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순수 혈통의 후계자를 가질 생각이 없습니다.” 아들의 말에 이번에는 아버지의 표정이 차가워졌다. 천후는 매서운 말투로 말을 이었다. “우리는 후계자를 가지지 않는 동족은 필요 없다. 특히 여자 늑대 인간인 경우 1년 안에 아기를 낳지 않으면 계율에 따라 사살된다. 아니면 이성의 샘물을 주지 않지. 결국 여자 늑대 인간은 1년 후면 일족에 의해서 죽거나 이성의 샘물을 먹지 못해 광기의 늑대가 되어 미쳐서 죽는다. 네가 그걸 모르지 않을 텐데?” 시랑은 말이 없었다. 그렇다고 그녀를 자신의 후계자로 지명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녀를 동족으로 남기면 안 됩니까?” --- pp.188-189
그녀가 사라지자 시랑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연서가 사라져 그사이 연서가 보고파서가 아니었다. 연서에게 감히 하지 못하는 말을 삼키기 위해서였다. 너에게 독을 먹였다고. 그래서 아직 독이 다 정화가 되지 않아 상처가 느리게 아무는 것이라고 시랑은 말할 수 없었다. “하지만 난 널 절대로 잃지 않을 거야.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시랑은 눈을 반짝거리며 말했다. 그렇게 말하는 시랑의 목소리는 그 어느 때보다 무거웠다. --- pp.315-316
그렇게도 그리운 사람, 시랑이 연서 앞에 서 있었다. 얼마나 그를 그리워했던가. 그녀의 몸속에 도는 붉은 피 한 방울 한 방울이 오직 그를 위해서 도는 시간이 있었다. 그녀의 삶의 이유가, 모든 시간이 시랑만을 위해서 존재하던 시간이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적시가를 나와서도 변하지 않았다. “보고 싶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