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먼은 존 레넌의 유산을 난도질하며 구걸하고 있는 여자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움직이지 않았다. 머리카락은 푸석하게 엉켰고 볼이 움푹 패어 있었다. 깡마른 체격에 누더기를 걸친, 더럽고 망가지고 오갈 데 없는 길 잃은 여자였다. 그리고 사이먼의 딸 페이지이기도 했다. --- p.11
“에런이 살해당하기 이틀 전에 건물 입구에서 페이지를 보았소. 집에 들어오던 참이었는데, 페이지가 부들부들 떨면서 계단을 뛰어 내려오더군. 꼭 누군가에게 쫓기는 사람 같았소. 너무 빨라서 넘어질 것 같아 보였다니까.” 코닐리어스는 고개를 들어 마치 페이지가 그곳에 있는 것처럼 허공을 바라보았다. --- p.108
사이먼은 위험을 감수하고 위를 올려다보았다. 루서가 이쪽으로 걸어오며 총구를 사이먼 머리에다 겨누었다. 수십 가지 생각이 머리를 훑고 지나갔다. 발로 차버려, 밀어내, 어떻게든 때려눕혀, 뭐가 됐든 놈이 다시 총을 쏘기 전에.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사이먼도 그 사실을 알았다. --- p.122
“질문. 당신은 누군가를 죽일 수 있나요? 대답. 아니요, 절대로. 질문. 당신의 아이를 구하기 위해 누군가를 죽일 수 있나요? 이에 대한 대답은?” 패그벤레이는 양손을 들어 올리며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 p.140
“일단 거짓말을 하면 말이죠, 아무리 좋은 의도였다 할지라도 다른 거짓말이 줄줄이 등에 올라탑니다. 그러면 거짓말이 떼를 지어 다니며 진실을 도살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