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승 같은 놈. 네 이노옴.
가문에 먹칠을 하고 상피붙은 네 놈이, 그래 사람이란 말이냐.
사람의 가죽을 쓰고 네가 이놈, 감히 어디서
햇살처럼 몰매가 쏟아진다.
비명도 없이 강모는 매를 맞는다.
돌팔매가 날아온다.
--- p.51
언제라고 강물이 한자리에 서 있으랴만, 가을의 강물은 뒷모습을 차갑게 가라앉히며 멀리 떠나가는 강물이요, 겨울 강물은 쓸쓸히 남은 그 물의 살을 벗고, 오직 뼈만으로 허옇게 얼어붙어 극한 속에서 존재의 막두름을 견디는 얼음이다.
--- p.
쓰지않고 사는 사람들은 얼마나 행복할까. 때때로 나는 엎드려 울었다. 그리고 갚을때도 없는 큰 빛을 지고 도망가는 사람처럼 항상 불안하고 외로웠다. 그러나 안타까운 심정으로 쓰기 시작한 이야기 혼불은 드디어 나도 어찌하지 못하는 불길로 나를 사로잡고 말았다. 나는 마치 한사람의 하수인처럼 날마다 밤을 세우며 한반도 본 적 없는 영혼들의 넋이되어 그들이 시키는대로 말하고 하라는 대로 내달렸다. 그것은 휘몰이 같았다.
--- p.작가의 말중에서
산다는 것은, 그저 타고난 본능만은 아니지. 그것은 일이다. 일이고말고. 살아도 그만 안 살아도 그만일 수는 없지. 뜻한 것이 이루어지고 재미있고 좋아서만 사는 것이랴. 고비고비 이렇게 산넘고 물 건너며 제 할일을 하는 것이 곧 사는 것이다
--- p.231(2권)
사람들은 나라가 망했다, 망했다 하지만, 내가 망하지 않는 한 결코 나라는 망하지 않는 것이다. 가령 비유하자면 나라와 백성의 관계는 콩꼬투리와 콩알 같은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비록 콩껍질이 비틀어져 시드나 해도, 그 속에 든 콩알이 죽지 않고 살아 있다면, 콩은 잠시 어둠속에 떨어져 새 숨을 기르다가, 다시 싹터 무수한 열매를 조롱조롱 콩밭 가득 맺게 하나니.
--- p. 165
비록 콩껍질이 비틀어져 시드나 해도, 그 속에 든 콩알이 죽지 않고 살아 있다면, 콩은 잠시 어둠속에 떨어져 새 숨을 기르다가, 다시 싹터 무수한 열매를 조롱조롱 콩밭 가득 맺게 하나니.
--- p.1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