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바키히메의 시선이 드디어 내 등 뒤에서 내 눈으로 돌아왔다.
“자네는 이 섬의 구세주가 될 사람이니까.”
“네! 구세주요?”
섬사람들도 그런 식으로 말했지만…….
“그래. 자네는 구세주야. 진짜배기지.”
빠진 앞니를 과장하듯 씩 웃는 쓰바키히메를 따라 나도 웃고 말았다.
“그거, 혹시 용사 같은 건가요?”
롤플레잉 게임을 떠올리면서 농담처럼 물었다.
“용사? 크흐흐. 아, 그런 느낌이지.”
“들었어? 내가 용사래?”
직립 부동으로 옆에 서 있는 쇼를 보고 웃었다.
그러나 쇼는 같이 웃지 않고 오히려 진지한 표정으로 눈을 부릅뜨며 말하는 게 아닌가?
“다스쿠 씨가 진짜 구세주에다가 용사……라고?”
뭐? 뭐지, 이 반응은?
다시 쓰바키히메를 봤다. 그러자 이제까지 선 같았던 가는 눈이 갑자기 커지더니 느닷없이 말도 안 되는 소리를 꺼냈다.
“어라? 자네, 여자 문제가 있겠어. 조심하지 않으면 아주 고생할 거야. 키히히히히!”
태어나서 처음 정말로 ‘키히히히’라는 웃음소리를 들었다.
--- p.140~141
“쇼, BTS라고 알아?”
“한국의, 방탄소년단이요?”
“응, 맞아. 그들 노래에 〈매직 숍〉이라는 게 있는데.”
“아, 네……?”
쇼는 고개를 갸웃하며 이쪽을 봤다.
“그 노래, 가사가 굉장히 좋아.”
“…….”
“아직 제대로 외운 건 아닌데, 틀림없이…….”
루이루이 씨의 얼굴을 떠올리면서 그 가사를 쇼에게 들려줬다.
“내가 나인 게 싫은 날, 영영 사라지고 싶은 날, 문을 하나 만들자, 너의 맘속에다. 그 문을 열고 들어가면 이곳은 널 위로해줄 Magic Shop……, 이런 내용이야.”
루이루이 씨가 알려준 내용과는 다를지 모르나 대체로 이런 내용이었을 것이다.
“마음속에 문을 만든다…….”
“응. 마음이 약해졌을 때 자신을 지키기 위한 쉼터 같은 것 아닐까? 나는 그렇게 받아들였어.”
“왠지……, 좋네요.”
--- p.310
“그래서 이제 계산은 끝냈어?”
사장은 이쪽의 스피커폰이 켜져 있는 것을 전혀 모르고 평소대로 마구 지껄였다. 아마도 술을 마셨으리라, 취해서 혀가 꼬여 있었다.
(…)
“얼른 일 엔이라도 더 조성금을 뜯어낼 계산을 세우라고 했잖아!”
“아, 그게 아니라…….”
정면에 앉은 촌장과 눈이 마주쳤다. 놀람과 당혹, 의심이 뒤섞인 표정이다.
“그 정도는 무능한 너도 할 수 있는 일 아니냐?”
(…)
얼음처럼 차가워진 공기를 알아차린 다른 테이블 사람들까지 내 주위로 모여들었다.
“잠깐, 사장님, 그러니까, 자, 잠깐만…….”
“잠깐이라니. 그럴 상황이 아니라니까!”
“아, 하지만 섬 일을 제대로…….”
“웃기고 있네. 이 멍청한 놈. 벽지는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고 했지? 얼른 돈만 뜯어내고 다음 페리로 돌아오라고! 그리고…….”
사장이 거기까지 이야기했을 때 거의 무의식적으로 촌장의 스마트폰으로 손을 뻗어 스피커폰을 끄고 단말기를 귀에 댔다.
“……그러면 곤충전을 계속 맡게 해줄 테니까!”
사장은 내 목소리의 변화를 전혀 알아차리지 못하고 여전히 제멋대로 지껄이고 있었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꽈당, 의자가 쓰러지는 소리가 났다.
--- p.331~332
그리고 또 십오 분이 지났을 무렵, 오토메 할머니까지 답장을 보내왔다.
「다스쿠 씨는 아주 좋은 사람이에요.」
아주 짧은 문장이지만, 자신도 모르게 울컥하고 말았다.
삼십 분이 더 지난 뒤 쇼의 답장이 왔다. 내게만 보내는 메시지였다.
「다스쿠 씨, 솔직히 다 말해줘서 고맙습니다. 진짜 다스쿠 씨는 마음속에 만든 문 안에 있었네요. 하지만 지금 다스쿠 씨가 그 문을 열어준 것 같아서 저는 아주 기뻐요. 작전, 꼭 성공시켜요!」
이 메시지를 다 읽었을 때 나는 훌쩍이고 있었다. 쇼는 자신이 잇테쓰와 모자모자를 돌며 나를 도우려고 한 사실은 한 마디도 꺼내지 않았다. 그날 밤, 항구에서 루이루이 씨가 한 말이 떠올랐다.
쇼는 정말, ‘마음도 미남’인 꽃미남이다.
--- p.387~3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