치는,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 사이에서 방황하는 모든 청춘의 이야기.
- 조해진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