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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가난
중고도서

달빛가난

김재진 | 숨쉬는돌 | 2002년 11월 3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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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2년 11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124쪽 | 212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95348109
ISBN10 8995348100

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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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김재진
<조선일보> 신춘문예와 <작가세계> 신인상 등에 단편과 중편소설이 당선되고, <영남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시인>지 추천 등으로 문단에 나왔다.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먼산 같은 사람에게 기대고 싶어라』『얼마나 더 가야 그리움이 보일까』 등의 시집과 『하늘로 가는 강』 등의 장편소설을 펴낸 그는 『어느 시인 이야기』『엄마의 나무』 같은 아름다운 동화로 삭막한 현대인의 가슴에 맑고 투명한 꿈을 심어왔다.

1981~1995년, 방송 프로듀서로 일하기도 헀던 그는 처음으로 이웃돕기 프로그램을 정규방송을 편성, 소외된 이들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켰고, 지금도 뜻있는 이들과 함께 아픈 어린이 돕기 '작은 사랑' 운동을 펼치고 있다. 『엄마 냄새』에 실린 글들은 맑고 따뜻한 시선으로 세상의 아픔을 감싸고 싶어하는 작가의 여린 마음이 그대로 배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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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 위에도 담 위에도
널어놓고 거둬들이지 않은 멍석 위의
빨간 고추 위로도
달빛이 쏟아져 흥건하지만
아무도 길 위에 나와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아부지, 달님은 왜 산꼭대기에 올라가 있나요?'
'잠이 안 와서 그런 거지'
'잠도 안자고 그럼 우린 어디로 가요?'
'묻지 말고 그냥 발길 따라만 가면 된다'
공동묘지를 지나면서도 무섭지 않았던 건
아버지의 눌변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부지 그림자가 내 그림자 보다 더 커요'
'근심이 크면 그림자도 큰 법이지.'
그날 밤 아버지가 지고 오던 궁핍과 달리
마을을 빠져 나오며 나는
조금도 가난하지 않았습니다.
---<달빛가난>
헌옷 벗어 걸어놓고 아버지는
어디로 가셨나?
마당에 서 있던 목련나무
허리가 굵어졌고
벽 위에 박았던 못 그대로 있는데
어디로 가신 건지 아버지
소식을 알 길 없다.
환한 햇살이 창호지에 비치던 방
입고 계시던 모시옷의 깔깔한 감촉만
아물거리며 손끝에 남아 있는데
껄껄, 웃음을 터뜨리던 아버지는
그날 밤 누이가 꾼 꿈을 끝으로 나타나지 않으신다.
우리 살던 옛 집에 해 지면 분꽃 피고
허물어진 부뚜막 아래 귀뚜라미 소리 들린다.
물기 빠진 광목을 팽팽하게 맞잡으며
세월을 두드리는 어머니의 다듬이질 소리
슬픔도 늙는 건가?
슬픔도 우리처럼 나이를 먹는 건가?
내 모습 속에서 문득 나는 아버지를 발견한다.
우리 살던 옛 집에 저녁이면 불 켜지고
찬바람 불면
자전거 타고 돌아오실 아버지를 기다리며
아랫목에 묻어둔 밥그릇 하나
자르르, 기름기 흐르는 밥알들을 껴안고 있다.
---<우리 살던 옛 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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