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제 32대 효소왕이 아직 임금의 자리에 오르기 전, 즉 태자 시절의 일이었다.
그는 신충이라는 어진 선비와 궁궐 마당에 있는 잣나무 아래 평상에서 바둑을 즐겨 두곤 하였다.

태자는 어느 날 문득 바둑을 두다가 신충에게 말하였다.
"나는 그대와 함께 있는 것이 매우 즐겁고, 항상 마음이 든든하다오.
훗날 내가 임금의 자리에 올랐을 때 그대를 잊는다면, 아마 이 잣나무가 알 것이오. 이 잣나무를 두고 맹세하리다."
신충은 너무 감격하여 바둑을 두가 말고 벌떡 일어나 태자에게 큰절을 올렸다.
그리고 바로 몇 달 뒤에 태자는 임금의 자리에 올라 효소왕이 되었다.

효소왕은 자신이 임금의 자리에 오른 것을 기념하여 공신들에게 벼슬과 상을 내렸다.
그러나 전부터 같이 바둑을 즐겨 두었던 친분이 두터운 신충에게는 벼슬도 상도 내려지지 않았다.

태자 시절 가까이 지내던 사람들이 다투어 충성을 맹세하며 벼슬자리를 얻으려 했지만, 신충은 조용히 물러나 효소왕이 부르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효소왕은 하도 여러 사람에게 신경을 쓰다 보니 신충의 존재를 까맣게 잊어버리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