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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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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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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04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244쪽 | 299g | 153*214*20mm
ISBN13 9791189208004
ISBN10 1189208008

중고도서 소개

사용 흔적 약간 있으나, 대체적으로 손상 없는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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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속에 숨겨진 비밀
이 작품의 화자인 나, 집시 아뷰터스 리마스터는 버지니아의 탄광 마을인 콜스테이션에 살고 있다. 그지없이 평온하던 마을이 이모 ‘벨 프레이터’의 실종 사건으로 발칵 뒤집힌다. 어느 날 새벽,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 벨 이모의 실종을 두고 마을 사람들은 말도 안 되는 추측을 늘어놓는다.

이모부 말로는 벨 이모가 맨발에 얇은 잠옷만 걸친 채 사라졌다고 했다. 실제로 이모의 신발 두 켤레와 옷은 제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나쁜 일을 당했다거나 서둘러 뛰쳐나간 듯한 흔적도 없었다. 게다가 일단 어디로든 가려면 그 황량한 비탈길을 걸어 내려가야만 했다. 만약 그랬다면 맨발에 잠옷 차림의 이모가 사람들 눈에 띄지 않았을 리가 없었다.
그런데 그 어느 곳에도, 심지어 대문가 진흙땅에도 새로 생긴 발자국은 보이지 않았다. 다락방에서 자고 있었던 우드로 역시 아무 소리를 듣지 못했다고 했다.
우리 마을에서 이런 일은 처음이었다. 그래서 소문이 퍼지기가 무섭게 온 마을이 술렁였다.
누군가가 말했다.
“아니, 사람이 자다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는 게 말이 돼?”
또 누군가는 이렇게 수군거렸다.
“쯧쯧, 머지않아 숲속 어딘가에서 주검으로 발견되겠군.”
“저 아래쪽에 차를 세워 두고 몰래 기다리는 사람이 있었겠지.”
“그건 아니야. 그날 아침에 낯선 차가 들어오는 걸 본 적이 없거든.
시집 속에 숨겨진 비밀 9
만약 그랬다면, 하다못해 멀리서 차 소리라도 들은 사람이 있었을 거 아냐?”
“하긴 뭐…….”
연방 엉뚱한 상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8~9쪽에서

별다른 실마리도 없이 시간이 흐르고, 몇 달 뒤 벨 이모의 아들인 우드로가 우리 집 옆의 외할아버지 댁으로 와서 살게 되었다. 우드로는 정말이지…… 나와는 너무 달랐다.

우드로는 변변한 수도 시설조차 없는 분지의 맨 꼭대기에 살았기에 나와는 다른 학교에 다녔다. 어쨌거나 우리는 나이가 같았다. 똑같이 열네 살이었다.
하지만 그것 말고는 딱히 공통점이 없었다. 우드로는 굼뜨고 덜떨어진 데다 늘 자기 아빠나 러셀 삼촌에게서 물려받은 촌스러운 옷을 입고 다녔다. 열 살 무렵엔가 우드로가 우리 집에 온 적이 있는데, 바지가 너무 커서 흘러내리지 않게 하려고 끈으로 허리를 질끈 묶고 있었다. 그때 우드로는 정말이지 우스꽝스러워 보였다. 아마 자신도 그렇게 느꼈을 것이다. 마침 그날이 생일이었던 나는 프릴이 달린 파란색 원피스에 에나멜 가죽 슬리퍼를 신고 있었으니까.
어느 해인가 크리스마스에도 본 적이 있었다. 그날은 귀까지 다 덮을 정도로 큰 모자를 쓰고 있었다. 우드로는 그 볼품없고 낡아 빠진 모자를 무척이나 자랑스러워했다. 그리고 이건 정말 말하고 싶지 않은 사실인데……, 우드로는 사시였다. 알이 아주 두꺼운 안경을 끼고 있는 데다, 가끔씩은 누구를 보고 있는지 알아차릴 수가 없어서 매우 혼란스러웠다. -11~12쪽에서

두 세계가 만나는 곳
나는 어느 날 새벽에 홀연히 사라진 벨 이모에 대한 궁금증을 참을 수가 없다. 그래서 우드로에게 대놓고 물어보기도 했지만, 아리송한 말만 내뱉을 뿐 속 시원히 대답을 해 주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한밤중에 나무집에서 몰래 만나 우드로가 벨 이모의 실종에 관련해서 뭔가를 알고 있다고 고백하지 않는가?

“전에 엄마가 《스물다섯 번째 남자》라는 책을 읽어 준 적이 있어. 앨커트래즈 교도소(미국 샌프란시스코 만의 작은 섬에 있던 교도소로, 중범죄자들을 수감했다.)에 실제로 갇혀 있는 사람의 이야기야. 에드 모렐이라는 사람인데, 간수들하고 사이가 무척 나빴대. 모렐이 너무 똑똑해서 그렇다나.
어쨌든 그 사람이 문제를 일으킬 때마다 간수들은 구속복(정신병자나 흉악범이 자해하거나 난폭한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몸을 움직일 수 없게 만든 옷)을 입혔어. 인간에게 할 수 있는 가장 끔찍한 형벌이었지. 구속복이 몸을 너무 세게 옥죄어서 죽어 버린 사람도 있었대.
그런데 어느 날인가, 엄마가 그 구속복 이야기가 나오는 대목을 큰 소리로 읽어 주다가 갑자기 이렇게 말하는 거야. ‘그 사람 기분을 알 것 같아. 나도 지금 구속복을 입고 있거든. 너무 꽉 죄어서 죽을 것만 같아. 조금도 움직일 수가 없어. 숨을 쉴 수도 없고. 여기에서 빠져나가고 싶어.’라고 말이야.”
우드로는 잠시 가만히 있었다. 어디선가 올빼미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64~65쪽에서

예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말
친구들과 함께 나무집 근처의 시냇가에 불을 피워 놓고 놀던 날, 같은 반인 버즈 오즈번이 우드로가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은 것을 시샘한 나머지 우드로의 신체적인 약점을 들먹였다. 다음 날, 나는 외할아버지에게 외모가 그렇게 중요한 거냐고 물었다. 외할아버지는 외모와 마음은 상관없는 것이지만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외할아버지는 그저 옛날 사람 누구를 이야기하는 것처럼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생김새란 건 말이다, 말 그대로 그냥 생김새일 뿐이지 진짜 모습이 아니야.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칠 때, 정말 예쁘장하게 생긴 아이들이 살모사처럼 못되게 구는 것도 봤고, 아주아주 착하지만 외모는 별로인 애들도 봤지. 하지만 예쁜 사람이 착하지 않다는 얘기는 아니야. 네 엄마처럼 착한 사람도 많잖니? 또 못생겼다고 다 좋은 사람도 아니란다. 그 사람들도 나쁠 수 있어. 중요한 건 마음이야.”
“그런데 사람들은 왜 우드로의 눈에만 주목하는 거예요? 얼마나 좋은 앤지 다 알잖아요.”
“나도 안다. 우드로는 네 말처럼 착한 데다 세심하기까지 하지. 벨을 쏙 빼닮았거든. 벨은 네 엄마처럼 예뻐지고 싶어 했지만 그건 어쩔 수 없는 거잖니? 사람들은 늘 둘을 비교했어. 벨 앞에서도 대놓고 러브가 얼마나 예쁜지 이야기하곤 했으니까.” -115~116쪽에서

숨겨진 진실
새 학년이 시작된 첫날, 새로 온 담임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차례로 자기소개를 하게 한다. 오늘따라 버즈 오즈번이 더 신경을 긁는다. 마침내 내 소개를 해야 할 차례……. 아빠 이야기를 하려던 건 아니었는데, 어느 순간 그 얘기가 튀어나와 버린다.

“아빠는 자원봉사 소방관이었어요. 어느 날…… 불이 난 집에 아이를 구하려고 들어갔어요. 그리고…… 아이를 구했는데…… 아빠는…… 돌아가셨어요.”
버즈가 끼어들었다.
“거짓말이에요!”
콜린스 선생님이 버즈를 꾸짖었다.
“그렇게 말하다니, 정말 버릇없구나!”
“하지만 거짓말인걸요. 제가 다 말씀드릴게요…….”
그때 우드로가 소리쳤다.
“버즈, 입 닥쳐!”
나는 금세 공포에 사로잡혔다. 버즈가 그 말을 할 것이다!
“우리 엄마가 그러는데, 아모스 아저씨는 그때 화상을 너무 심하게 입어서 도저히 얼굴을 알아볼 수 없게 되었대요…….”
“입 닥치라고 했어! ……집시 앞에서 그런 말을 하다니!”
우드로가 소리치면서 버즈에게 주먹을 들어 올렸다. 버즈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입을 놀렸다.
“그래서 총으로 자기 얼굴을 쐈어요. 아모스 아저씨는 자살한 거라고요!”
그랬다, 드디어 그 흉측한 것이 세상 밖으로 튀어나왔다. -157~158쪽에서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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