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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에도 휴가가 필요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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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에도 휴가가 필요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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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10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320쪽 | 138*200*30mm
ISBN13 9791197050008
ISBN10 1197050000

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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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아무도 이전의 내 모습을 모르는 새로운 곳에서, 나는 누구도 될 수 있었고 동시에 누구도 되지 않을 수 있었다. 나는 무대에 서는 배우인 양 다른 성격을, 다른 삶을 실험해보았다. 이런 사람도 되어보았다가 저런 사람도 되어보았다. 내가 가진 다양한 모습 중에서 내게 가장 잘 맞는 모습을 찾아나갔다. 자유로웠다. 마침내 일상은 빠져나가야 할 어두컴컴한 동굴이 아니라, 햇살을 받으며 총총 건너는 징검다리가 되었다. 드디어 매일이 아름다워 보이기 시작했다.
--- 「왜 우붓이냐고요?」 중에서

시댁에서 나와 새집으로 이사를 가게 되자 큰맘 먹고 새 책상부터 샀다. 가로 180센티미터나 되는 빨간 상판의 커다란 책상을 들여 나만의 작업실을 만들었다. 그 공간이 너무 좋아 할 일이 없어도 반들반들한 표면을 쓰다듬으며 앉아 있곤 했다. 그 책상에서 내 이름이 박힌 첫 책을 번역했다. 책상은 나를 돌보는 공간이었고 꿈을 찾는 공간이었으며 결국 나를 사용하는 공간도 되었다.
--- 「나만의 책상을 찾아서」 중에서

“그럼, 쉬세요.” 처음 우붓에 살기 시작했을 때 가장 신선했던 말이었다. 쉬란다. 어느 누구도 나에게 열심히 노력하라고, 시간 낭비하지 말라고 강요하지 않았다. 노느니 뭐라도 하라는 말도, 지금 놀면 나중에 고생한다는 말도 없었다. 그 말이 그렇게 좋았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아니 평생을 살면서 나는 몇 번이나 그 말을 들어보았을까? 한국에서 쉬어야겠다는 말은 곧 포기 선언이었다. 노력하지 않는 자, 게으른 자를 연상시켰다. ‘열심히 일한 자 떠나라!’는 말은 ‘떠나서 쉬어라!’ 하는 말이 아니라 ‘떠났다가 돌아와서 더 열심히 일해라!’ 하는 뜻이었다. 그런데 우붓에서는 오늘도 ‘쉬세요’, 내일도 ‘쉬세요’였다.
--- 「인생에도 쉼표가 필요하다」 중에서

벡스의 주특기는 연꽃 무드라. 무드라는 호흡이나 명상, 요가를 할 때 몸에 흐르는 기를 잘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손의 모양이나 위치를 뜻한다. “자, 두 손을 가슴 앞에 모읍니다. 들이쉬고 내쉬고 자연스럽게 호흡하세요. 이제 엄지와 새끼손가락만 붙이고 나머지는 활짝 폅니다. 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내 안의 에너지를 느껴보세요. 단전에서부터 올라오는 깊고 강한 에너지가 꽃을 피웁니다. 그 꽃을 머리 위로 들어 올립니다. 활짝 핀 꽃의 기운을 느껴보세요.” 고요했다. 눈을 감으니 조용히 들고나는 내 호흡과 나만 존재했다. 맞닿은 엄지와 새끼손가락의 감각, 머리 위에 핀 꽃. 그래, 꽃이 피었다. 내 손에서도 피었지만, 그 순간 내 안의 씨앗도 꽃을 피웠다. 늘 아직이라고, 부족하다고, 씨앗일 뿐이라고 생각했는데 나는 이미 활짝 핀 꽃이었다.
--- 「있는 그대로, 네가 되어라」 중에서

처음으로 원 투 쓰리 스텝을 밟기 시작했을 때 여길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렵지 않은 기본 스텝에 발이 익숙해질 무렵에는 종일 왜 그렇게 긴장했나 싶을 만큼 마음이 편해져 있었다. 비 온 후라 교실이 습해서 조금만 몸을 움직여도 평소 같지 않게 땀이 줄줄 흘렀다. 그동안 쌓인 긴장이 모조리 땀으로 새어 나오는 것 같았다. 그날 이후로 춤추고 싶다는 막연했던 꿈에, 몸을 움직이며 살아가고 싶다던 꿈에, 초고속으로 살이 붙었다. 나는 더욱 구체적인 꿈을 꾸기 시작했다. 잘 추든 못 추든 음악이 흐를 때 주저하지 않는 사람이 되어야지. 머리로만 차갑게 살지 않고 온몸으로 뜨겁게 살아야지. 삶이라는 음악에 깊숙이 풍덩 뛰어들어서 때로는 우아하게, 때로는 관능적으로 살아야지. 그러다 먼 훗날 호호 할머니가 되면 쿠바로 건너가 시가를 멋지게 피우는 백발의 할아버지와 해변에서 살사를 춰야지.
--- 「백발에도 춤을 추는 할머니가 되고 싶어」 중에서

유년은 유년답게, 사춘기는 또 사춘기답게 아무런 외부의 방해 없이 자신을 탐색하고 궁리하는 것.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고민을 아이는 나처럼 미루지 않고 제때 하길 원했다.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성공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면 좋겠고, 그것이 성공이라고 생각하는 친구들 옆에서도 나는 괜찮다며 아이가 제 모습 그대로 행복했으면 좋겠다. 돈이 최고가 아닌 곳, 직업의 귀천이 없는 곳, 애써 올라가야 할 사다리가 없는 곳에서 아이가 살면 좋겠다. 24색 색연필이 아름다움의 우열 없이 전부 그저 다른 색이듯, 아이가 자신만의 아름다운 색을 발현하며 살면 좋겠다.
--- 「안녕, 쁠랑이 스쿨」 중에서

반드시 어디론가 멀리 떠나야만 결혼 휴가라고 이름 붙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거창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좋다. 나에게 어울리는 시간과 공간을 찾는 것이 곧 결혼 휴가의 시작이다. 누군가에게는 진하고 맛있는 커피 한 잔과 책 한 권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동네 뒷산에 오를 때 신을 멋진 운동화 한 켤레가 결혼 휴가의 첫걸음일 수 있다.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을 나만의 시간, 나만의 공간을 마련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우리는 조금 더 자유로워진다.
--- 「에필로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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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이제 결혼생활에도 다양성을 가미할 때가 되었다. 그간의 결혼관은 전통적이면서도 집단적이어서 더 이상 현대의 다양한 욕구들을 만족시키기에 역부족이므로. 저자는 ‘결혼생활에서 잠시 벗어난 안식휴가’를 시도한다. 오늘날 여성들을 획일적으로 포박하기엔 억지스러운 역할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강요되는 역할들, 예를 들면, 요리, 아이 학습 지도, 남편과 의견 일치 보기… 같은 것들을 저자는 잠시 과감히 내려놓는다. 그리고 발리의 우붓으로 혼자 떠나 춤을 춘다. 요가를 한다. 오토바이를 탄다. 당신도 결혼생활 중인가? 그 안에서 관계의 휴식을 꿈꾸는가? 그런데 감히 시도하지 못하고 있는가? 그렇다면 이 책을 권한다. 읽는 동안 ‘그래서 무엇이 바뀌었지?’ 묻지 말고 ‘그래서 충분히 쉬었나?’ 묻기를 청한다. 엄마 아내 며느리로서 쉬어가는 것, 그로써 잃었던 ‘본연의 나’와 조우할 기회를 갖는 것, 그것이야말로 지금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기혼 여성들에게 가장 필요한 일이다.
- 오소희 (『엄마의 20년』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주겠지』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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