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드펠은 생각에 잠겨 말했다.
'정의에 대해서 하는 말인데, 정의는 전체 이야기의 반도 채 안되게 마련이오.'
캐드펠은 마지막기도 때 마음과 삶이 깨끗했던 젊은이 니콜러스 페인트리가 고이 잠들기를 기원할 생각이었다. 이제 그는 틀림없이 만족스러운 마음으로 편안히 잠들 것이다. 그는 죄의 구렁텅이에서 죽은 애덤 쿠셀의 영혼을 위해서도 기도할 생각이었다. 때이르게 죽은 사람들, 회개할 여유도 없이 제 혈기와 제 힘을 못 이겨 죽은 사람들은 모두 다 원래 수효보다 하나 많은 시신이었다.
--- 본문 중에서
''전하의 명령에 따라 몇 명을 처형했다고 하셨습니까?''
프레스코트는 무슨 엉뚱한 소리를 하느냐는 듯이 대답했다.
''아흔 여덟이오.''
''장관님은 수를 세어보지 않으셨거나 잘못 세셨습니다. 저곳에는 아흔아홉 구의 시체가 있습니다.''
프레스코트는 짜증스럽게 말했다.
''아흔여덟이나 아흔아홉이나, 하나가 더 많고 적은 게 무슨 상관이오? 모두 반역죄를 저질러서 처형된 자들인데 그 셈이 맞지 않는다고 해서 내가 머리칼을 쥐어뜯기라도 해야 한다는 뜻이오?''
캐드펠은 담담하게 말했다.
''장관니므이 입장에서는 전혀 상관없으시겠지만 하느님께서는 정확한 셈을 요구하실 것입니다. 장관님은 아눌프를 포함해서 아흔여덟 명을 처리하라는 지시를 받으셨습니다. 정당화될 수 있는 것이든 아니든 간에 어쨌든 명령은 덜어졌고, 장관님은 그 명령에 찬동하셨으며, 그 일은 문서에 기록되었고, 납득된 사항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그 행위에 대한 셈은 훗날 다른 법정에서 치러지겠지요. 그런데 그 아흔아홉번째의 시신은 애초의 셈 속에 들어가 있지 않습니다. 그 어떤 왕도 그를 이승에서 추방하라고 지시하지 않았고, 그 어떤 중신도 그를 처단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없으며, 그는 모반이나 반역죄를 포함한 그 어떤 죄로도 고발당하거나 기소된 적이 없는 사람이므로, 그를 죽인 자는 살인을 저지른 것입니다.''
프레스코트는 거칠게 내뱉었다.
--- 본문 중에서
버링가는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지 그것들을 들여다보고 도 들여다 보앗다. 그의 검은 눈썹은 거의 이마 끝까지 치켜올라갔고, 검은 눈은 놀라움과 경악으로 휘둥그레졌따. 이제까지 위축된 빛이나 놀라움이나 죄책감따위는 조그도 보이지 않고 늘 입심좋게 떠벌리던 그 얼굴에서 그 이상의 다른 표정은 찾을 수 없엇다. 그는 상체를 앞으로 숙이고 한 손을 휘저어 옷가지들을 죽 펼쳐놓더니 입을 적 벌렸다. 버링가는 큼직한 돌들을한동안 뚫어지게 내려다보았다. 그의 두 눈썹이 이마에서 소리없이 춤을 추다가 원래의 자리로 돌아오면서, 그의 두 눈에는 사태의 전말을 깨달았다는 기색이 어렸다.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