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종소리가 댕그랑 울리시 시작했습니다. 한 번, 두 번. 눈송이가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세 번, 네 번. 눈이 더 많이 내렸습니다. 달빛 속에서 하얗게 빛나며 서 있었습니다. 나무가 천천히 뒤로 돌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펄펄 날리는 눈송이가 관객들의 시야를 가렸습니다. 열한 번, 열두 번. 눈이 그쳣습니다. 무대는 텅 비었습니다.

"훌륭했어!"

무대 뒤에서 선생님이 율레에게 말했습니다. 전마누가 빙그르르 돌았습니다. 천사 다섯이 나무 옆을 지나 무대로 나갔습니다. 하지만 율레는 천사들을 쳐다보지도 않았습니다. 내년 크리스마스 연극에서도 나무 역할을 할 거니까요.

할머니는 투덜투덜 크리스마스 때 해야 할 일들을 늘어놓았습니다. 그러면서 어마에게 몇 가지 일들을 부탁했습니다. 선물 몇 개만 사 주면 된다는 거였죠. 그리고 크리스마스 쿠키랑 크리스마스 장식도요. 아 참, 그리고 할머니 동생들에게 보낼 유니세프 카드 몇 장도 부탁했습니다. 카드도 대신 좀 서달라고 했고요. 할머니는 서명만 하신대요.
엄마는 꼴깍 숨을 삼켰습니다.
"카드 쓰는 건 볼프강도 할 수 있을 거예요."
엄마는 재촉하는 눈으로 아빠를 쳐다보았습니다.
"하지만, 얘야, 볼프강은 할 일이 많잖니. 그리고 네 글씨가 더 예쁘고, 넌 시간도 많잖니."
할머니가 아들 편을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