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정한 사람...) 잦아든 한숨이 핏줄로 스며들면서, 그네 자신이 살도 뼈도 없는 바람 소리 같은 것으로 스러져 막막한 허공으로 떠오르는 것을 느낀다. (만나보기라도 하였으면, 속에 있는 말이라도 시원하게 쏟아내고, 그 사람 속에 있는 심정, 손톱만치라도 내 들어볼 수만 있다면 오죽이나 좋으랴.) 여한도 없지. 무엇을 더 바라리오. 우리가 서로 무엇이 될 수 있겠는가. 처음부터 아무것도 바라지 않았다.
순한 인연으로 만난 사람들이었다면 물결이 흘러가듯 순리로 흘러갔어야 할 일. 부질없는 마음이 소용돌이 일으키며 솟구쳐 올라, 길도 없는 공중에서 물 밑바닥으로 곤두박질 치는, 이런 허망함에 빠지지는 말았어야 한다. 내 그것을 어찌 모르리. 사촌이면 지극한 사이. 그것만으로도 이승에서 누릴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인연인 것을 새삼스레 돌아보는 강실이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등을 구부리며 소리 죽여 운다.
이제는 돌이켜 본다 한들 무엇에 쓰겠는가. 절구에 짓찧은 손가락의 살점처럼 이미 피멍이 든 채로 떨어져 나간 사람과의 인연을, 이리저리 기워 맞추어 다시 이어 보려 하여도 하릴없는 희롱에 불과하게 되다니.
--- p.313
(매정한 사람...) 잦아든 한숨이 핏줄로 스며들면서, 그네 자신이 살도 뼈도 없는 바람 소리 같은 것으로 스러져 막막한 허공으로 떠오르는 것을 느낀다. (만나보기라도 하였으면, 속에 있는 말이라도 시원하게 쏟아내고, 그 사람 속에 있는 심정, 손톱만치라도 내 들어볼 수만 있다면 오죽이나 좋으랴.) 여한도 없지. 무엇을 더 바라리오. 우리가 서로 무엇이 될 수 있겠는가. 처음부터 아무것도 바라지 않았다.
순한 인연으로 만난 사람들이었다면 물결이 흘러가듯 순리로 흘러갔어야 할 일. 부질없는 마음이 소용돌이 일으키며 솟구쳐 올라, 길도 없는 공중에서 물 밑바닥으로 곤두박질 치는, 이런 허망함에 빠지지는 말았어야 한다. 내 그것을 어찌 모르리. 사촌이면 지극한 사이. 그것만으로도 이승에서 누릴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인연인 것을 새삼스레 돌아보는 강실이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등을 구부리며 소리 죽여 운다.
이제는 돌이켜 본다 한들 무엇에 쓰겠는가. 절구에 짓찧은 손가락의 살점처럼 이미 피멍이 든 채로 떨어져 나간 사람과의 인연을, 이리저리 기워 맞추어 다시 이어 보려 하여도 하릴없는 희롱에 불과하게 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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