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뫼 마을 감나무집에 쌍둥이가 태어났습니다. 행여나 부정 탈까, 붉은 고추 푸른 솔 엮어 대문간에 금줄을 칩니다. 무탈하게 잘 자라는 아기들은 재롱이 늘어 눈 맞추며 까꿍 웃고 옹알옹알 옹알이 하고 살푼살푼 기더니만 뒤뚱뒤뚱 발을 뗍니다. 이렇게 삼백 예순 닷새 잘 자라고 돌날이 돌아옵니다. 돌날, 이른 아침부터 할머니는 삼신상 올려 삼신할멈께 빌고, 가족들은 먼지 털고, 마당 쓸고, 상 나르느라 분주합니다. 이처럼 복된 날 음식 장만에도 정성이 가득합니다. 깨끗하라고 백설기하고 건강하라고 붉은 수수경단 준비는 기본입니다. 음식장만 한창 하니, 복된 마음 안고 일가친척 찾아와 돌 복이며 돌 반지며 선물 보따리를 풀어놓습니다. 그런데 어쩐지 오방색 상보로 덮여 있는 돌상이 심상치 않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실타래 영감, 대추할멈, 돈 마님, 붓 낭자, 자 아씨, 활 총각, 쌀 도령이 저마다 제 자랑을 늘어놓으며 돌잡이 때 저를 잡으라고 티격태격하더니만 무얼 잡아도 좋은 사람 될 터이니 걱정할 건 없다는 십이각 소반의 말에 모두가 한마음으로 쌍둥이 돌날을 축하합니다. 여느 돌잔치 풍경처럼 쌍둥이도 나란히 앉아 찰칵! 돌 사진 찍고 드디어 돌잡이를 합니다. 돌잡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일가친척이나 배웅하는 가족들이나 마음은 모두 한결같습니다.
“온 동네가 좁다하고 뛰어다닐 날 머잖구나. 오늘 오간 말들 그대로만 자라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