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아갈 준비를 하는 씨앗인 당신을 위해
도서2팀 박은영 (pey1835@yes24.com)
2017-02-09
‘사는 보람은 한 사람 한 사람 자신 속에만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시골로 이사온 하야카와의 이야기에서, 이제는 숲 근처에 사는 ‘하야카와네 가족’의 이야기로 그녀가 돌아왔다. 이 세상 어딘가의 숲에서 타박타박 산책을 하고 있을 것만 같았던 세 사람의 시간이 끝나버린 듯한 아쉬움을 갖게 하는 한편, 숲의 새와 나무, 씨앗, 꽃에서 위로를 받는 새로운 인물들의 한 마디, 한 마디가 묵직하게 가슴을 찌르는, 주말엔 숲으로, 두번째 이야기 『너의 곁에서』 이다. 『주말엔 숲으로』 에서는 시골로 이사간 하야카와와 그곳을 방문하는 그녀의 친구들의 이야기를 담아냄으로써 30대 싱글 여성들의 공감을 자아냈다면, 이번 『너의 곁에서는』 그녀들의 계속되는 이야기이자 숲에서 위로를 받는 또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로 보다 많은 독자들에게 다가오고자 했다.
가족, 친구, 동료. 수많은 관계의 이름 속에, 사람들은 흔히 ‘함께’ 살아간다고 한다. 그러다 너와 내가 ‘함께’ 살아가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너에 의해 내가 살아지고 있는 듯한 무거움을 느끼는 순간이 온다. 엄마의 기대에 부응하는 것과 내가 원하는 삶을 사는 것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다카키 선생님처럼. 그리고 나의 삶을 결정하는데 있어 그 기준이 나의 행복이 아니라 다른 누군가의 행복이 될 때, 그리고 마침내는 나는 행복하지 않음을 느낄 때 다카키 선생님처럼 그 기대 밖으로 튀어나갈 용기가 필요한 순간이 온다. ‘떨어져 나가는 것 말고는 자신의 세상이 넓어질 방법’은 없기 때문에 스스로의 힘으로 튕겨나갈 수 있는 씨앗이 되어보자 하는 것이다. 엄마가 싫어하니까, 친구가 욕할까봐 라는 다양한 기대를 핑계로 스스로를 불행하게 하고 있는 많은 이들에게 아직 독립하지 않은 씨앗인 당신에게 용기를 주는 마스다 미리의 『너의 곁에서』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런 종류의, 관계의 무거움으로 인해 누군가의 말처럼 ‘태평하게 혼자 여행이나’ 다니는 엄마로 살지 못하는 건, 하야카와가 말하는 ‘함께’ 사는 삶이 아니다. 이런 그녀가 바라보는 숲에서는 ‘함께’ 살아가기 위해 먼저 혼자 오롯이 서고자 씩씩하게 세상 밖으로 떨어져 나가는 씨앗들이 있다. 무엇에도 의지하지 않고 자신의 힘으로 튕겨 날아가는 살갈퀴 씨앗처럼, 빗물에 튕겨져 나가는 애기괭이눈 씨앗처럼, 날아갈 준비를 해보는게 어떨까. 상처가 있어도 살아갈 수 있도록, 제대로 싹을 틔울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